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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중순으로 달음질쳐 가는 10월

몇 주 전엔 좌골신경통 때문에 운동을 쉬었다. 출근은 했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간인 K씨와의 저녁 산책을 못 한 날도 있었다.
패턴을 보면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은데, 그럼 매달 이런다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우울해진다.
일단 지금은 괜찮으니까 나중에 생각하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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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점심.
보통 아침과 점심은 내가 준비하는데, 강연을 듣느라 늦게 들어간 날이라 K씨가 도시락 준비. 역시 마요네즈를 듬뿍(!) 넣으니 맛있구나 ㅋㅋ


점심 산책. 시간이 많이 없을 때는 학교 바로 옆 산책로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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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리 아래 작은 개울로 연어가 올라온다고.
몇년 전 학교 주차장까지 곰이 들어왔던 이후 숲 쪽으로는 잘 안 갔는데, 올해는 연어를 보고 싶어서 종종 가보고 있다. 아직은 안 보임.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밴쿠버 국제 영화제 기간.
스케줄이 막 나오기 시작하면 어떤 걸 볼까 몇 편을 볼까 K씨와 즐거운 고민을 하지만, 결국 두 편 정도 보게 되는 듯. 한 해는 미리 묶음 티켓을 사 두었는데 그 때 마침 딸기가 아프고 K씨도 아파서 챙겨보기가 힘들었다. 그 이후 묶음 티켓은 사지 않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기로. 매년 꾸준히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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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휴가를 몇시간 쓰고 일찍 퇴근해서 낮 영화를 보러갔다. 극장에 따라 상영시간이 임박하도록 밖에 줄을 세워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 극장이 그랬음. 극장 가까운 중국 빵집에서 빵을 사서 먹으면서 기다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사람들. 시간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중에 저녁 상영을 보았을 때도 젊고 어린 사람들은 찾기 힘들었다. 밴쿠버가 나이 든 도시가 되어가는 건지, 영화제라는 게 구세대적인 건지, 티켓 비용 때문인지, K씨와 그 이유를 궁금해 했으나 답은 알 수 없고.

After the storm (태풍은 지나가고). 영화는 재미있었다.
생각을 조금 더 해봐야 감상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능하면 한글 자막으로 다시 보고 싶고. (일본 책과 영화는 영어보다는 한글 번역으로 볼 때 봐야 그 맛이 더 잘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으러.
밴쿠버 영화제가 즐거운 것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다운타운에 나가서 맛집 투어를 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
일본 영화를 보니 일식이 먹고 싶다…는 K씨의 요청에 따라 일식 이자까야에 갔다. 지난번 J씨와 함께 갔던 곳인데 음식들이 깔끔하고 괜찮다.

일단 맥주를 시키고.. 영화 보기 전 단 빵 하나 먹었더니 저녁이 되자 혈당이 떨어져서 맥주와 안주를 밥처럼 후루루루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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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 카파치오. 이 날의 해물은 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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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 진한 미소 국물에 담겨있는 무우, 유부주머니, 어묵 등. (좀 많이 짜고 달았다.)

이렇게 나와서 맥주 마시는 건 정말 간만이라고 K씨가 좋아한다. 종종 놀러 나오쟈. (그러나 곧 자리들이 차면서 너.무.너.무.너.무. 시끄러워져서 서둘러 돈을 내고 나옴;; 얘들아 좀 조용히 놀면 안 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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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젤라또도 하나씩 먹고. ‘유명한 젤라또 집과 가까워서 크게 각광은 못 받지만 사실 맛있는 집’이란 리뷰를 보고 가 본 집. 아주 진한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그냥 적당히 진한 맛이었다. 그 옆 집이 유명한 이유가 있긴 있는 듯 ㅎ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밤이라 여유 만땅인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로 Joy를 봄.

이 감독의 Silverlinings Playbook 보면서도 와 답답하다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짜증나는 상황 묘사하는데 천재적인 듯. 영화는 그냥 저냥.


다음 날인 토요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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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혼자 일어나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서 비오는 창밖 구경. 어제 중국빵집에서 샀던 보들보들한 파빵도 뜯어 먹고. 이런 시간 너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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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 일어나서 크림치즈 오이 샌드위치랑 파빵으로 아침. 티비 보고 여유 만끽하다가 바람 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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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을 마치고 소소로운 것들 구경 다니다 조그만 알로에 화분 하나 사고, 그로서리에서 로스트 치킨 사와서 저녁.


