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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쁘다.
일도 얼마 안 하는 처지에 뭐가 그렇게 바쁜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뭐 별달리 하는 일도 없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바쁘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도서관에 나가고 주말엔 할머니 친구들이랑 (영어를 배운다는 명목 하에) 놀고 또 다른 친구도 만나고 집에 있는 날도 책 좀 들여다보고 등등 하다보면 한 주가 후딱 가버린다.
일은 하루에 4시간~8시간 정도씩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하는데 4시간을 해도 꽤 강도가 높은 것 같다. 그리고 영어를 계속 써야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쉽사리 피곤해지는 것 같다. 그렇긴 해도 꽤 재미있고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아 내년쯤엔 관련공부를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2년 짜리 코스를 마치면 전일 근무 직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꽤 있다는 것 같다.
남편도 정부 지원을 받아 공부를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얼마 후엔 둘 다 학생으로 변신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들과 노는 것도 꽤 재미있는데, 마리 할머니는 날씨가 계속 흐리고 게다가 캠핑지 주변 인디언들이 밤 사이 값비싼 낚시도구를 훔쳐가(!) 보험 처리를 하기 위해 섬에 돌아와 있고, 수잔 할머니네 집엔 각종 새들이며 다람쥐들 구경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아 영어공부라기 보다는 오락 삼아 가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해먹고 있다. 우리가 점심을 한국식으로 준비하는데, 우리의 변변찮은 요리솜씨가 한국요리의 전부라고 생각할까봐 약간은 미안하다. –;
어떻게 보면 할머니들이 은퇴해서 별달리 할 일이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임에 불러주고 여러가지 문화의 차이들을 가르쳐주고 영어 발음이 틀릴 때마다 지적해주고.. 우리에겐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나이 때문에 수잔 할머니는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고 마리 할머니도 전에 다친 허리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두 분 모두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을 만나면 한국의 가족들이 보고 싶어진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