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Ana

2021년 9월 Tofino (6)

9월 30일 목요일 흐리다 맑다 반복

여섯시 좀 넘어 눈을 떴다. 일찌감치 화장실에 갔다가 샤워까지 하고 개운한 맘으로 커피를 한 잔 만들어 해변으로 내려간다.

안개가 가득하다.

어제 저녁을 거하게 먹었으니 오늘 아침은 거르고 Sobo에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 여유로운 (휴가! 휴가!) 아침을 보내다가 10시 반쯤 집을 나선다.

Truth and Reconciliation Day 행사 관계로 길이 봉쇄될 예정이라 먼 곳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을 따라 걸어 다운타운으로 가는데 아주 방금 싼 듯한 프레쉬한 곰 응가가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K씨 ㅋㅋㅋㅋ

소보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서 앞에 두 팀 입장 후 들어갈 수 있었다. 칵테일 두 잔에다 소보의 시그니처 메뉴를 넉넉히 모두 주문.

일단 생굴 여섯개를 주문했는데 와 맛있어. 콘브레드도 여전히 너무 맛있고 연어차우더도 실하고 맛있다. 전에 왜 인기가 많은지 고개를 갸웃했던 킬러 피쉬타코는 역시나 우리 취향이 아니었다. 다음엔 스킵.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램찜. 하나같이 맛있어서 즐거웠던 식사. 

식사를 마치고는 타운 산책을 하며 특이한 무늬의 고양이도 만나고, 다시 한참을 걸어서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간다. 맥주 양조장에 들러 맥주를 좀 사서 캠핑장으로 돌아온다. 오는 길에 long beach에 들러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저렇게 몰두하는 액티비티가 있는 것, 좋아보인다. 하루 종일 파도와 씨름하고 저녁땐 따뜻한 물에 샤워한 후 불을 쬐며 맥주를 마시는 하루. 그런 낭만을 찾아 이곳에서 머무는 젊은이들이 많아서인지 토피노의 많은 일자리 (주로 서빙)가 숙박을 제공한다. 

캠핑장 사이트는 여전히 습기로 가득하지만 커피향이 감도는 우리 트레일러는 난로를 트니 금방 온기가 생긴다.

이 날 저녁엔 예쁜 석양을 볼 수 있었다. 며칠 동안의 센 파도로 해변에 끌려온 해초들이 잔뜩 ㅎㅎㅎ

석양을 보고 나서는 간단하게 소시지를 구워 불을 쬐며 맥주 한 잔 하고. 별이 가득한 하늘도 보고. 즐거웠던 일주일이 거의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