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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의 여행 – 8월 6일 토요일

우리가 머문 Ruckle Provincial Park 캠핑장에는 8개의 RV 사이트와 70여 개의 텐트 사이트가 있었는데, 걸어서 짐을 옮겨야 한다는 점 외에는 텐트 사이트가 훨씬 좋았다. RV 사이트들은 흙먼지 날리는 도로 바로 옆이고 사이트에서 보이는 전망도 전혀 없었다. 게다가 흙먼지 방지 차원인지 비포장 도로에 검은 액체를 뿌려두었는데, 그 냄새가 상당히 역했다. 그래서 우리는 텐트 사이트에 자리를 잡고, 잠은 주차장에 있는 차에 와서 자기로 했다. 애초에 텐트를 칠 계획이 없었으므로 텐트도 가져가지 않았고.

숙소에서는 잠자리가 계속 바뀌어서인지 인터넷 연결이 되어서인지(?) 줄곧 잠을 설쳤었는데, 캠핑장에서는 차 안 침낭에 들어가 눕자 마자 곧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노숙 체질인 거냐..;;

그렇게 깊이 자고 있는데 누군가 차를 두드리며 안에 사람이 있냐고 불러 댄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것이 싫어서 두꺼운 천으로 커튼을 만들어 잘 때 사용하고 있는데, 커튼을 쳐 둔 것이 의심스러웠나 보다. 비몽사몽 간에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 겁도 덜컥 나고 해서 커튼을 살짝 걷고 파크 스탭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손전등 불빛 사이로 유니폼이 보인다. 무서웠지만 그래도 문을 열었다. 캠핑장 등록을 했냐고 묻기에 우리 사이트 번호와 등록증을 보여 주었더니, 이 공원은 밤에 입구를 막지 않기에 몰래 와서 자는 사람들이 있어서 차에서 잘 거면 미리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일단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혼비백산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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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잠을 방해 받은 때문인지 8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사이트로 가서 커피와 어제 마트에서 사온 버터넛 스쿼시 수프를 데워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사이트 주변을 비롯한 바닷가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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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killer whal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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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가 물을 뿜으며 바다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한 가족은 10년간 여름마다 이 곳에서 일주일씩 캠핑을 했는데 범고래를 본 건 이 날 포함 딱 두 번이라고. 운이 무척 좋았네.. ㅎㅎ
지난 번 여행 때 해달을 본 이후 K씨랑 망원경 살까말까 얘기를 했었는데,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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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지나가고 물개인지 바다사자인지 머리를 쑥 내밀었다 들어 가고. 사진을 찍고 있는 동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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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하이킹을 하자던 동생은 문명사회 – 수세식 화장실 – 에 일찍 나가고 싶어진 것 같다. (이 공원엔 재래식 화장실만 있다.) 어차피 토요일에 열리는 유명한 Farmers market을 보러 갈 예정이었기에 겸사겸사 아침에 나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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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도서관에 가서 인터넷도 좀 쓰고 화장실도 ^^;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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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까마귀와 책 디스플레이. 섬의 도서관치고는 개관 시간이 길어서 (월-토 10-5) 직원이 많은가 했더니 다들 자원봉사자 뱃지를 달고 일하고 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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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나가 조용한 곳에 주차를 해 두고 Farmers market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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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기부터. 비 유제품 사과&생강 케피르와 샌드위치. 케피르는 맛있었지만 샌드위치는 그냥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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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ers market은 꽤 규모가 컸다. 과채류 뿐 아니라 공예품 등도 팔고 있어서 구경할 것들이 쏠쏠했다.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사진은 찍지 못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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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ㅋㅋㅋ
직접 만든 당근케익을 한 조각 사서 Salt Spring 커피집 커피와 함께 먹었다. 아무래도 섬이어서 그런지 음식 반입 금지 등의 제약이 덜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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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ers market은 개들 입장 금지였는데, 대신 SPCA에서 개들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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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한적한 쪽에서는 어린이들이 판을 펴고 직접 그린 엽서 등을 팔고 있었다. 고무찰흙 작품을 팔고 있던 표범 소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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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구경을 하고 토마토며 오이 같은 신선한 채소도 약간 산 후 저녁 거리를 마련해 다시 캠핑장으로. 가는 길에 동생과 별 것 아닌 일로 약간 말씨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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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냉랭한 분위기에서 먹은 이 날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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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스크린 하우스 밖에선 결혼식 사진을 찍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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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라는 이름의 옆 사이트 강아지는 우리 사이트에 꼭 붙어 있었다;;; (닭 때문이냐..)

피부가 안 좋은지 얼굴에 땜빵도 많고 계속 긁어대는 녀석을 보니 우리 딸기 생각이 나더라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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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는 그럭저럭 화해를 하고 저녁 산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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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하늘과 아름다운 바다와 아름다운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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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치고는 일치감치 잠자리에 들기로. 마침 어제 우리 차를 두드렸던 스탭을 만나 오늘은 두드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