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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주말.

보통 K씨는 토요일에 일하곤 하는데 이번주는 토요일날 쉬게 되어 어제는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몇주째 주말마다 소소롭게 볼 일들이 생기는 바람에 나가 돌아다니다가 간만에 집에서 쉬니 별로 한 거 없이도 푹 쉰 느낌.

오전에 장보러 가서 야채와 과일을 잔뜩 사다가 (올해 이쪽이 6월까지 비오고 추워서 제철 과일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좀 시장에 나왔음) 씻어 마루에 놔두고 왔다갔다하며 집어 먹으면서 TV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K씨는 낮잠 자고. 딸기 조는 동안 자란 털도 살금살금 잘라주고.


오늘은 K씨 출근하고 나는 미뤄두었던 일들 몇가지 처리한 후 좀 쉬고 있다.

날이 좋으니 딸기가 발코니에 내보내달라고 졸라서…



햇볕을 쬔다.


잔다.


열어달라고 짖는다.

(날파리 들어올까봐 방충망은 닫아둠.)


안에서 잔다.

또 내보내달라고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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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무한반복.

몇번 하다가 뭐라 그랬더니 이젠 조용히 안에서 자고 있다 ㅎㅎㅎ

우리 출근하는 동안은 요걸 못해서 혼자 있기를 싫어하는 건가.

캐나다 동부쪽은 연일 기록적인 더위라고 하고 한국도 엄청 덥다고 하는데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길. 점점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어둡다. 점점, 100% 행복하다고 느끼고 사는 게 어렵다. 행복한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는 세상이라니… 에휴. 

엊저녁엔 느즈막히 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Mike Leigh 감독의 Another Year.

한국에선 세상의 모든 계절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듯. (조금 이상한 번역인 듯?)

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은 참으로 쓸쓸하다…는 것.

두시간이 넘는 긴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스토리도 튀는 곳 없이 흘러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영화. 비오는 날 혼자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보면 좋을 듯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있으면 돌아올 겨울이 그리 두렵지가 않아졌다. 차 한잔 마시면서, 창 밖 바라보다 보면 또 다음해의 여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