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고 장을 봐갈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집 앞 피자집에서 피자를 사먹기로 합의. 오늘따라 날이 얼마나 험악했는지 퇴근하는 길 하늘에 번쩍이는 번개만 몇십번에다 폭우가 쏟아졌었는데 피자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꺼먼 하늘에 계속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쳐댔다. (피자를 먹기로 한 걸 정말 후회할 정도였음)
결국 피자를 받아들고 콘도로 돌아와 차를 주차시키고 또 오늘따라 짐이 왜 이리 많은지 나도 피자에 가방을 이리 저리 들고 K군은 짐에 딸기까지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K군의 팔에 안겨있던 딸기가 K군의 놀란 외침과 함께 카펫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떨어진 딸기는 잠시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화가 난 듯 아르릉 아르릉 하면서 누워있었다. 잠시 지켜보던 K군이 부축해서 딸기를 일으키고 여기저기를 만져보고 나서 내가 안아서 진정을 시켰다. 나는 K군이 딸기를 떨어뜨린 줄 알고 꽥 (미안 ㅠㅠ) 소리를 질렀으나 딸기가 피자 상자 냄새를 맡다가 몸을 뒤틀어 뛰어내린 것임이 드러났다. K군이 다른 짐이 많아 딸기를 낚아챌 틈을 놓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집까지 딸기를 걸려봤더니 걸음이 이상했다.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왼쪽 다리를 약간 저는 듯 했다. 겁이 덜컥 나서 병원에 가려고 서둘렀으나 (그 와중에 천둥번개치는 토요일 밤이라니 정말 드라마틱하다고 한숨을 쉬면서;) 딸기는 아픈 것 보다는 배고픈 모양새로 밥을 달라고 따라다녔다. 걸음걸이도 조금씩 나아지고 밥줄까 물어봤더니 꼬리를 치면서 점프까지 할 참; 창밖은 번쩍 콰르릉 난리인데 별로 신경도 안 쓰고 밥도 순식간에 먹고 편하게 집에서 쉰다. 밥먹인 후 여기저기 만져봤는데 뼈도 괜찮은 듯 하고 딱히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도 없는 듯 해 일단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결국 나도 K군도 입맛을 잃어 피자는 식고 눅눅해진 후 먹음. 흑흑.
이 때까지 일어난 응급상황이 주로 집어삼키다 걸린 쪽이어서 낙상사고라니 생각했으나 결국 피자냄새에 의한 식탐이 원인인 것 같아 이 주책바가지 노친네를 어찌해야할지. 시무룩해진 우리는 저녁내내 인터넷으로 강아지 골절이니 하는 것들을 검색중.
암튼 오늘도 사건사고로 얼룩진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