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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네번째 캠핑 – E.C.매닝 파크(2)

푹 자고 맞이한 상쾌한 아침. 하늘이 청명하다. 밴쿠버 쪽 날씨는 흐리고 비라는데 운 좋게도 캠핑장은 반짝 해가 떴다. 먼저 일어난 K씨는 스크린하우스 안에 갇혀있는 새들을 탈출시켜 주었다고. 뭔가 먹을 걸 찾아 들어갔던 모양인데.. 나중에 봤더니 사다리며 테이블 위에 응가를 잔뜩 해두었다.. 이놈들.

아침은 계란과 파를 넣은 라면. 라면을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나트륨도 걱정되고 살도 무럭무럭 찌는 것 같아 캠핑 때만의 특별식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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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먹어본 진라면 매운 맛. 맛있다고 들었는데 별로.. 너무 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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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후 정리를 하고 나서 호수를 따라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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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아름다운 모습 안에 내가 있구나..

걷다보니 캠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와서 피크닉도 하고 즐길 수 있는 day use area. 카누와 카약 대여를 하고 있었다. 호수도 잔잔해 보이고 해서 잠시 뱃놀이를 하기로.. 비용도 한시간에 20불, 두시간 30불로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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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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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 사진찍는 동안 열심히 노를 젓는 K씨

호수가 잔잔해 보여도 바람에 따라 떠밀려 다니는지라 노젓는 것이 운동도 꽤 되었다. 호수를 두번 가로지른 후 카누 반납. 그런데 나중에 캠핑장 쪽으로 걸어오다보니 호수 안쪽까지 카약과 카누들이 다니고 있었다. 그쪽도 무척 아름다워서 카누를 일찍 반납한 걸 잠시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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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use area에는 마못 (마르모트?)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요녀석들은 이 근방에서만 서식하는지 밴쿠버쪽에선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두더지 게임처럼 여기저기 뚫려있는 구멍에서 쏙쏙 나온다 ㅋㅋㅋ

사람들이 음식을 주는 데 익숙한지 자꾸 뭔가를 바라는 눈길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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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뭔가 주고 싶어진다 ㅋㅋ

사람들 먹는 음식을 주기도 싫었지만 뭐 가지고 있던 것도 없어서 그냥 보고만 있던 참에 K씨가 보리차를 손에 조금 따라서 내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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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다람쥐에게 사기치고 있는 K모씨. 근데 얘가 보리차를 할짝 할짝 핥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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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침에 걸었던 호수 반대쪽을 따라 다시 캠핑장으로. 산과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종종 걸음을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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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하는 캠핑도 좋지만 K씨와 둘만의 캠핑도 편안해서 좋아한다. 낮잠도 자고 과자 먹으며 책도 읽고. 그렇게 여유를 즐기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은 마트에서 산 양념해둔 돼지갈비와 미리 썰어간 애호박과 느타리버섯 숯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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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화구이도, 알루미늄 포일도, 다 몸에 좋지 않다는데.. 그렇지만 캠핑을 오면 이런 건 잠시 잊어버리자 생각한다.

숯불에 구우니 아주 천천히 익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와인도 마셔가면서. 하늘이 아주 맑아서 어두워지면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볼 기대도 하면서. 모닥불도 열심히 지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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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깨질 듯한 머리와 쓰린 속을 부여잡고 차 안에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ㅠㅠㅠㅠ 팩에 든 와인이라 얼마나 마시는지 가늠이 안 되었고 게다가 달달한 맛이라 포도주스 마시듯 계속 마신 모양이다. K씨는 어제 낮에 물을 충분히 마신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멀쩡하게 일어나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계속 상태가 안 좋아서 K씨 혼자 너구리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계속 끙끙 앓고 ㅠㅠ
아.. 이렇게 마신 건 평생 두번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팩와인을 들고 캠핑에 오는 건 삼가해야 할 듯. 몇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마침 감기기운이 돌면 마시려고 가져간 꿀이 있다는 게 기억났다. K씨에게 꿀차를 타 달라고 부탁, 마시고 나서야 좀 상태가 나아졌다. 이래저래 뒷정리하느라 애썼던 K씨.. 미안햐..

원래 계획은 아침에 하이킹도 하고 점심 때는집에 가면서 예쁜 식당에도 들를 참이었지만 다 포기하고 동네에 와서 국밥으로 해장을 한 후 집에 가서 쉬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숯불 이후 사진도 없다는 이야기… K씨 말로는 그 날 밤 하늘엔 정말 별이 많았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