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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숲 속에서의 우중 캠핑

지난 주말엔 호우주의보가 내렸는데, 어쩔까 하다가 캠핑 강행. 이번에는 우리가 무척 좋아하는 Golden Ears 주립공원에서의 이틀이다.

이 공원은 겨울 동안 수세식 화장실과 식수 등을 잠가두지만 캠핑장은 개방한다. 하룻밤에 $13이고, 이용료를 입구의 통에 넣어두면 된다. 저녁에 문을 일찍 닫아서 (오후 5:30) 출입시 주의해야 한다.


첫날은 계속 비가 내렸다. 친구분들이 먼저 가 계셨는데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벼르신 듯 맛있는 음식들을 계속 대접해 주셔서 황송하게 열심히 먹었다. 우리가 오전에 도착했는데 커피 한 잔 하자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점심을 먹고 (커피가 와인과 맥주로 바뀌고) 점심 후 사이트를 옮겨 차를 한 잔 하다가 다시 저녁을 먹고 (차가 와인과 맥주로 바뀌고). 어찌나 준비를 많이 해오셨던지 우리가 준비해간 음식들은 꺼낼 기회도 없었다..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여섯시가 좀 넘어 각자의 사이트로 돌아가 쉬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K씨는 일드를 보고.


다음 날 아침 또 모여서 다시 아침을 먹고, 며칠 만에 해가 나와서 비갠 숲속의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산책을 하고.

커피 한 잔씩 마시다가 또 전 날의 반복.. ㅎㅎ 불을 피우고 점심을 준비한다.

불을 쬐며 마시는 커피 맛!

점심을 먹고 친구분들은 다음 날 일정 때문에 먼저 출발하시고 우린 하루 더 묵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사이트 주변으로는 다른 캠퍼들이 하나도 없었다. 너른 숲 속에 우리 뿐. 고즈넉하니 좋긴 했는데 밤에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 화장실을 찾는데 고전했다. (우리의 작은 손전등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바로 코 앞에 곰이 있었어도 안 보였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좀 무섭네 ㅎ

책도 많이 읽고 중간중간 깨긴 했지만 잠도 많이 자고.


다음 날 아침은 맑게 개었다.

이틀 내내 비가 억수같이 내려도 끄떡없이 편했던 우리의 숲 속 보금자리.

여름 내내 사람들 음식들을 주워먹는데 이골이 난 다람쥐 녀석들이, 인구 밀도가 낮아져서인지 끊임없이 찾아왔다.

결국엔 사고를 치긴 하더구만.
밤에 가스 연결하는 구멍으로 숨어들어와 휴지를 갉아먹고 응가를 잔뜩 해놓고 갔다. 유행성 출혈열이라도 옮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열심히 닦았음 ㅠㅠ


숲 속에도 우리 뿐이고

호숫가에도 우리만 있고..


공간적으로 한가로운 것도 좋지만 시간적으로도 좋았던 것이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안 지켜도 된다는 것.

전날 꺼낼 기회도 없었던 음식들로 점심을 만들어 먹고 천천히 정리한 후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