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rch 2003

IKEA와 Costco

3. 9. 일

오늘은 그 동안 가보고 싶었던 IKEA와 캐나다 코스트코에 가보기로 했다. 이케아는 전에도 한번 얘기했지만 본사가 스웨덴에 있는 생활용품 전문점으로서, 가구에서부터 수건까지 집 안에서 쓰는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나아가 사무실용 가구까지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미주에 다 지점이 있다.
스카이트레인이 가지 않는 곳이라 힘들 줄 알았으나, 의외로 가까운 곳 – 스카이트레인 두 정거장, 버스를 갈아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에 매장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들 지붕에 눈이 덮여있고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는 중이라 오늘은 말고 맑은 날 가자고 생각했으나, 어제 사온 빵으로 아침을 먹고 치우고 있으려니 비가 부슬비로 바뀌기 시작한다. 마침 주말엔 차비도 할인을 해주는 지라, 일단 나서보기로 한다. 딸기는 집 보기로. 눈치가 말짱해서 일단 안 데리고 갈 태세면 소파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입만 잔뜩 내밀고 있다. 데리고 갈 것 같으면 깡총깡총 뛰고 난리도 아닌데 말이다.

스카이트레인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려 하니 우리 말고도 IKEA로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일본인 커플이 교환(환불?)을 하려는 듯 이케아 쇼핑백을 들고 있다. 저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겠구나 속으로 생각. 하지만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있어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2층 매장은 전시장이다. 넓은 매장에 여러 집들의 내부를 꾸며놓고 (거실, 침실, 아이 방, 부엌 등등)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아보든 누워보든 하게 한다. 수많은 방들을 구경하고는 그 안에 놓여진 소품이나 가구들이 마음에 들면 1층 매장에 가서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좁은 공간을 여러 가지로 활용하게 하는 아이디어가 담긴 생활용품이 정말 많다. 구경하면서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우리가 비싼 운송비를 들여 가지고 온 식탁의자 라든가 서랍장 등등이 너무 저렴한 것이다. 물론 고급스러운 원목 가구들은 비싸지만 애초에 우리가 쓰던 것들이 그다지 좋은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 여기까지 끌고 올 필요가 없던 것이었다. 남편은 화를 내면서 운송회사 사람을 욕한다. 사실.. 그 사람들은 이곳에서 생활도 했다고 하는데 장삿속에 이런 걸 다 가져와야 한다고 얘기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사면 배달비를 만만치 않게 지불해야 한다고 억지로 서로의 마음을 위안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우린 당분간 차를 구입하지 않을 생각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우리가 가져온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차차 우리 마음에 드는 집으로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이런 곳을 구경하다 보면 보영이 생각이 난다. 여기 구경 오면 정말 좋아할 텐데. 나중에 보영이가 오면 같이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엄마나 어머니도 무척 재미있어 하실 것 같다.

자규 씨가 올 것을 대비해 소파에서 편히 덮을 수 있는 모직 담요를 한 장 사고 알뜰 주걱(밥 풀 때 필요할 것 같다. 이 집엔 나무주걱이 하나 있었는데 남편이 밥을 푸다가 부러뜨렸다. –;; ) 한 개, 샤워커튼이 싸길래 한 개 (뭐 품질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곳의 5분의 1 수준) 샀다. 이 동네는 욕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기 때문에 샤워커튼은 필수적이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보니 이케아 매점서 정말 저렴한 핫도그를 판다. 핫도그 두개와 콜라 한잔이 단돈 2불(1600원)! 좀 작긴 하지만 다른 곳은 핫도그 하나만 2.5불 이상 하는 걸 볼 때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그 옆에는 스웨덴 잼과 사탕, 그리고 과자 등을 파는데, 그걸 보면서 스웨덴의 국가 홍보 방식이 참 괜찮다고 생각해본다. 지금 사는 아파트도 그렇고, 도착해서 잠시 머물던 숙소도 그렇고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집들은 IKEA의 물건들을 적어도 몇 개는 갖추고 사는 것이다.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이 잘 갖추어진 놀이방에서 노는 동안 어른들은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 집을 꾸며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한다. 이런 공간을 제공하는 이케아는 멋진 곳이라 생각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따뜻한 핫도그로 점심을 때우고 다음 코스로 이동.

코스트코는 스카이트레인 Production Way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다. 우리처럼 걸어서 가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돌아가게 되어있고 그나마 인도가 아주 좁다.
가장 싼 매장이라는 코스트코는 한국에 비해 조금은 더 창고 같은 모습이다. 그야말로 도매점이다. 대부분의 공산품들이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다. 먼젓번 돌아다닌 시간도 꽤 되고 해서 간단히 먹거리를 좀 산 후 집으로 돌아온다. 이곳은 역시 싸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씩 판다. 돼지고기, 베이글과 소시지, 대용량 감자 샐러드를 산다. 매일같이 산책 삼아 시장엔 가지만 그날그날 먹을 것들만 조금씩 샀는데 모처럼 나온 김에 당분간 먹거리가 확보되어 뿌듯하다.

오늘도 이럭저럭 하루가 갔다.
아직 일도 공부도 시작하지 않아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노는 얘기만 쓰고 있는 것 같아 좀 민망하긴 하지만.. 적응하는 공부 기간이라 생각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