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ly Archives: 2006

세상에는 65억 4천 30만개의 개성이 있다.

뒤통수가 예뻐서 빡빡 깎는 사람이 있다.
반항하려고 머리를 빡빡 깎는 사람이 있다.
테리우스처럼 멋지게 기르고 싶지만 유전자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빡빡 깎는 사람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니지만 자기 눈에 멋있어 보여서 빡빡 깎는 사람이 있다.

겉모습을 보고 평생 눈이 즐거우라고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가진 것을 보고 안정되게 평생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이 착한 걸 보고 평생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니지만 꿈이 같다는 이유로 평생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돈이 없어서 속상한 사람이 있다.
돈이 없어서 속상한 사람보다 돈이 더 없는데도 속상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돈 많이 벌어서 풍요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돈 적게 벌어 빠듯해도 다른 재미있는 거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돈 얘기가 지겨워서 다른 얘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동물을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개나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다.
여름이 되면 보신탕을 꼭 먹어줘야 하는 사람이 있다.

고기를 안 먹으면 기운이 없는 사람이 있다.
고기가 맛이 없어서 안 먹는 사람이 있다.
고기가 맛있지만 다른 이유로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 있다.

아이를 보면 좋아서 미소짓는 사람이 있다.
아이 우는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 있다.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기 싫은 사람이 있다.
돈이 없어도 아이를 낳아 즐겁게 키우는 사람이 있다.
돈과 상관없이 아이를 낳기 싫은 사람이 있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에게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듣기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계속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남들 연애하는 걸 보면 염장지른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남들이 연애를 하건 뭘 하건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다.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결혼은 안 하고 동거만 쭉 하고싶은 사람이 있다.
결혼이고 뭐고 다 귀찮고 혼자 노는 게 가장 즐거운 사람이 있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상황이 안 되어 못 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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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람들 중에 나는 어떤 유형일까? 내게 해당되는 내용이 없을 수도 있을까?

당연하다.
65억 4천 30만개의 각각 다르게 생긴 개성들이 저 위에 열거한 몇가지에 다 해당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인다. 더우기 그 개성들의 뭐가 옳다 뭐가 그르다 일반화해서 얘기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노릇이다.

물론, 인간이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보니까 누군가의 개성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담배를 피는 건 개인의 선택이나 다른 사람들이 흡입할 수 있는 반경 내에서 피면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럼 소심한 내가 피해야지.)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이상 하늘이 내린 ‘인생지침’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사는 모양새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