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트레일러를 장만해서 가장 좋은 점은 날씨에 관계없이 캠핑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밴쿠버의 가을이지만 캠핑은 계속된다.
예보로는 비가 온다더니, 햇살이 따뜻한 맑은 날씨. 기분 좋게 미리 예약해둔 캠핑장으로 향했다. 보통 이 시기 쯤 되면 캠핑장 예약을 안 해도 자리가 많지만, 바닷가 옆의 이 캠핑장은 밴쿠버에서 무척 가깝고 바닷가 바로 옆이라는 장점 때문에 겨울에도 인기가 많다. 단점은 가격.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가 있는 주립 캠핑장 가격 ($35)에 전기 사용료 ($8)에 예약비 ($6)까지 합하면 $49.. 캠핑장 치고는 상당히 비싸다.
그래도 트레일러 옆이 바로 이런 풍경.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집에서 쓰던 보온밥통을 그대로 가져갔다.
밴프 여행 때 말다툼을 하고 화가 난 내가 각방이 아닌 각침대를 쓰려고 다리를 접다가 보조 침대 겸 테이블 다리를 망가뜨렸었는데, 우리는 트레일러를 지하주차장에 보관하기 때문에 보수할 일이 생겨도 밖에 나올 때만 손을 볼 수가 있다.
대자연을 벗삼아 다리를 고치고 있는 K씨.
이번 캠핑에는 J선배 부부를 초대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호수에 가서 무지개 송어를 잔뜩 낚아 오셨다.
모닥불을 피워 송어를 굽고… 언니가 매운탕도 맛있게 끓여주시고. 바로 잡은 물고기라 그런지 민물생선인데도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았다.
소주도 많이 가져오심 ㅎㅎ
이야기를 나누며 오랫동안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서 잠시 바닷가를 산책한 후엔 곧바로 저녁 준비 돌입 ㅋㅋㅋ 캠핑 가면 그냥 세 끼 먹고 나면 하루가 가는 것 같다.
모닥불 주변에 둘러 앉아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격렬한 정세 토론(?)도 나누고. 옥수수와 고구마도 구워먹으면서 늦게까지 두런두런.
나는 깊이 잠들어 몰랐는데 밤 사이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아침에 선배 부부는 일 때문에 일찍 떠나시고 우리는 조금 더 노닥거리다가 정리하고 돌아왔다.
도착한 날 시간도 잘 안 맞고 해서 하이킹을 못 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자연에서 하루 보내면 다음 한 주를 즐겁게 살아갈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