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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우중 캠핑

무려 52일만에 비가 내렸다. 안타깝게도 BC 이곳저곳에 계속되고 있는 산불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비라 반가웠다.

비가 오던 주말에도 우리는 캠핑장에 머물렀다.

금요일 퇴근 후 부지런히 준비해서 캠핑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하기로. K씨가 퇴근길에 캠핑장에서 저녁으로 먹을 부리또를 픽업해왔다. 오랜만에 와인도 한 병 준비.

저녁먹고 텐트 치고 잘 채비를 마친 후 텐트 안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잠들었는데 K씨가 깨운다. 일어나보니 텐트 안이 물바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봤지만 너무 오랫동안 가물어서 이렇게까지 비가 많이 올 줄 모르고 텐트도 간단히 치고 창문도 다 열어두고 잤다가 낭패를 본 것. 다행히 자충매트 위까지 물이 올라오진 않아서 비몽사몽 간에 물을 닦아내고 텐트 밖으로 닦아낸 물을 짜내며 대충 치운 뒤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남. 옷도 눅눅하고 텐트 안은 여전히 젖은 상태지만 그 와중에도 깊이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았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비람.

K씨가 프로판 난로를 준비하고 옷을 말리는 동안 아침을 준비.

아침은 라면이다. 집에서는 자주 먹지 않는 라면이지만 캠핑 가서는 편하게 먹는다. 미역이 잔뜩 들어있는 건면인데 웬지 몸에 좋을 것 같은.. (그럴 리는 없겠지만 ㅎ) 그런데 가져간 얼린 밥과 함께 끓였더니 죽처럼 되었다 ㅠㅠ

밥을 먹고는 불을 쬐며 커피 한 잔. 우중 캠핑은 일도 많고 귀찮기 짝이 없지만 물기 촉촉한 숲의 신선한 느낌을 정말 좋아한다. 그 속에서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있고.

옷 말리기에 여념이 없는 K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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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손님을 맞았다. 이번 캠핑의 게스트는 H씨와 K씨 부부.

전날 중성화 수술을 한 조이도 함께 왔다.

두 분이 챙겨오신 떡만두국 맛있게 먹고, 생각지도 않은 오겹살도 냄비에 구워먹고 (우리는 고기를 먹게 될 줄 몰랐고 두 분은 캠프파이어가 금지된 줄 몰랐음 ㅎㅎ) 우리가 준비한 감바스까지 내내 신나게 수다 떨며 먹고 마셨다. 정말 오랜만의 와인도 즐거웠다.

조이 산책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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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깔리고 (해가 짧아졌다. 오늘이 입추라더니.. 가는 여름이 벌써 아쉽다.) 두 분이 가시고 나서 간단하게 씻고 다시 축축한 ㅠㅠ 잠자리로. 그런데 잠은 또 엄청 잘 잤다 ㅎㅎ

마지막 날 아침도 라면. 퇴근하고 출발해 주말만 머무는 캠핑은 먹거리 준비가 간단해야 덜 힘들다. 전날처럼 죽이 될까봐 이번엔 밥을 좀 나중에 넣었다. 맛있게 먹었다. 비오는 아침엔 역시 라면.

이렇게 간만의 우중캠핑. 아침부터는 비가 그쳐서 비교적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뒷정리를 하고 씻고 어제 손님들이 주고 가신 오겹살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상추와 야채와 함께 저녁으로 먹었다. 캠핑을 다녀올 때마다 식량이 늘어나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