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연휴 동안 매일 있었던 약속은 (우리같은 자폐부부에게 흔치 않은 빡센 스케줄) 23일 점심약속 제외하고는 눈이 계속 오는 바람에 모두 취소하였다.
24일과 25일엔 블라인드를 활짝 열어놓고 창밖에 쌓인 눈 위로 또 와 쌓이는 눈을 보면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감사하면서 조용한 연휴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빵을 구워먹거나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뒤져 이것저것 만들어먹으면서 한국의 성탄특집 오락 프로그램을 보거나 리틀 빅 플래닛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이 게임은 리모트를 하나 더 연결하면 K군과 나와 함께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화면 속에서 인형 두개가 졸졸졸 뛰어다니는 게 정말 귀엽다.)
사실 연휴동안 지난 학기에 시간이 부족해 대강 넘어간 부분의 책을 좀 읽으면서 공부를 한다거나 하면서 보람찬 나날을 보낼까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귀걸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내년의 결심 등을 차분하게 써놓은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나도 한번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연말이어선지 요즘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야 하겠다던가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기도 했다.
1.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
나같은 투덜이 걱정순이에게 이 것은 정말 대단한 결심이다.
이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눈이 와 공항에 고립된 사람들의 모습을 티비 뉴스에서 보면서였다. 사흘째 공항에서 비행기가 뜰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는데 한 사람은 약간은 초연한 모습으로 뭐 어쩌겠냐면서 어깨를 으쓱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다른 한 사람은 옷을 사흘째 못 갈아입었다고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울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처지에 있었지만 첫번째 사람은 그 안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이었고 두번째 사람은 물론 처지는 딱했지만 보는 나에게 조금 짜증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순간 나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전달되겠구나 하는 걸 깨달으면서 가급적이면 매사에 긍정적이고 여유롭게 대처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 결심을 되새기면서 한 해를 살아갔으면 좋겠다.
2. 건강에 신경쓴다.
뭐 원래 건강에 신경쓰는 타입이긴 했으니;; 계속 직접 음식 직접 만들어 골고루 먹고 하는 것에다 운동을 좀 신경써서 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작년 요맘때도 운동을 열심히 해보겠다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며칠만에 흐지부지되었으니;; 이번엔 좀더 꾸준히 하겠다고 생각중이다. 하루 걸러씩 콘도 1층에 내려가 자전거도 조금씩 타고 공 (운동용 큰 고무공.. 정식 이름이 뭔지 모름)에서 윗몸 일으키기도 조금씩 하고 할 예정이다. (심각한 운동부족으로 그제는 윗몸 일으키기 열번 했더니 속이 미식거리는 사태 발생;;)
3. 거의 십여년째 매일 하고있는 결심 – 영어공부
말해 뭣하겠냐만서도.. 요것 역시 매년 빠지지 않는 결심. 올해는 그냥 하루에 10분 정도만이라도 문법이나 단어를 들여다보자- 하는 매우 소박한 계획.
뭐 딱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다. 또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요 세가지만 꾸준히 해도 훌륭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혼자 만족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