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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여행 – day 3

11월 16일 일요일

전날 TV를 보다가 9시 정도에 잠든듯.. 어김없이 4시쯤 눈을 떴다. 맘먹으면 더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마지막 날이란 아쉬움에 주섬주섬 일어나서 일기장을 펴들었다.

한동안 일기를 쓰고 다시 한숨 더 자고 일어나니 8시. 천천히 나갈 준비를 한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정리하고. 괜히 큰 가방을 챙겨서 필요없는 물건들을 너무 많이 가져왔다. 이렇게 많이 걸어다닐 줄 알았으면서 운동을 하러 가리라 정말 생각한 거야? 도대체 운동용 티셔츠와 반바지는 왜 챙겨왔을까;; 운동화도 챙길까 생각했는데 챙겼으면 정말 후회했을 듯. 그리고 두툼한 책 한 권. 기차와 버스, 그리고 밤에 할 일 없을 때 읽어야지 했지만 기차에선 밖에 구경하고 노느라, 그리고 버스에선 어두워서 책읽기가 어려웠다. 밤엔 물론 피곤해서 기절하고.

뭐… 그래도 이전에 비해 많이 간소해지긴 했다. 딸기와 여행할 땐 딸기 짐이 우리 짐보다 많았는데. 딸기 방석, 밥그릇, 수건, 그리고 생식을 하는 딸기를 위해 방을 잡을 땐 반드시 냉장고가 있어야 하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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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없었지만.. 음료수는 얼음 그릇에 차게 보관할 수 있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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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은 시애틀 버스 티켓. 충전카드를 쓰거나 현금을 써야 하는데 현금으로 내면 이렇게 표를 찢어준다. 환승시간이 표시되어 있는게 귀엽.

이렇게 짐을 다시 챙기고 있으려니 어젯밤 주문해둔 룸써비스 아침식사가 도착했다. 여행을 하면 그 동네의 저렴한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호텔 룸써비스를 이용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아침에 일찍 나가 EMP에 다시 가보기로 했는데 동네 수퍼가 아니면 아침 먹을 곳이 마땅치 않기도 했고, 호텔에서 청소 서비스를 매일 이용하지 않을 경우 5불 쿠폰을 주는데 그걸 써볼까 싶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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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분을 다 먹게 될 것 같지 않아서 1인분만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다. 역시나 아주 예상 가능한 맛. 호텔 조식이 그렇지 뭐. 속이 불편해서 이런 메뉴는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시도해본 결과 한 30번 이상씩 (고기 등은 그 이상) 씹어서 먹으면 대부분의 음식이 속이 편하다는 걸 알았다. 식사시간이 엄청 길어진 것이 좀 힘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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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후다닥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맡아줄 수 있다고 하기에 중요한 것들만 챙겨 EMP로 고고씽. 호텔에서 한 10분 정도만 걸으면 되는 거리에 있어 또 위치 좋다고 재잘거리면서 ㅎㅎ 날씨는 고맙게도 또 청명하다.

