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ats Island & Gibson Backpacking

모임에서 만나 함께 캠핑을 다니며 정들었던 P님과 J님이 한국으로 가셨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급자족의 조용한 삶을 실천하고 싶으시다고.


출국 전 날 함께 저녁을 먹고 호숫가를 산책했다.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박쥐와 모기들이 열심히 날아다니고 있었음 ㅋㅋ

집과 차를 모두 정리하셨기에 우리집에서 주무시고 다음날 공항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공항 가기 전 캐나다식 아침을 먹으려 문도 안 연 브런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ㅎㅎ


누구나 다 찍는다는 출국장 기념사진도 빠질 수 없지.

많은 헤어짐을 겪으면서, 조금은 덜 무거운 마음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헤어짐이 아쉬운 것은 오랫동안 못 만날 거라는 예측 때문인데, 어차피 내 예측대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더군.

 


 

보통은 산행을 겸한 백패킹을 가지만, 연습(?) 차원에서 주로 평지인 섬에서의 1박2일 백패킹을 계획해 보았다. 몇 개월 동안 글로만 백패킹을 공부한 K씨와 나의 사실상 첫 백패킹인 셈… 두둥.


일단 필요한 것들을 죄다 바닥에 펼쳐놓았다. 식량을 제외한 준비물들.


K씨도 짐을 꾸려본다. (결국 식량을 다 K씨 가방에 넣어서 텐트는 나중에 내 배낭에 넣었다.)


잘 준비만 했는데 가방 포함 10킬로그램이 되어버리네.. 인간은 참 필요한 게 많은 존재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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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당일 오전 6시 30분, Horseshoe Bay 장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1박 2일 예정이라 1.5일 주차를 하고 $24 결제.

우리의 목적지는 Keats Island이다. Horseshoe Bay에서 Langdale로 간 후, Gambier Island와 Keats Island로 가는 작은 페리로 갈아탄다. Keats Island에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야 데리러 온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Horseshoe Bay 매표 창구에서는 Langdale까지의 표를 구매할 수 있고 (이 구간은 Experience card로 사면 할인됨) Gambier / Keats Island행 배에 타서 현금으로 표를 살 수 있는데, 편도 $6.25~6.5정도였던 걸로 기억. 인원이 많다면 Horseshoe Bay 창구에서 살 수 있는 Keats Island 10개 묶음($44.5)표를 사는 것이 저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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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dale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린 후 오른쪽 작은 선착장으로 가면 작은 배가 기다리고 있다. 과묵한 선장님과 (아마도 가족으로 추측되는?) 직원 한 분만 있는 작은 배.

배에서 Gambier Island에 작은 집을 지었다는 부부와 시끄러운 모터 소리를 뚫고 이야기를 나눴다. 3년 전에 땅을 사서 2년 동안은 텐트에서 생활했고 집을 지은지는 1년 정도 되었는데, 이제 매트리스를 가져간다고.


비닐에 꽁꽁 싸인 Ikea 매트리스를 카트로 운반하고 있었다 ㅎㅎ

약 15분쯤 후, 우리는 Keats Island에서 내리고 남은 사람들을 태운 배는 Gambier Island로 향한다.

선착장에 내리면 기독교 캠프가 바로 보이고 (이 섬의 일부는 일종의 종교 공동체인 것 같았다) 거기서부터 2Km의 숲 속 트레일을 걸어가야 조그만 캠핑장이 나온다.


왼쪽 중간 쯤의 Keats Landing부터 Plumper 왼쪽 위의 Cove Marine Park까지 배낭을 메고 걸어가야 함. 꼭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워터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인당 $10~15불 정도 받는 것 같다.) 워터택시 이용시 바로 캠핑장 앞 선착장에 내리니까 짐을 더 가지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백패킹.


배낭을 메고 룰루랄라.


가는 길에 salmon berries도 따 먹으면서.


캠핑장 도착.

우리가 들어서자 캠핑장 한 켠의 오두막집에서 유니폼을 입은 스탭과 (할머니셨다..) 개 한마리가 와서 환영해 주신다.


이 수줍음 많은 개의 이름은 Blizzard.

사이트는 1박당 $16, 날이 흐려서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가장 인기있다는 바닷가 사이트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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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왔음에도 텐트를 칠 때면 쓸데없이 전투력을 발휘하는 K씨의 구박을 들으며 ㅠㅠ 집을 짓고 나니 갑자기 슬픔과 허기가 몰려와 어젯밤 K씨가 싼 연어삼각김밥을 먹는다. 삼각김밥을 쌌으니 봐주겠다.


2번 사이트에서 쪼꼼 보이는 바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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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핑장에는 펌프가 있는데 물은 끓여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필터도 개시해 봅니다. (그러나 소독약 냄새가 나서 결국 끓여먹음.) 그래도 필터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약간 흙이 섞인 듯한 물이 맑아짐.


함께 간 B님네 가족이 자리잡은 1번 사이트로 가 점심을 먹는다. 첫 끼는 K씨가 준비한 연어회덮밥. 전혀 백패킹 메뉴가 아니잖아 -_-;; 그렇지만 맛있지.

