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 되었는지.. 잠에서 깨니 어둡고 비가 내린다. 이번 주 반찬 중 하나인 김치 콩나물국으로 뜨끈하게 아침을 먹고 출근했더니, 두 명이나 병가를 냈다. 한 명은 허리, 한 명은 무릎이 아프단다.. 비가 와서 그런가.
그래도 이런 날씨는 또 이런대로 분위기가 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책읽기 좋은 날씨.
오늘 아침의 차는 동생이 가져온 한살림 돼지감자 차. 구수하니 맛있다.
북클럽을 하니 평소 잘 읽지 않는 책들을 읽게 된다. 세월호 관련 책도 읽었고, 사놓고 미루던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도 읽음. 또 조만간 같이 읽게 될 듯 한 웹툰 송곳도.
이번 달 함께 읽는 책은 고흐의 서간집 영혼의 편지다. 이북 리더에 담아 짬나는 대로 읽고 있다. 할 일이 있으면 딴짓을 더 많이 하는 청개구리 체질이라, 도서관에서 집어온 다른 책도 읽기 시작. 미야시타 나츠의 양과 강철의 숲.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아주 아주 다른 거였음. 런치의 여왕 같은 일본 드라마를 봤을 때처럼, (오무라이스와 데미그라스 소스 만으로 12부작 드라마를 ㅎㅎ) 와.. 이런 소재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감탄을 하며 읽고 있다. K씨에게 신나서 얘기해 주다보니 내용은 전형적인 일드 느낌이었구나 싶어서 끝까지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읽는 내내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고 천수를 누린 역사의 죄인들에 대한 분노가 모락모락.. 사는 동안에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송곳
시시한 자들이,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모습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어 순간순간이 아프다. 결말에 보이는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살아도 되는 것일까.. 하고 한숨이 나오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그냥 하워드 진의 말을 생각하려고 한다.
“TO BE HOPEFUL in bad times is not just foolishly romantic. It is based on the fact that human history is a history not only of cruelty, but also of compassion, sacrifice, courage, kindness.What we choose to emphasize in this complex history will determine our lives. If we see only the worst, it destroys our capacity to do something. If we remember those times and places—and there are so many—where people have behaved magnificently, this gives us the energy to act, and at least the possibility of sending this spinning top of a world in a different direction.
And if we do act, in however small a way, we don’t have to wait for some grand utopian future. The future is an infinite succession of presents, and to live now as we think human beings should live, in defiance of all that is bad around us, is itself a marvelous victory.”
나의 발번역: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갖는 것은 그저 어리석은 낭만주의만은 아니다. 그건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 만이 아닌 연민, 희생, 용기, 그리고 친절함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복잡한 역사의 어떤 면을 중요시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가 나쁜 면 만을 본다면, 무언가를 해낼 우리의 능력은 파괴되어 버린다. 만일 우리가 인간이 훌륭하게 행동했던 때와 장소 – 매우 많다 – 를 기억한다면, 이는 우리가 행동할 에너지를 줄 것이고, 적어도 돌아가고 있는 세계라는 이름의 팽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줄 것이다.
그리고 만일 우리가 행동한다면, 아무리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우리는 어떤 위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이고, 우리를 둘러싼 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인간이 어떤 식으로 살아야하는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경이로운 승리이다.”
참 볼 때마다 멋진 말일세.
그나저나.. 낼 모레면 10월이고, 두 달 후면 해가 바뀐다. 벌써 내년 업무수첩이 생겼다. 2018년이라니..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