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맞이한 상쾌한 아침. 하늘이 청명하다. 밴쿠버 쪽 날씨는 흐리고 비라는데 운 좋게도 캠핑장은 반짝 해가 떴다. 먼저 일어난 K씨는 스크린하우스 안에 갇혀있는 새들을 탈출시켜 주었다고. 뭔가 먹을 걸 찾아 들어갔던 모양인데.. 나중에 봤더니 사다리며 테이블 위에 응가를 잔뜩 해두었다.. 이놈들.
아침은 계란과 파를 넣은 라면. 라면을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나트륨도 걱정되고 살도 무럭무럭 찌는 것 같아 캠핑 때만의 특별식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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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후 정리를 하고 나서 호수를 따라 걸어가 본다.
걷다보니 캠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와서 피크닉도 하고 즐길 수 있는 day use area. 카누와 카약 대여를 하고 있었다. 호수도 잔잔해 보이고 해서 잠시 뱃놀이를 하기로.. 비용도 한시간에 20불, 두시간 30불로 저렴.
호수가 잔잔해 보여도 바람에 따라 떠밀려 다니는지라 노젓는 것이 운동도 꽤 되었다. 호수를 두번 가로지른 후 카누 반납. 그런데 나중에 캠핑장 쪽으로 걸어오다보니 호수 안쪽까지 카약과 카누들이 다니고 있었다. 그쪽도 무척 아름다워서 카누를 일찍 반납한 걸 잠시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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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use area에는 마못 (마르모트?)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요녀석들은 이 근방에서만 서식하는지 밴쿠버쪽에선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두더지 게임처럼 여기저기 뚫려있는 구멍에서 쏙쏙 나온다 ㅋㅋㅋ
사람들이 음식을 주는 데 익숙한지 자꾸 뭔가를 바라는 눈길로 쳐다본다.
사람들 먹는 음식을 주기도 싫었지만 뭐 가지고 있던 것도 없어서 그냥 보고만 있던 참에 K씨가 보리차를 손에 조금 따라서 내밀어본다.
이번에는 아침에 걸었던 호수 반대쪽을 따라 다시 캠핑장으로. 산과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종종 걸음을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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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하는 캠핑도 좋지만 K씨와 둘만의 캠핑도 편안해서 좋아한다. 낮잠도 자고 과자 먹으며 책도 읽고. 그렇게 여유를 즐기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은 마트에서 산 양념해둔 돼지갈비와 미리 썰어간 애호박과 느타리버섯 숯불구이.
숯불에 구우니 아주 천천히 익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와인도 마셔가면서. 하늘이 아주 맑아서 어두워지면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볼 기대도 하면서. 모닥불도 열심히 지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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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깨질 듯한 머리와 쓰린 속을 부여잡고 차 안에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ㅠㅠㅠㅠ 팩에 든 와인이라 얼마나 마시는지 가늠이 안 되었고 게다가 달달한 맛이라 포도주스 마시듯 계속 마신 모양이다. K씨는 어제 낮에 물을 충분히 마신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멀쩡하게 일어나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계속 상태가 안 좋아서 K씨 혼자 너구리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계속 끙끙 앓고 ㅠㅠ
아.. 이렇게 마신 건 평생 두번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팩와인을 들고 캠핑에 오는 건 삼가해야 할 듯. 몇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마침 감기기운이 돌면 마시려고 가져간 꿀이 있다는 게 기억났다. K씨에게 꿀차를 타 달라고 부탁, 마시고 나서야 좀 상태가 나아졌다. 이래저래 뒷정리하느라 애썼던 K씨.. 미안햐..
원래 계획은 아침에 하이킹도 하고 점심 때는집에 가면서 예쁜 식당에도 들를 참이었지만 다 포기하고 동네에 와서 국밥으로 해장을 한 후 집에 가서 쉬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숯불 이후 사진도 없다는 이야기… K씨 말로는 그 날 밤 하늘엔 정말 별이 많았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