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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2월이 되었을 때도 깜짝 놀랐는데, 12월의 3분의 1이 쑥 지나가버렸음에 또 놀라고 있다. (가만 보면내 블로그 포스팅의 대부분은 시간의 빠름에 놀라는 것인 듯..)
고통스러웠던 2014년이었기에 올해도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2015년은 의외로 담담하게 지내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때로는 소소한 행복을 느낀 적도 있었던 해였다.

여름에 K씨가 직장을 옮기고 나도 근무시간을 바꾸게 되면서 K씨와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는데, 작다고 생각했던 이 변화가 꽤 큰 행복감을 주고 있다.
K씨가 크게 바쁜 날이 아니면 보통 네시 반이면 집에 온다. 내 퇴근 시간도 비슷하고. 간단히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고 집 주변을 산책하고 공부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산책 겸 해서 다음날 반찬거리를 사들고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씩 물고 돌아오는 날은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대학원 수업도 많은 망설임 끝에 결정했지만 (회사에서 약간의 보조가 나오긴 하지만, 학비가 꽤 비싸고.. 더우기 현재 직업에 꽤 만족하는 편이라 전직의 필요를 느끼고 있지 않아서..)  그래도 공부를 하면서 뭔가 배운다는 즐거움을 많이 느꼈고 (녹슨 뇌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쾌감이랄까), 우울해 할 시간이 별로 없게 만들어주어서 나름 고마웠다. 심지어 K씨랑 싸울 시간도 별로 없어 사이를 더 좋게 만들어 주는 듯 ㅎㅎ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다시 새로 학비를 내야 하는 시점이 오니 또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며칠간 했는데, 동생이 한 마디로 정리해주었다. 공부하는 거 폼나니까 계속하라면서 ㅋㅋㅋ
(그러고보니 애초에 첫 학기 시작했을 때도 막 고민했는데 동생이 정리해줬었지. 어차피 달리 할 일도 없잖아? 하고 ㅋㅋㅋㅋㅋ) 

 

2014년엔 딸기와 엄마 뿐 아니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타지로 떠나 여러모로 허전했는데, 올해는 새로운 인연들이 생겨 그것도 감사하다.

올해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J님은 만날 때마다 즐겁다. 최근에는 남편들도 함께 만났는데, 관심사도 비슷하고 해서인지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곧 타지로 몇년간 떠난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이지만 뭐..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데 금세 또 만나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가 처음에 이민왔을 때 건너건너 알게 된 부부가 계신데, 몇년에 한번씩 잠깐잠깐 뵙게 된다. 얼마전에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오셨다고 초대를 해주셔서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했는데 조금 신선했달까.. 그랬던 시간이었다. 우리보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인데 깍듯하게 존댓말을 쓰시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귀기울여 듣는 모습에 좀 놀랐다. 인성이란 게..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 나이가 든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고. 나도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갖자고 새삼 다짐함. 역시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야 이런 깨달음도 얻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