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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2월

매일같이 밀려오는 크고 작은 파도를 요렇게 조렇게 막아내며 하루 하루를 보내다 어제 올해의 마지막 회의를 끝내고 나니 뭔가 헛헛한 느낌이 든다. 일이 할 만 한가 보네. 다행이지 뭐야.
나는 다음 주에 아직 사흘이 남아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휴가를 시작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 한 주 반의 휴무를 앞두고 있으니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을 해치워 버려야겠다는 의욕이 솟아나지만, 현실은 침대 속에서 얼마 전 구워둔 올리브오일 케익을 토스트해 얼그레이티와 함께 먹으며 랩탑으로 글을 쓰고 있는 중. 밖에서는 빗소리와 함께 공사 소음이 은은히(?) 들리고.
오늘 아침엔 마냥 게으름을 피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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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끄적였다 미뤄둔 포스팅들을 보니 4월엔 생일 기념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to go 음식 사 온 얘기 (메인은 기억나지 않고 애피타이저였던 그린올리브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 K씨가 칵테일을 열심히 만들었다는 얘기. 5월엔 사재기가 없어져 조금은 안심했다는 얘기, 당시 7주차가 된 재택근무에 적응했다는 얘기, 클로짓을 정리하고 여름옷을 꺼냈다는 얘기, 아시안 여성들이 언어나 심지어 물리적 상해까지 당하고 있어 불안하다는 얘기 (다행히 요즘은 그런 일이 없어졌다), 6월엔 재택하며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또 여전히 모동숲을 하고 있다는 기록. 그러다 한참 후 11월에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는 얘기를 써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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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랬겠지만 나에게도 힘든 한 해였다. 일도 새로운데 판데믹이라는 새로운 상황이 겹쳐 적응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썼다. 최대한 태연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싶었지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하던 운동도 못 하게 되니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고. 겨울이 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이런 저런 건강 문제들이 조금씩 치고 나오는 중이지만 그냥 자연스런 나이듦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게다가 제재가 풀리는 시점과 우리가 캠핑 예약해 둔 시점이 잘 맞아서 여름부터 10월까지 자주 캠핑을 다닐 수 있었으니 그것도 감사한 일.
아직은 일도 계속하고 있고 그럭저럭 건강한 편이니 감사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지.

11월부터는 몇 년 동안 엄두를 못 내던 부엌 공사를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돈을 아껴보려고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들만 (라이센스가 필요한 부분들) 맡기고 나머지는 직접 하고 있는 중인데,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실제로 돈이 많이 아껴지는 것 같지는 않다… ㅠㅠㅠㅠ 그래도 홈디포 등에 다니며 페인트도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골랐고 K씨와 서로 도와가며 작업을 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옛 생각도 나고.

주말에만 짬짬이 진행을 하다보니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캐비넷 문짝들도 몇 주째 떼어낸 채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깔끔해진 부엌에 신이 나서 매일매일 요리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빵도 직접 굽고 레시피들을 찾아 새로운 요리들도 시도해보고 있다. 요즘 머리를 많이 쓰다보니 요리를 하고 있으면 머릿속이 비워지며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아 좋다. (심지어 그러다 보면 밥이 생긴다! ㅎㅎ) 오늘도 신 메뉴를 시도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