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춘분이었다. 주말에 친구 만나 수다 떨면서 햇살이 반짝이는 바닷가를 걷는데, 이제 겨울이 끝났구나 싶었다. 그 날 저녁 겨울 내내 돌려가며 입던 기모바지들을 다 빨아 널었다. (그런데 다음 날 비가 오고 추워졌다.. 꽃샘 추위인가…)
지난 주, 엄마 생신이었다. 한국은 여기보다 하루 이르니까 전날 그리고 당일, 이틀 연속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초를 켜 두고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도 커피를 참 좋아했는데.
올해는 감기 한 번도 안 걸리고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지난 주 목소리가 확 잠겼었다. 다행히 다른 증상들은 약했다. 주말에 놀러가고 싶었는데, 마침 비도 하루 종일 내리는지라 집에서 푹 쉬기로.
동생이 지난 여름 가져온 한방 감기약을 정말 열심히 챙겨 먹었다.
핑계 김에 잘 먹지 않는 라면도 뜨끈하게 먹었다. 무려 게와 배추, 무도 넣은 럭셔리 짬뽕 라면. 한국 식품점에서 게를 세일한다고 아저씨께서 목청 높여 외치시길래 샀는데 아주 작다. 이렇게 국물용으로 쓰니 좋긴 하네.
이어서 또 지난 주 해 먹은 것. 버터넛 스쿼시 사 둔 걸로 뭘할까 하다가 무려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를 따라해 봄. 집에 스쿼시, 병아리콩, 커리 파우더가 있어서 토마토랑 고수만 사서 만들었다. 시금치는 그냥 생략. 스쿼시를 각종 향신료와 함께 일단 오븐에 굽는데, 굽는 동안 인도 식당에 들어서면 풍기는 향기로운 냄새가 나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나는 꽤 맛있게 먹었고, K씨의 평은 “색다르다.”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ㅎㅎㅎ 고수는 처음엔 정말 못 먹겠더니..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
지난 주 어느 날 저녁엔 마파두부와 중국식 오이샐러드. 두반장을 사 두어서 마파두부를 종종 해 먹는데 K씨의 양념, 맛있다. 남은 양념에 두부 추가해서 점심으로 몇 번이나 활용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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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이 파이데이라고 동료가 파이를 구워 왔다 ㅎㅎ
혼자 식사를 할 땐 영양가가 높을 것 같으면서 조리법은 아주 간단한 걸 해 먹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K씨가 출장이며 교육 등으로 집을 비우면 의도치 않은 베지터리언이 된다 ㅎㅎ
아보카도 토스트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라기에 해 본 발사믹 딸기 아보카도 토스트. 마침 딸기가 있어서.. 맛은 그냥 그랬음.
다음날은 기본 아보카도 토스트 레시피를 시도. (토스트에 올리브유 뿌리고 아보카도 얹고 소금 후추 뿌림). 토스트를 너무 일찍 접시에 꺼내두어 눅눅해져서 망함.
검은 콩 통조림, 아보카도, 방울 토마토, 냉동 옥수수, 적양파, 실란트로 등을 라임즙과 올리브유로 섞은 남부식 샐러드. 점심으로 싸 가도 든든하고 나초와 곁들이면 맥주 안주도 되고 해서 종종 해 먹음.
브로콜리, 아보카도를 라임즙과 타히니, 메이플 시럽 등을 섞은 드레싱에 무친 샐러드. 타히니가 없어 피넛 버터를 씀. 바로 만들어 먹을 땐 맛있었는데 좀 많이 만들어서 어제 점심으로 먹었더니 좀 시다 싶었음. (아보카도 갈변할까봐 라임즙을 많이 넣었다.) 추천까진 아니고 그냥 무난함.
요것은 추천 메뉴. 오트밀이 여러모로 좋다는 얘기 (특히 콜레스테롤에 좋다고)는 익히 들었으나 식당 등에서 먹은 오트밀은 항상 맛이 없어서 그냥 밥할 때나 가끔 넣어먹곤 했는데,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찾아서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봄. (제대로라고 하기엔.. 준비 시간이 5분도 안 걸렸지만..)
사과를 작게 썰고 오트밀, 말린 크랜베리, 생강이랑 시나몬 등 향신료를 넣고 밤에 놔두었더니 오늘 아침 뜨끈하고 맛있는 오트밀이 완성되었다. 레시피는 설탕 제외 그대로 따라하고 대신 사과 한 개를 썰어 넣었다. 사과와 크랜베리에서 나온 단 맛이 충분해서 오히려 크랜베리를 좀 줄여도 되겠다 싶었음. 앞으로 오트밀 자주 해먹을 생각이다. 야채 넣고 달지 않게 만들어서 김이나 멸치볶음 등과 먹으면 K씨도 먹을 수 있을 듯.
지난 주말에 만난 C는 주기적으로 뭔가에 푹 빠져 있는데, 지금은 kefir 만드는 것과 홍콩 정치 뉴스에 몰두하고 있는 듯. C로부터 kefir grain을 분양받았다. (한국에도 한 때 티벳 버섯이라고 해서 유행했던 것 같다.)
kefir는 예전에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 만들다가 혹시 상했나 오염되었나 걱정되어 중단했었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상하면 색이 변하고 맛도 역해 바로 알 수 있다고 하네. 이번엔 큰 부담 갖지 않고 해보기로. 어차피 greek yogurt 사서 요리에도 사용하고 소스에도 사용하고 하니 여러모로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발효 중. 다행히 계속 흰 색이다 ㅎㅎ
이렇게 열심히 뭔가를 해 먹고, 뉴스를 열심히 듣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뉴스 말고 다른 마음의 양식을 좀 섭취하고 싶은데.. 때가 때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