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이 시간은 바쁘게 지나가 어느새 겨울이 끝나버렸다.
더 나이들기 전에 자연을 많이 즐기자고 K씨와 얘기하다 캠핑장에서 잘 수 있는 차가 있으면 좋겠다고 급 의기투합. 두 사람 살림에 캠핑카는 무리고 우리 둘이 잘 수 있을 정도의 차로 바꾸기로. 사실 이건 K씨가 항상 원해왔던 일인지라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어 있었어서 일사천리로 조사를 완료하고 두 주 만에 딸기 냄새가 밴 정든 차를 떠나보내고 우리 둘 다 마음에 드는 중고차를 들였다.
그래서 3월부터 이른 캠핑을 시작. 마침 3월 말부터 날씨가 좋아져서 그닥 춥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다.
올해의 첫 캠핑은 전기가 들어오는 바닷가 캠핑장. 옆 사이트와 너무 붙어있는데다 마땅한 하이킹 코스가 없어서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전기없이 자긴 아직 춥다. 그래도 캠핑장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는 게 큰 매력.
작년엔 가물어서 여름 내내 캠프파이어가 금지였다. 간만에 장작불을 때고.
그 전날 저녁거리였다가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투는 바람에;; 안 먹은 연어를 싸와서 먹음. 이거 말고는 먹을 것을 하나도 안 싸고 컵라면만 달랑 들고 갔다가 어찌나 후회를 했는지. 옆 사이트 꼬마들이 소시지를 장작불에 구워먹는 걸 보고 가서 혹시 남는 소시지 있으면 사고 싶었다 ㅠㅠ
음악 들으면서 바다 보고 불 보면서 멍때리다가 산책 좀 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찌감치 일어나 또 바다 보고 불 보면서 멍때리다가..
아침으로 먹은 또 ㅠㅠ 컵라면. 그래도 맛있긴 했어.
첫 캠핑의 교훈은 싸우지 말고 먹을 것을 많이 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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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간 쉬다가 또 캠핑을 갈 예정. 그 사이 날씨 좋았던 주말 당일 나들이. 아침 일찍 나가 두시간 정도 하이킹을 하고 피크닉 테이블에서 고기와 야채를 구워먹었다.
공원 바비큐는 잘 하지 않았었는데 호수 바라보면서 점심 먹으니 또 정취가 괜찮았다. 3월 캠핑의 교훈을 바탕으로 고기, 야채, 밥에 마트에서 비빔밥용 나물까지 챙겨갔다. 고기랑 야채 구워먹고 햇볕 쪽에서 책도 읽고 쉬다가 비빔밥 만들어 이른 저녁 먹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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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캠핑 사진을 바탕화면에 깔아두고 일하고 있음. 지난주로 겨울학기도 끝나고 당분간 아무 생각없이 여유를 즐길 예정.
직장 뒷편으로 난 산책로. 흩날려 깔려있는 벚꽃이 예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