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Ana

나의 연휴는 + 작년 하반기 문화생활 회고

연휴 초반, 퇴근한 K씨가 몸이 좋지 않다며 키트를 꺼내 검사를 하는데 아뿔싸, 올 것이 왔다. 당장 이불을 싸들고 방을 옮겨 격리를 시작했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식사도 멀찍이 떨어져서 따로 함. 하지만 교과서적인 철저한 격리는 아니었고 (그 동안 마스크 잘 안 쓰고 계속 출퇴근에 근무하고 식당도 다니고 했는데도 아프지 않았어서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며칠 후엔 나도 같은 신세가 되었다. 잠을 아주 많이 잤고, 입맛이 없어 뜨겁고 자극적인 것을 주로 먹었다. 다행히 좀 심한 몸살감기를 앓은 정도 선에서 그쳤다.
감기와 다르다고 느낀 것은 극심한 피로감인데, BC주 지침을 보니 해열제 없이 24시간 동안 열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활동을 해도 된다고 해서 출근을 해서 일을 하다 너무 피곤해서 퇴근할 때가 되었나 하며 시계를 보니 겨우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슬로우비디오도 아니고… 결국 조퇴를 했다.

이것이 우리의 연휴.


지난 몇 달간 봤던 영화와 드라마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 – 순서는 뒤죽박죽.

드라마:
– 스물다섯 스물하나: 진짜 열심히 봄. 김태리 대단해.
– 사내맞선: 귀여웠다.
– 우리들의 블루스: 좋았는데 좀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좋았다.
– 나의 해방일지: 첫회 택시 장면 보고 이건 계속 봐야겠다 싶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말해 뭐해. 너무 귀여웠지. 수 명의 직장 동료들이 방송 다음날마다 나에게 와서 우영우 찬가를 불렀다.
– 유미의 세포들 2: 1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뒤늦게 봤는데 재밌었다.
– 수리남: 한 편만 보고 자야지 했다가 끝까지 달림.
– 연애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근래 끝까지 볼 수 있었던 몇 개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
– 재벌집 막내 아들: 80년대 90년대를 다시 살면서 할 수 있었던 게 결국 그걸 가지고 돈을 버는 것 뿐이라니, 참 나. 몇 편 보다 때려침.
– 더 글로리: 나 이런 거 좋아하냐… 앉은 자리에서 여덟편을 끝냄. 근데 파트2 보려면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라…?

영화:
– 브로커: 너무 좋았다! 와 별로였다… 반복 패턴이 상당히 일정한 감독이라 어떨까 했는데 이번엔 그냥 그런 쪽.
– 헤어질 결심: 첨에 보고 너어무 좋았고 두번 봐도 아주 좋았는데 대본집 읽고 좀 깼다.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 외계+인 1: 재밌는데…? 2편도 볼 예정.
– 탑건 매버릭: 극장에서 볼 땐 와 이거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려니 느끼해서 5분을 못 버팀… 극장 사운드빨이었나봐.
– 아바타 물의 길: BC에 처음 생긴 4D관에서 봤다. 정신 없이 흔들리는 의자 위에서 3D 안경을 떨어질세라 꼭 쥐고 봄. 착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보는 느낌이었다.
– 탑: 오랫동안 홍상수 감독 영화 좋아했었는데. 요 몇 년 볼 때마다 대사 하나 하나에 와… 정말 못 돼처먹었다… 소리가 나온다. (그냥 못된 게 아니라 ‘처’가 들어가야 하는 정도의 못됨). 저런 대사들 무슨 일…
– 프란시스 하: 2012년에 나왔을 때 영화 내용 소개글을 보고 이런 팔자좋은 애들 얘기 이제 지겹다 생각하며 스킵했는데, 넷플릭스에 있어서 클릭했다가 푹 빠져서 봤네. 최근 몇 달 간 모든 영화 중 위너. 정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