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 장소를 거실로 옮겼다. 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예전에는 이 자리에 소파를 두고 창밖을 보곤 했었다. 스카이트레인이 지나가는 것도 보여서 가끔씩 영화 Happy Together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책상을 이렇게 배치해두니 일하지 않을 때도 책상에 앉는 일이 많아졌다. 아침에 커피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나 블로그를 열기도 한다. 저녁 때나 주말에 TV를 틀어놓고도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게 되고. 처음에는 업무공간을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옮기는 게 좀 걱정스러웠는데 지금은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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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휴일이었던 여유로운 지난 주말, 연휴의 첫날은 60일 지정생존자 binge. 중간중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부분들이 꽤 있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끝까지 다 본 후 원작이 궁금해 한 편을 봤는데 에잉 기분 별로. 한국판은 얼떨결에 처한 상황에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미국 북한 일본 눈치보며 고뇌하는, 어쩌다 거기 있게 된 안 어울리는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같은 상황 첫날부터 핵가방 옆에 두고 이란 대사에게 자신만만 깡패 노릇하는 미국판 주인공의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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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올겨울 한번도 가지 못했던 스노슈잉. 코비드 직전에 스키장으로 올라가는 곤돌라 연간 이용권을 샀는데 코비드 이후 예약제로 바뀌었고, 예약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이번 겨울에 한 번도 써보지 못 한 채 만기가 되어버리나 했는데 늦게까지 드라마 정주행을 하는 동안 K씨가 예약에 성공했다!
결론적으로는 다시 갈 지 모르겠지만 (내려오는 곤돌라 대기 줄에서 45분 정도 기다려야했는데 정말 너무 추웠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바이브를 느낀 건 참 좋았다. 마치 여행객들이 가득한 아침 공항 같은.
내려와서 덜덜 떨며 최대한 가까운 중국집에 가서 뜨거운 짬뽕밥을 주문해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먹고 나니 좀 따뜻해졌다. 덕분에 이틀간 몸이 부어있는 느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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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당일 아침엔 고구마를 구워 큰 머그잔 가득 라떼와 함께 먹고나서 교자와 김치를 만들었다. 어차피 집에 있으니 시간 때우는 셈 치고 천천히 만들었는데, 너무 천천히 만들었나, 김치가 많이 절여져서 짜다. 무를 좀 더 썰어넣었는데 그래도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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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피트니스 스튜디오가 다시 문을 열었다. 핫요가 대신 온도를 대폭 낮추고 (약간 따뜻한 정도) 강도를 낮춘 수업만 한다고.
화요일 아침에 오랜만의 아침 운동. 작년 상반기에 문을 닫았을 때는 그래도 동영상을 보면서 꾸준히 운동을 해서 하반기에 돌아갔을 때 타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11월에 문을 닫고서는 의욕도 없어지고 또 1월 사고 이후 핑계김에 그냥 내처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하루 운동하고 나서 며칠간 근육통이 상당했다. 기분좋은 통증. 오랜만이다. 꾸준히 일주일에 두세번은 갈 예정이다.
근육, 생기는 건 몇 년 걸리면서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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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는 오후 반차를 내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K를 만나 외식을 하기로 했다.
매년 2월 즈음에 Dine Out Vancouver라고 식당들이 약간 저렴한 세트 메뉴를 구성해 하는 행사가 있는데 이 참에 좀 근사해보이는 식당에 가보자 했다가 대 실망. 바닷가 산책로를 끼고 있어 전망이 엄청난 식당인데 딱 그 뿐이었다. 두 가지 옵션 중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코스 메뉴를 주문해서 여섯 요리를 (디저트 포함) 맛보았는데 수프 빼고는 다 별로였다. 몇 년 전에도 이 행사를 하는 다른 식당에 가보았다가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 했었는데. 앞으로 또 시도해보려나 모르겠네.
K씨는 어제의 식사가 불만족스러웠던지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을 봐와서 저녁에 직접 요리를 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