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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포스팅

경칩도 지나고 입춘도 지났다. 공식적으로 봄이다. (오늘 꽤 춥긴 했지만…)

목욕을 하면서 예전에 북마크해둔 블로그들을 방문해보다가 갑자기 기록을 하고 싶어져서 졸음이 오기 시작했지만 거실로 나와 벽난로를 켜고 자리를 잡았다.

부엌 공사를 마친 후 열심히 이것저것 해 먹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지냈다. 간만에 새로운 레시피들을 찾아내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편 몸 상태는 별로였는데, 연말연시를 중심으로 몇 주간 쉬지 않고 비가 내려 해를 볼 일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고 또 연말 연시에 나는 쉬고 K씨는 출근하는 날이 많다 보니 이벤트 차원에서 K씨가 좋아하는 기름진 초딩 입맛 요리들을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그래선지 건선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하지만 치킨은 맛있…

겨울이 깊어지기 전 해가 나오는 날에도 일하느라 집에만 있던 과거의 나를 원망하면서 비가 오더라도 잠시라도 산책을 나갔고 매일매일 엡솜솔트욕을 꾸준히 했다. 식생활은 크게 바꾸진 않았다. 이전처럼 집중적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지는 않았지만 딱히 조심하거나 하는 것 없이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
날씨가 괜찮은 주말엔 가까운 곳에 걸으러도 갔고, 외식도 몇 번 했다. 집에서만 있다보니 주말 이벤트로 김치와 깍두기도 조금씩 만들고 심지어 교자까지 만들었다. 전기압력밥솥이 사망해서 압력솥을 좀 쓰다가 인스턴트 팟을 마련해서 밥도 한번에 엄청 짓고 며칠 사이에 잡채 스파게티 요거트에 갈비찜까지 두루두루 해먹어봤다. 일단 밥만으로도 비싼 밥솥 안 사고 이걸 사기 잘했다고 생각. (우리는 보온 기능은 원래 사용하지 않아서…) 뭔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은 아니지만 일하는 바쁜 주중에 빨리 뭔가를 해 먹긴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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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추돌 사고 이후 목과 어깨 등의 통증 뿐 아니라 심각하게 잠을 못 자게 되었는데 (초반에는 악몽도 꾸고 자다가 깨면 목이 너무 아파서 한참 기다렸다 몸을 움직이곤 함) 침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침을 한번 맞았다. 신기하게도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을 땐 여전히 잠을 설치긴 한다. 그 스트레스가 다음날 운전해야 하는 스트레스였으니, 이것도 사고 부작용인가?) 일도 바쁘고 중간에 감기 기운이 있기도 하고 해서 아직 한번 밖에 못 갔지만 몇 번 더 가볼 예정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선을 위해 한약도 먹기 시작했는데 식생활을 크게 바꾸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원래 약효를 보려면 오래 걸리는 것인가 모르겠지만 건선이 한 방에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신 약을 먹고부터는 밤에 막 가려워서 깨는 일이 아직은 없다. 두세달 먹어야 한다던데 과연.. (이렇게 미심쩍어 하면서 약은 열심히 챙겨먹는다)

K씨의 직장동료들을 위해 fig pound cake을 한 번 구워서 보냈고 최근 결혼한 친구들을 위해 (신랑 신부 주례 외에 우리 둘만 증인으로 참석) carrot cake도 구웠다. 베이킹이 재미있다. 시간을 들여 정확한 계량과 시간대로 따라해서 그럴 듯한 결과물이 나오면 엄청 기쁘다. 많이 나눠주고 나는 조금만 먹는데 왜 배가 차곡차곡 자라는지는 모를 일이다.

마트에서 산 무화과가 맛이 없어 케익으로 만들었는데 괜찮다. 손 깨끗이 씻고 잘 싸서 선물용으로.
크림치즈 아이싱도 정식으로 만들어 얹은 당근 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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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여전히 어렵다. 이제 너무 열심히 하진 않으려 한다. 그냥 하는 만큼 해야지. 버티는 게 어디야. 이런 열악한 상황에 (영어도 안 되고 나이 먹어서 기억력도 딸리고 매일 다른 방식으로 일은 터지고) 이렇게 버티는 거 내가 봐도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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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 꾸준히 목욕을 하면서 한국 드라마들을 엄청 봤다. 그동안 (옛날 회사 다닐 때 생각나서 짜증낼까봐) 안 봤던 미생, 스타트업 (보건 교사 안은영에 나온 처음 본 한문 선생 캐릭터가 좋았는데 그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런온 (미생을 보니 임시완이 예뻐 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신세경 캐릭터가 좋아서 계속 봄), 경이로운 소문, 낮과 밤 등등. 다 고만고만했다. Bridgerton도 몇 편 봤는데 아무래도 취향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Firefly Lane이 재밌어서 요즘 보고 있는 중.

오늘은 저녁먹으며 본 예능방송에 지진희가 나오길래 넷플릭스에서 60일 지정생존자를 틀어두고 먹은 거 치우다 K씨와 함께 두 편을 내리 달림. 워낙 각자 취향이 달라서 보다가 한 명은 딴 짓 하거나 자는데 뭔가 둘이 얘기 나누며 열심히 봤다. 나이가 드니 드라마 같이 보는 일이 다 있네. 내가 먼저 보고 추천한 동백꽃 필 무렵, K씨가 재밌다고 한 미생. 그리고 이 드라마까지. 신기해라.

아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