그리고 백패킹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하이킹 후 마시는 한 잔의 맥주..라는 걸 새삼 느끼면서 K씨가 싸간 맥주를 소중하게 아껴마십니다.


사이트에서 보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와 그 뒤의 선샤인 코스트.

밥을 먹고 캠핑장 뒤의 숲 속을 한 시간여 하이킹하고, 사이트로 돌아와 전 날 설친 잠을 보충하기 위해 햇볕으로 데워진 텐트 안에 들어가 낮잠을 잔다. 캠핑장에서의 낮잠은 정말로 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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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출출. 저녁 메뉴는 B님이 준비해오신 카레다. (역시나 백패킹 메뉴가 아닌 것이다 ㅋㅋㅋㅋㅋ)


카레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던 것이냐…

백패킹이므로 손도끼 등도 가져가지 않아 불을 피우지 않으려 했으나 할머니 스탭분께서 친히 장작을 패주시겠다길래;;; 한 묶음 ($10) 구매해서 불도 피웠다.


모기가 많아서 도움이 되긴 했다 ㅎㅎ


또 아쉬워하며 조금 싸간 보드카를 아껴 마신 후 (워터택시 잡아타고 술 사러 갈뻔 ㅋㅋ) 어스름이 내리는 선착장을 잠시 산책하고 나니 이미 시간이 꽤 늦어졌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로.


바다 건너 보이는 선샤인코스트의 야경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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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음 날 점심 때까지 섬에 머물 생각이었으나, 이왕 페리를 탄 김에 선샤인코스트의 Gibson에 들러보려 아침(라면)을 먹고 바로 떠나기로 했다. Langdale까지 가는 작은 배는 늦어도 출발 1시간 전에는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전화로 배를 예약한 후 다시 2Km의 트레일을 돌아 나온다.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제의 그 배가 오고 있다. 여전히 과묵한 선장님도 두번째 봐서 그런지 반갑네 ㅎㅎ


배는 Keats Island를 떠나 Gambier Island로 가서 손님 하나를 더 태우고 Langdale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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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가는 것이 오랜만이라 중요한 것 하나를 잊고 있었다. 캐나다 사람들은 길을 물어보면 아주 친절히 잘 알려주는데, 정확히 몰라도 그냥 자기 의견을 알려줍니다 ㅋㅋㅋ

무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의 말을 듣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참을 걸어올라가다 이렇게 오래 가서 버스를 탈 리가 없지 않은가 하고 이상해서 다시 물어보니, 페리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헐레벌떡 다시 뛰어가서 다행히 한시간마다 있는 버스를 잡아타고 다음 정거장인 Gibson Landing에 내릴 수 있었다. 버스 요금통이 작동을 하지 않자 기사분이 돈 내지 말란다 ㅍㅎㅎ (참고로 버스 요금은 인당 $2)


돌아갈 페리 시간에 맞춰 버스 시간을 기억해 두고… (하등 쓸데없는 짓이었다)

J님이 쏘신 커피와 젤라또도 먹고, 공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에 남은 밥으로 싼 삼각김밥도 먹고 빈둥빈둥.. 이것이 일요일 휴일 바닷가의 아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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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또 어제 아쉬웠던 주류 섭취를 위해 동네 수제맥주집도 가봅니다.


일단 조금씩 맛을 보고.. 또 한 잔씩. 어린 친구들은 옆에서 피자 흡입.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 동네 산책도 하다가 아주아주 여유있게 버스를 타러 간다. 3시 08분 버스를 타고 7분을 가서 (한 정거장) 3시 30분 페리를 탈 계획.

3시가 훨씬 되기 전부터 정류소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버스가 오지 않는다…

3시 반이 되어도… 4시가 되어도.

결국 4시 5분쯤에 버스가 왔는데, 기다리던 아무도 항의하지 않고 기사양반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히 요금을 받는다. 뭐여 이게… 이것이 바닷가 동네 마을 버스의 위엄인가. 우리도 그러려니 하고 말아버린다. 하긴.. 이미 페리는 놓쳤는데 이유를 알아봤자 또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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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했던 3시 30분 페리는 애저녁에 떠나버렸고, 우리는 5시 45분 페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의지의 한국인 몇 분은 무려 야외 대기실에서 물을 끓여 컵라면도 드셨음.


이렇게 저녁 해결…

일정에 변수가 생겨 Horseshoe Bay에 주차한 시간을 조금 넘길 것 같아 전화를 해봤더니 의외로 사람이 전화를 받아 잘 해결되었다. (30분 정도 시간을 연장하려 했으나 장기 주차장이라 최소 연장가능 시간이 6시간이었다.)

엄청나게 느릿느릿했던 1박 2일이었는데, 주차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서 갑자기 급하게 인사를 나누고 B님네 가족과 헤어진다. 이렇게 도시 귀환인가 ㅎㅎ
덕분에 1박2일 동안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