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rch 2005

바쁜 생활에 감사..

지난달 한국에 다녀왔다.
사람들에게 연락 거의 안하고 가족들과만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이민 후 식구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오기 전 분주하게 사람들을 만나느라고 오히려 가족과는 얼굴보기도 힘들 정도였던 걸 많이 후회했기 때문에 한국에 가게 되었을 때 가족과만 지내다 오겠다고 미리 결심했었다.
캐나다에 돌아온 후 그리운 사람들이 떠올라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에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더 이상 매일매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는 얘길 읽었다. 그래서 일기에 간단하게라도, 예를 들어 ‘앞집 친구랑 산책’ 정도라도 적어놓았다가 나중에 읽어보면 좋다는데…… 매일 뭘 했는데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그래서 한 가지에 충실했던 것이 나았다고 또 생각하게 된다.

와서 슬픈 소식을 들었고 – 그래서 그 동안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추슬러져 또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어제는 일주일 동안 머물던 학교선배 J형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우리도 평상시엔 안 가던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서울 사는 사람은 관광객 다 가는 남산타워 안 가는 것처럼 여기서 우리도 그런 곳에 별로 다니는 일이 없다.)
수확은 밴쿠버아일랜드에 갔다가 시드니라는 작은 동네를 알게 된 것. 동네에 마치 시네마천국에 나올 것 같은 작고 낡은 극장이 있는 귀여운 곳이었다. 하지만 동네 전체로 봐서는 고급스런 느낌이 드는(은퇴한 여유 있는 노부부가 살 것 같은) 곳이었다.
우리 서클 사람들이 그렇듯 손님 같지 않게 편하게 있다 갔는데도 가고 나니 허전하다. 일주일 동안 누워있던 소파가 비어있으니 휑한 느낌이다. (집에 있던 동안 거의 소파와 합체였다고나 할까.. –;;;)

1주 반 전부터는 이민자 봉사회에서 주최하는 커리어 액시스 과정을 듣는다. 남편이 듣던 것과 비슷한데 수업은 별로 빡빡하진 않지만, 직업시장 조사라던가 캐나다 식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쓴다던가 하는 식으로 숙제가 많다. 남편은 적성검사 결과 전자 기술 쪽과 냉공조 기술 쪽이 맞는다고 해서 학교에 갈 계획(대기인원이 많아 당장 갈 수 없으면 인턴 등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을 세우고 있고 나는 사회단체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 맞는다고 해서 자원봉사나 파트타임으로 시작해볼까 하고 있다. 일단은 지금 듣는 코스가 끝나고의 일이지만.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은 대부분 갓 이민 온 사람들인데 필리핀에서 온 친구가 셋, 멕시코에서 온 친구가 하나, 슬로바키아에서 온 친구가 하나, 그리고 나머지 여섯은 중국에서 왔다. 온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다들 영어실력이 대단하다. 특히 필리핀에서 온 사람들은 영어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여 부럽다. (그런데 발음이 특이해서 잘 못 알아듣겠다. –;;) 남편은 다른 두 한국사람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던데 우리 반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난 목요일엔 J형과 함께 오랜만에 섬에 다녀왔다. 우리 후임으로 오기로 했던 사람이 취소를 해 버려서 사람이 모자란 상태로 운영이 되고 있어 좀 힘들어 보였다. 부탁을 받아 다음주엔 이틀 도와주러 가기로 했다. 다음 주는 부활절 연휴기 때문에 무척 바쁜 때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도 연휴를 즐기고는 싶지만, (작년엔 일하면서 휴일이 가장 바빴기 때문에 그만두면서 휴일에 놀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었다) 그래도 여러 가지로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서 냉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주 주말은 집에서 쉬고 다음 주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금요일, 토요일은 섬에서 보내게 된다.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강이관 (2005-03-22 21:21:00)
멋지다!

Ana (2005-04-12 12:01:21)
언제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