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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land 여행 – day 7

이제 하룻밤만 더 자고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집에 가면 출근도 열심히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또 일상으로 복귀하는구나 생각하니 아침 창밖의 새소리도 아쉽고 주위의 푸르른 나무들도 아쉽다. 날씨는 비가 무섭게 쏟아졌다가 잠깐 햇빛이 나왔다가 또다시 비가 오는 걸 반복.


일단 그동안 살까말까 망설이던 겨울용 침낭을 사고 일찍 차에 짐을 모두 실어놓은 후 남은 시간은 푹 쉬기로 계획을 세우고 아침도 먹기전에 부지런히 나갔다 오기로 한다. 영하 20도용 침낭 하나 영하 10도용 하나 이렇게 사고 기분좋게 돌아왔다. 빈 속이라 얼른 순두부찌개를 끓여 밥을 먹자고 얘기하면서.

매일 주차를 하던 오두막 옆보다는 집 앞쪽으로 차를 대면 트렁크에 짐을 싣기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차를 살살 그쪽으로 댔는데, 이것이 휴가 마지막날 다섯시간 삽질의 시작이 된다. 계속 비가 온 탓인지 원래 땅이 그랬는지 온통 진흙탕이라 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바퀴가 헛돌기만 하는 것이었다. 다시 차를 뺄 수도, 집 쪽으로 더 댈 수도 없이 깊지도 않은 진창 (한 20센티도 안 되었던 듯;;)에 빠져버린 우리 차… ㅠㅠ
저속으로 기어를 낮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지만 오히려 더 깊이 빠지기만 할 뿐. 한 30분쯤 헤맸을까, 차는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더 나쁜 위치가 되고 있다. 패닉에 빠져있다가 K씨의 의견대로 일단 밥을 먹고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나는 멍때리고 K씨는 밥을 하고 찌개를 끓여서 먹는데 둘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
일단 나는 설거지랑 짐 정리를 하기로 하고 K씨가 혼자 작업을 해보겠다고 한다. 비바람은 계속되고.. ㅠㅠ

K씨가 정말 엄청난 고생을 해서 타이어 바꿀 때 쓰는 기구로 차를 들어올리고 진탕에 벽돌을 넣은 후 다시 한번 차를 움직여보자고 해서 나갔는데, 차가 애매하게 움직이고 다시 진흙탕에 빠져 이젠 견인도 할 수 없는 각도로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바퀴는 헛돌기만 하고… ㅠㅠ

사진으로는 정말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 나무를 뽑아내는 게 더 쉬울지 기중기로 차를 들어내는 게 더 쉬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


집주인 아줌마의 꽃삽;;으로 흙을 퍼내고 그 자리에 벽돌을 껴서 차를 빼내보려 시도중인 K씨


차를 조금 들어올리고 바퀴밑에 벽돌을 집어넣어서 차를 움직여보려고..

나도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벽돌을 나르고 (엄청 무거워!) 꽃삽으로 흙을 퍼서 진흙을 어떻게든 굳혀보려 말 그대로 삽질을 계속했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바람은 엄청 불고 빗방울은 떨어지고.. 춥고 힘들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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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섯시간이 넘게 흘렀다. 결론적으로, 모든 시도는 실패. 다행히 차의 각도를 다시 견인이 가능한 정도로 틀어놨다는 게 유일한 성과. (=> 5시간 전의 처음 빠진 위치로 다시 돌려놨다는 얘기임.. ㅠㅠ)

하는 수 없이 마지막 보루였던 집주인 아줌마께 전화를 하자 깜짝 놀라 바람처럼 등장해서 아줌마의 차와 우리차를 밧줄로 연결, 밖으로 끌어내 주었다. 아줌마가 오기 전에 나는 벽돌을 물로 대강 닦고 K씨는 그것들을 다시 제 자리에 옮기고. 꽃삽도 있던 자리에 꽂아놓고. (좀.. 많이 휘었다..;;)

진흙탕에서 구조된 차의 몰골은 아마존 밀림을 1박2일간 헤매다 온 기세. 아줌마가 가르쳐 준 세차장에 가서 세차를 한다. 차 닦아주는 소년이 어디 숲에 갔다 왔냐고 농담을 하는데 사실은 집 앞에서 20센티 빠졌었다고는 말 못하지.. ㅠㅠ 우리차가 도시형으로, 연료 절약을 중시해서 설계된지라 추진력이 너무 없기에 이 생고생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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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를 하고나니 탈진이 되어 뭘 해먹을 기운도 사먹을 기운도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일단 차가 다시 움직인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 힘이 났기에 김치볶음밥을 만들겠다고 자원했다. 한 3-4인분 만든 것 같은데 둘이서 아무 말도 않고 다 퍼먹어버렸다.


알람들의 계란도 끝까지 수고해 주었습니다.

이 날은 짐 싣는 건 포기하고 일단 진흙이 잔뜩 묻은 옷을 빨고,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정말 10초안에 잠들어버렸다…(고 나중에 K씨가 말해줬다.)

P.S. 오늘 본 기사 중 하나: 캐나다 알버타 주의 중년부부가 3월말 라스베가스의 행사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난 후 실종, 49일만에 부인만 차와 함께 구조되었다. 이 부부의 차가 진흙탕(!)에 빠져(!!) 고전하다가 부인은 차에 남고 남편은 도움을 청하러 차를 떠났는데, 부인은 차에 있던 시리얼바와 쌓인 눈으로 연명하다가 사냥꾼들에게 발견되었다고. 현재 남편은 계속 실종상태다. 정말 남의 일이 아닌 이야기인 것이다. 아저씨도 무사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