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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6월 (2)

우리집에서 직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서 자전거 통근을 하면 어떨까 항상 생각해왔는데, 집이 가파른 언덕 위라 힘들 것 같아 시도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문득 출근 (내리막+평지)만이라도 자전거로 하고 퇴근은 자전거를 접어 들고 스카이트레인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 휴무일에 길도 익히고 시간도 재 볼 겸 출발.

물과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출발하는데, 웬지 가기가 싫다. 우리 동네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어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고.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여가면서 도로로 나섰다.

일반 차도로 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옆으로 차들이 지나가자 좀 무서워져서 자전거를 오른쪽으로 붙이는 순간, 자전거와 함께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인도와 차도 사이의 경사에 미끄러진 모양. 정신도 없고 여기저기 화끈거리고 아팠지만 그냥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워낙에 길치인지라 이래저래 헤매면서 직장 부근 도착, 근처 공원에 앉아 아까 땅에 심하게 부딪힌 무릎이 어찌 되었나 보려고 바지를 걷어올렸더니 바지가 지혈을 하고 있었는지 그동안 흐르지 않던 피가..;;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기 위해 직장의 경비실에 갔더니 물로 세척만 해주고 얼른 응급실로 가라면서 택시를 불러주었다. 이게 뭔 일이래…
택시 기사분은 이 와중에 본인 자전거가 내 자전거랑 같은 거라면서 반가워하시고.. (다행히 접이식 자전거라 택시와 응급실에 들고 다닐 수가 있었다.)


응급실엘 다 와 보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좀 애매하게 찢어져서 열 두 바늘을 꿰매고, 당분간 자전거를 타지 말란 지시를 받았다. 이렇게 나의 자전거 출근 계획은 무산 ㅠㅠㅠㅠ

무릎이라 자꾸 움직이는 부위다 보니 일단은 조금이라도 아물라고 며칠 병가를 내고, 여름 내내 계획해둔 하이킹이며 백패킹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조금 우울해하고, 한편으론 핑계 김에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게 싫지만은 않았던, 마음이 복잡하던 한 주간이었다.

주말에 하이킹을 같이 가려던 E님 부부와의 만남은 점심 약속으로 변경.


이런 걸 먹었음 (대만식 녹차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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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근은 시작했지만 출퇴근 이외의 운동은 아직 무리. 그래도 아예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어 짧은 동네 산책이 늘었다. 간만에 보니 동네의 풍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소규모 와인 양조장 옆, 딸기가 살아있었을 때 심은 포도가 이만큼 자랐네!


심지어 포도가 조롱조롱


실밥을 뽑기 전이었지만 몇 달 전에 예약해놓았던 캐나다데이 캠핑은 강행하기로. 대신 주변 하이킹은 어쩔 수 없이 취소 ㅠㅠ

이번에는 J님 부부와 함께 갔다. 한동안 K씨와 둘이서만 다녔는데 요즘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다닐 수있어 즐겁다.

퇴근하고 나서 밀리는 길을 뚫고 캠핑장에 도착하니 모기떼가 극성이다. 우리 사이트가 약간 언덕져서 우여곡절 끝에 트레일러를 세우고.


J님이 도착하자 마자 우당탕 만들어주신 닭도리탕~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모닥불 곁에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런 말없이 불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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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휴는 내내 흐리고 비가 왔다. 잠깐씩 갤 때마다 캠핑장을 산책하고.


언제 봐도 예쁜 산 속의 호수들


날씨가 축축해서 계속 불을 지폈다. 야외 부엌의 로망이 있는 J씨는 모닥불에 녹두전을 부쳐본다.. 그러나 온도가 맞지 않아 다시 부루스타(?) 위로.


우리끼리 갈 때는 단 걸 잘 준비하지 않다보니 먹을 기회가 별로 없는 스모어. J님네가 가져오셔서 맛 봄.

둘째 날도 단조롭고 평화롭게, 먹고 쉬고 산책하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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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 아침, 계속 열 요리를 하고 있는 J님. 모닥불 쿠킹의 로망은 아스파라거스로 실현.

그런데 막판 정리를 하다 말고 불상사가 생겼다. R이 나뭇가지를 밟고 미끄러져 발목을 다친 것.


혹시나 해서 가져간 압박붕대로 긴급 처치.
한참을 쉬다 출발해서 어떻게 집까지는 도착했으나 다음 날 병원에 가보니 골절되었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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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님 부부가 출발하고 난 뒤 우리는 타운에 내려가 산책. 보통은 북적이는 곳인데 날씨 때문인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부상이 없었으면 가려고 했던 하이킹 코스의 입구 ㅠㅠㅠㅠ


하이킹을 하지 않게 되어 신나서 어깨춤을 추는 남편이었다.


두 주가 지나서 실밥은 뽑았는데, 아직 아물지가 않아서 (그래도 실밥은 뽑아야 한단다. 상처에 묻힐 수가 있다고.) 계획했던 백패킹과 하이킹을 취소한 건 물론, 무릎을 굽혀야 하는 실내운동조차 전혀 못 하고 있다. 무리하지 말라는 몸의 신호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지만… 요가도 필라테스도 못 하니 정말 답답하다… 오늘도 연고를 듬뿍듬뿍 바르면서 빨리 낫기만을 바라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