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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Gardner Hiking

3, 4월에 다녀온 한국 여행 기록을 하다말고 블로그를 한동안 내팽개쳐 놓았다. 주말이면 사람들을 만나거나 돌아다니느라 바빴고 주중엔 그 바쁨에서 회복하느라 바빴..다기보다 그냥 멍때림. (아무 생각없이 사탕깨기 게임을 하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뇌가 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게임을 잘 하지않는 나로서는 신기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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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기록 중간에 하는 5월 하이킹 기록.

연휴 때는 보통 캠핑을 가는데, 올해 5월 연휴때는 K씨 근무 일정이 바뀌면서 예약시점을 놓쳤다. 그래서 하이킹을 하기로.

백패킹 장비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고 해서, 올해부터는 조금 진지하게 하이킹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날은 17Km의 장거리 코스.

트레일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 루트대로 걸었지만, 차를 가져가지 않고 페리에서 내려서부터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총 거리는 이 루트에 가까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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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모임이 있어 조금 늦게 잤지만 일찍 일어나 5시 50분 버스를 탔다. 아침에 급하게 나서느라 미리 생각했던 점심 도시락이고 뭐고 심지어 10 essentials도 안 챙김. 그래도 계획대로 새벽 버스를 타고 나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타는 페리. 페리를 기다릴 땐 항상 두근두근..


섬에 도착한다.

둘이서 다닐 땐 캠핑이나 하이킹할 때 그 동네에서 간단히 때우는 걸 좋아한다. 페리에서 내려 섬의 조그만 카페에서 아침을 먹는다.


토스트와 계란에 커피일 뿐인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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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딸기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 오랜만이다.


들꽃들이 핀 풀밭도


죽어가는 나무들이 비친 작은 연못도 다 예쁘네…


오늘 우리가 오를 Mount Gardner 입구에 도착 (지도를 도대체 보란 거여 말란 거여..)


우린 한 다섯시간 예상하고 왔는데.. 물론 달리기도 안할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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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여러 사람들이 리뷰에 써놓은 대로, 길을 잃기 매우 쉬웠다. 꼭 필요한 곳엔 표지가 없었음 ㅋㅋㅋ 하지만 곰 등 맹수가 없는 섬이므로 오히려 길을 잃고 한적한 숲길 다니기를 즐겼다. 오랜만에 둘이서 다니는 것도 오붓하니 좋았고. 곰만 아니면 정말 여기 저기 깊은 숲을 헤집고 다닐텐데..


J님이 물려주신 GPS로 다시 길을 찾아 돌아가기를 여러번 반복…하고 몇 시간을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잠시 앉아서 간식도 먹고 쉬다가 다시 올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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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걷다가 허접하게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가파른 곳을 오르면 드디어 정상.


아까 본 곳과 풍경은 똑같네 ㅋㅋㅋ
우리가 앉아있는 곳은 헬리콥터 착륙장. 널찍해서 다들 드러누워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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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올라온 곳을 다시 내려가기. 내려가는 건 지겹다.. 무릎도 아프고.


그래도 다 내려와서 만난 사슴이 반갑고..


바닷가의 펍에서 저녁 겸 먹은 맥주 한 잔이 꿀맛! (하이킹을 하지 않고 튀김 & 맥주를 안 먹는 것이 나은지 하이킹을 하고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게 나은지에 대한 쓰잘떼기없는 토론을 하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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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우리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줄 페리가 오고 있다. 좀 많이 걸었는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K씨도 피곤한지 스카이트레인에서 냉큼 자리를 잡고 앉는다. (평소에는 쿨한 척 하며 잘 안 앉음.)

추억이 잔뜩 서린 보웬에 오랜만에 간 것도 좋았고, 아침과 저녁도 맛있었고, 등산 코스는 올라갈 땐 무척 즐거웠고 내려올 땐 많이 지겨웠고. 그래도 꽉 차게 보낸 하루..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