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ly Archives: 2006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

아랫글은 2003년 1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

결혼해서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집에서 살게 되었을 때 가장 후회했던 것은 채광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항상 아침일찍 회사에 갔다가 밤이 되어서야 집에 오곤 했던 나는 (그리고 주말엔 잠만 자고..) 집안에 햇볕이 잘 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몰랐던 것이죠.
지금 우리집은 지하방도 아닌 3층임에도 불구하고 낮에도 공부를 하거나 할 때는 형광등을 켜야할 만큼 해가 잘 안 듭니다. 베란다는 북향이고, 그나마 겨울엔 문을 닫아놓기 때문에 어둡거든요. 컴퓨터방엔 아침에만 잠깐 해가 드는데.. 노트북을 쓰는 이유로 그 방엔 잘 안 있으니까 별 도움이 안된답니다.
딸기한테도 이것에 대해서는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볕이 잘 드는 시댁에 가면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채우려고나 하듯이 항상 따뜻한 양지에 앉아서 햇볕을 즐기곤 하는 것이죠…

어쨌든, 그래서 장차 내가 살 집의 첫번째 선택요건은 “채광”이랍니다.
다음집은 아마도 밴쿠버에서가 될 것 같은데, 해가 짱짱하게 드는 우리집의 사진을 올릴 예정입니다.

=====

그리고 사진은 오늘 아침에 찍은 딸기의 모습. 동쪽과 남쪽으로 창이 나 있어 아침부터 오후까지 해가 든다. (이제 늦은 가을부터는 해 보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

요즘은 출근시간이 안 맞는 날은 혼자 스카이트레인과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스카이트레인이라는 것이 지상에 떠있는 레일로 다니는 것이어서 창 밖으로 밴쿠버부터 우리 동네인 코퀴틀람까지의 모습을 보면서 오게 된다.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거리의 모습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고 나는 도대체 이 낯선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면서 이 생각 저생각 하다보면 감사하게도 우리가 바라던 일들 중 많은 것이 천천히지만 이루어졌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남편은 뭔가 문제가 있는 걸 고쳐주면서 사람들의 골칫거리를 덜어주고 싶어했는데 지금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사내 도서실에서 일하던 직원을 부러워했는데 바로 또 그 일을 하고 있고. (꿈이 작다고? 어쩔 수 없다. 어쨌든 하고싶은 건 하고싶은 거니까.)

예전에 하고싶어 하던 일들을 하게 되었음에도 또 지금의 현실에 이것저것 불평이 생긴다. 사람은 언제나 현실에 100% 만족할 수는 없게끔 설계되어 있나보다.
뭔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해 줄 불만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