EMP 도착. 어제 받은 리턴 티켓을 주고 새로운 색의 스티커를 받아 옷에 붙이고. (매일 색이 다르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기다리는 줄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얼음벽을 엘리베이터로 올라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4D 체험이었다. (미리 어지럽거나 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동의서 싸인까지 받는 미쿡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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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상이 사진이 아닌 게임같은 거친 영상이라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1분간 머리 주변으로 바람이 불면서 주변 상황이 바뀌니 저절로 철창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더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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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분간의 체험을 마치고 어제 꼬마들이 북적대서 제대로 못 놀았던 사운드랩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기타 놀이, 키보드 놀이, 드럼이랑 엉망진창 잼도 해보고 놀았다. 무려 지미 핸드릭스가 썼던 모델의 기타가 연결되어있어서 좀 감동.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왼손잡이였던 지미 핸드릭스의 기타는 6번줄이 맨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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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전시장. 강남스타일이 빠지면 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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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험 중인 K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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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를 나와 맞은편으로 가니 Pacific Science Center가 있었는데 인터스텔라를, 무려 K씨가 부르짖어 마지않던 필름에 아이맥스로 상영하고 있었다! 우린 인터스텔라를 이미 보긴 했지만 아이맥스로 보면 또 어땠을까 궁금했는데 미리 예매해둔 버스 시간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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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와 PSC가 있는 시애틀 센터에서 조금 내려가면 조각공원이 나온다. 언덕 아래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산책로를 따라 띄엄띄엄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선명한 붉은 색의 의자들이 조르르 놓여있어 더 예쁘게 보였다. 산책로 끝까지는 가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만담을 나누다가 동네 구경을 나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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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공원에서 보이는 바다와 그 옆을 달리는 기차. 우리 기차도 저기를 통과해 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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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서 놀던 멍멍이 발자국. 딸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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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점심때가 되어가고 해서 가는 길에 점심도 먹기로 했다. 우리의 가장 심각한 토론 중의 하나인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과정을 거쳐 선택된 곳은 작은 일식집. 나는 밥이 먹고 싶었고 K씨는 돈까스가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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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런치박스를 주문했는데 양이 엄청 많아서 완전 기뻤다. 버스에서 먹을 저녁을 따로 준비할 참이었는데 런치박스를 남겨서 싸가면 한끼분이 될 것 같았다. 점심도 맛있게 먹고, 남은 음식을 싼 다음 남은 녹차도 야무지게 보온컵에 담았다. 우리가 가본 식당들에 국한된 거지만, 여기 일식당과 베트남 식당에서는 차를 주지 않더군. 밴쿠버의 일식당, 중국식당들과 베트남 식당들은 대부분 녹차를 기본으로 제공하는데. (딤섬집에서는 따로 받는 곳이 많아졌다.) 자리에 앉으면 보통 차 대신 얼음물을 내오곤 했다. 차는 주문해서 사서 마셔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내려가는 길에 버스에서 소화를 도와줄 진저비어(생강이 든 탄산음료)를 한 병 사고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았다. 이틀밤을 편히 쉬었던 호텔을 떠나 버스를 타러 간다. 처음 생각에 기차나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운전하는 것과 시간상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역까지 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훨씬 오래걸리긴 하는 것 같다. 일요일이라 버스가 자주 없어서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더했던 듯. 대신 운전하는 스트레스가 없고 그 시간동안 쉬거나 다른 걸 하고 놀 수 있는 건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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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갈아타는 곳. 단풍이 예뻐서.

호텔 부근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간 후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그레이하운드 역에 도착. 미리 표를 구매해놔서 별다른 과정은 필요없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흑인이었는데 특유의 억양으로 출발 및 도착 방송을 해서 마치 랩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 아저씨도 그렇지만 우리가 목적지를 물어본 다른 기사분도 흑인이어서 랩을 하듯이 대답해줬는데, 이 특유의 억양이 상당히 매력이 있다. 좀 생소해 잘 못 알아듣겠긴 하지만 그 리듬감이 좋다.

기사 아저씨가 표와 여권을 체크한 후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생각보다 편안하고 와이파이도 잡힌다. 덕분에 그동안 밀린 웹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히터가 너무 따뜻하단 느낌이긴 했지만 자주 서서 (거의 완행버스였다. 국경 도착전 4-5개의 도시에 정차했던 듯) 내려 바람도 자주 쐴 수 있어서 많이 답답하진 않았다.

국경에 도착하니 승용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버스는 전용 창구가 있어서 웬지 빨리 가는 느낌이라 좋긴 했으나 짐을 모두 들고 버스에서 내려 개별적으로 심사를 받아 좀 귀찮기도..

별 문제 없이 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 탑승. 국경을 넘자 웬지 집에 왔다는 포근한 마음이 들었다. 여행 가서 놀고 있을 땐 집에 갈 시간이 천천히 왔으면 싶지만 그래도 내 집 내 나라에 온 편안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웬지 기분이 좋아져서 K씨랑 수다를 떨다보니 금방 우리집 주변 역이다. 내려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이틀전 새벽에 우당탕 나섰던 집은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기한테 다녀왔다고 인사하고 씻자마자 피곤이 몰려온다. 침대에 기어들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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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짧은 여행이 끝나고, 다음날 아침엔 또 분주하게 감자를 볶고 달걀말이를 해서 아침을 먹고 각자 일터로. 여행기간 동안 날씨도 더할 나위없이 좋았고 숙소며 식사도 제법 만족스러워서 잘 쉬고 온 여행이었다. 벌써부터 다음 여행은 언제쯤 갈까.. 고민될 만큼. 건강이 허락해주어 다닐 수 있을 때 자주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