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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과 우울하지 않음

지난 11월엔 30일 중 27일 동안 비가 내렸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비가 쏟아지는 날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다보니 아.. 이렇게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휴일에 캠핑도 갔었고 퇴근 후 비가 잠시 멈춘 저녁이면 짧게나마 산책을 나가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활동량이었는지, 몸살도 나고 담도 결리고.. 여러모로 컨디션이 안 좋았었다.

그러다가 12월의 첫 일요일, 드디어 비가 그쳤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지만, 그것만도 감지덕지. 떡만두국으로 든든히 아침을 먹고,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스노우슈잉을 하러 사이프러스 산을 오른다.
조금 오르니 바로 눈세계가 펼쳐진다. 스노우 타이어 장착 차량만 오를 수 있다고 법으로 정해진 곳이다. 올라가면서 의외로 길 청소가 말끔하게 되어있어 놀랐다. 꼭대기에 있는 스키장에서 관리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스키장이 아닌 크로스컨트리 스키장 쪽으로 간다. 유료인 스키장 입구 왼쪽에 일반 등산로 입구가 있는데, 거기가 우리의 목적지.

눈 쌓인 나무들 사이로 이어진 등산로를 오르다 보니, 스노우슈는 무겁고 등엔  땀이 차오지만 가슴이 확 트이도록 시원한 것이, 그 동안의 우울감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올라가기 전 스노우슈를 묶을 때 K씨 옆에 있던 사람들이 겨울 액티비티를 준비하느라 4000불(!)을 썼다고 하더라는데, 가격이 비싼 기능성 장비들이 반드시 다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있으면 좋은 것들은 일단 스노우슈즈 (또는  흔히 아이젠이라 불리는 traction device), 워크샵에서 배웠던 대로 세겹의 옷, 방수 처리가 된 신발과 하이킹용 폴.

스노우슈즈는 운동용품점이나 스키장에서 대여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저렴한 것으로 하나씩 장만했다. 기타 필요한 것들은 K씨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통해, 나는 청소년용 제품을 구매해서 최대한 절약을 했다. (남편한테 아동복 입어서 돈 아꼈다고 자랑하는 갱년기라니.. -_-;;)

최대한 저렴하고 실용적으로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올라가며 보니 우리보다 더 실용적인 사람들도 많았다. 방수 신발 대신 신발을 비닐 봉지로 감싸고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음 ㅎㅎㅎ


첫 스노우슈잉이라 잘 몰라서 옷을 너무 두껍게 입고 간식 준비도 딱히 하지 않았기에 이 날은 코스의 절반 정도만 걷다가 뒤돌아 내려옴. 그래도 무거운 신발을 끌고 오르막을 올라선지 운동은 많이 한 느낌.
내려오다 보니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아주 조금 개려고 하고 있었다.

눈 위의 강아지들은 엄청 신나서 뛰어다니고 ㅎㅎ


포스팅 제목을 붙이려다 우울의 반대말이 뭘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더니 생동감이라는 사람도 있고, 활력이라는 사람도 있고, 에너지라는 사람도 있고. 다 비슷한 맥락이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우울함의 가장 좋은 치료제가 운동이란다. 우울증이 장기화되면 뇌의 해마 (Hippocampus) 부분이 손상되는데 운동 만이 재생시켜줄 수 있다고. 좀 더 찾아보니 해마가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라 알츠하이머나 치매와도 관련이 많다고. 우야든동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