일요일엔 다시 날이 갰다. 아침으로 오믈렛을 먹고 farmers market에 사과 사러 감. 매년 요맘 때면 과수원에서 바로 가져 오는 ambrosia 사과가 무척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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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면서 딸기랑 자주 가던 동네 공원 산책. 여름엔 바베큐 하는 사람들로 꽉 차서 잘 오지 않던 곳인데, 한산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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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새싹 두부 비빔면. 와 농심 비빔면 조미료 맛 너무 심하다. 앞으로는 팔도 비빔면만 먹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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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영화제에 감. 저녁 영화라 늦은 오후에 나가 저녁먹고 영화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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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운타운에 나갈 때는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가곤 한다. 운전 신경 안 써도 되고, 노는 날까지 굳이 차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바로 옆에 술취해 떠들어 대는 바보들이 있어서 귀 아파 혼났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국적을 막론하고 시끄러운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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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나폴리식 벽돌 오븐 피자집에 가보기로 했다. 예전부터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처음 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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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먹은 비빔면 때문에 줄곧 목이 말랐어서 일단 맥주를.. (맥주가 맛있긴 했는데 나중에 피자랑은 별로 안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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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에 단추 구멍 귀엽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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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큰 오븐 안에서 피자를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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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잘라주고 대신 가위를 줌 ㅋㅋ

와.. 피자 무진장 맛있었다. 리뷰에 싱겁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싱겁게 먹는 편인 우리 입엔 딱 좋았다. napoletana는 앤초비 토핑이 있어 좀 짰지만 margherita는 정말 좋았음. 다시 갈 확률 매우 높음.

맛있게 먹고 나와 영화관을 향해 걸음. 이 피자집 주변은 사실 그리 걷기 좋은 곳은 아니다. 마약에 찌든 사람들과 성매매 종사자들이 가득한 거리. 물론 공격적이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 편히 다니긴 어려운 동네다.

자주 걷는 거리가 아니다 보니 그 동안 못 본 것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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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가벽인데.. 벽화를 예쁘게도 그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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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타운의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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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본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배우나 감독의 사생활에 관심도 없고, 영화 보는 것에도 그닥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여 ㅎ

영화를 보고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집으로.


추수감사절 휴일이었던 월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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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날 먹은 로스트 치킨 남은 것을 샐러드와 섞어서 빵에 얹어 먹음.

뭔가 전통적인 영화 보기를 하고 싶어져서 Sully를 보러 가자고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톰 행크스라니, 딱 맞춤이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터 영화 감상은 뒷전이고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 분하고 원통한 눈물이 그치지를 않는다. 슬프고 화가 난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K씨가 어제부터 얘기했던 대로 (마리텔을 봐서 그런 듯) 초밥을 저녁으로 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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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나 방송에 먹을 것이 나오면 따라해 봐야 하는 K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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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할 때 쓰는 토치로 아부리(구이) 초밥도 만듦?!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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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J선배가 캠핑장으로 가져오셨던, 조금 남은 유자맛 소주까지 꺼냈지만 결국 가라앉은 기분이 회복이 되지 않은 채 밥을 꾸역 먹고는 각자 조용히 있다가 잠자리로.


화요일부터는 다시 출근. 좀 짧은 주라 좋긴 한데 요즘 나 너무 바쁨. 바쁘니까 그렇잖아도 잘 가는 시간이 더 잘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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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코스트코에서 냉동 연어 한 봉지를 사서 꽤 잘 먹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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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차가워지니 밀크티가 땡기는데 유제품 알러지 때문에 (먹으면 목이 답답) 아몬드 우유를 시도. 생각보다 괜찮긴 한데, 아몬드 함량이 2~2.5프로 밖에 안 된다는 글을 봄. 헐.
물을 저렇게 담아 파는구먼.


요즘 비오는 밤에 운전하기 싫어서 수영은 스킵하고 대신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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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느 날 저녁. 김밥. K씨가 두부를 조려 넣었는데 꽤 괜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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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장 보면서 사두었던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맛있었는데 양이 좀 많다.


지난 밤 꿈에 엄마가 나와서 사랑한다고 또렷하게 말해주었다. 며칠전 꿈엔 딸기도 나왔다. 바로 기록해 놓았어야 하는데 이미 기억이 흐릿해졌지만, 둘 다 좋아 보였다.

매일같이 태풍이 올 거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는, 비오는 한 주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