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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복귀

수요일과 목요일

동생과 놀고 여행하는 동안은 뉴스도 티비도 보지 않았어서,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면서 약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쁜 뉴스가 있을까봐) 라디오를 틀었다. 올림픽 –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휴가가 아니라도 잘 몰랐겠다만 – 뉴스와 고양이에게 공격당한 핏불 얘기. 얼굴이 마구 할퀴어진 핏불에겐 미안하지만 웬지 마음이 놓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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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출근해 밀린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동료가 와서 자기 친구가 한국인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갔다가 가이드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여행사와 통화를 좀 해달라 부탁한다;; 동료도 여행사 직원도 영어로 통화가 가능하지만, 상황을 감안해 일단은 한국어로 내용을 전달하고 다시 동료에게 토스. 화나고 어이 없는 상황에 할 말은 많지만, 아직 마무리된 일이 아니라서 여기까지.

이번 주는 날씨가 무척 뜨거웠다. 사무실 에어컨이 너무 강해서 – 날씨가 더우면 더울수록 에어컨 온도를 낮게 설정하는지 추울 정도 – 점심 시간에 산책 겸 땡볕 아래를 걸어서 따뜻한 커피를 사 마셨다. 간만에 근무하자니 커피가 필요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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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무렵에 K씨로부터의 연락. 편도 6시간 되는 타운으로 급 출장 가게 되었다고..?! 안 가본 곳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주말에 퇴근 시간이라 나도 따라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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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가면서 샌드위치로 때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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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일하러 가는 건데 나는 놀러가는 기분..; 동쪽으로 달릴 때마다 감탄하는 눈덮인 미국의 산. 하이킹하러 한번 가봐야 하는데 하고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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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170번 출구. 이 쪽으론 처음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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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몇 시간만 달려 가면 풍경이 확 바뀐다. 건조한 사막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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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기름을 채우러 한두번 쉰 것 외에는 끝없이 달림. 이윽고 해가 저물고.. 평원의 거대한 하늘에 드리운 석양이 멋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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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자 길이 칠흑같다. 동물들이 나올까봐 맞은 편에 차가 오지 않을 때는 원등을 켜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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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점의 하늘을 보고 K씨가 매드맥스에서 본 하늘 같다고 ㅋㅋㅋ (근데 사진에는 제대로 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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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반에 출발했는데 10시 반이 넘어서야 도착. 꼬박 여섯 시간 걸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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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문 닫기 10분 전인 가게에서 맥주 한 병을 살 수 있었다.
날씨는 덥고 저녁으로 먹은 샌드위치는 짜서 목이 많이 말랐는데, 호텔의 수돗물은 지독히 맛이 없었다. 맥주를 사두지 않았으면 정말 슬펐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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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다음 날 아침 K씨는 일찍 일을 시작해야 했기에 호텔에 딸린 24시간 여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이 체인점에서는 딱 한 번 먹어봤는데 별로였지만, 작은 타운이라 별달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고 그나마 있는 곳들도 주말이라 평소보다 늦게 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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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바로 내려가서 주문을 하려니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네가지를 고르는 아침 메뉴 주문. 계란, 칠면조 베이컨, 식당에서 신제품으로 밀고 있는 듯한 버터밀크 팬케익, 그리고 오트밀 (왜?). K씨는 햄과 치즈가 들어간 그릴드 샌드위치.
계란과 베이컨은 평범했고 오트밀은 맛이 없었는데 (워낙 좋아하지 않는데 잠결에 시킨 듯 ㅠㅠ) 팬케익은 의외로 뽀송한 것이 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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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지만 깔끔했던 호텔. K씨가 일하는 곳이 그리 멀지 않아서 나는 방에 좀 더 있다가 동네 구경도 하고, 일 마칠 때 쯤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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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인터넷도 하고 커피도 만들어서 남은 팬케익도 간식으로 먹고 하다가 동네 구경하러 나섬.

타운 이름이 호수라 뭔가 멋질 것 같아 다운타운 쪽이 아닌 호수 쪽으로 갔더니 아무 것도 없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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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7월 초 쯤에 Stempede (로데오 등 소와 말들이 나오는 이벤트)가 열린다는 경기장. 평소에도 말을 달리나 보다. 올 해 말 정말 많이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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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도 있고 가게들도 있는 다운타운 쪽으로 돌아가려니 너무 뜨거운 햇볕이라, 걷기 귀찮아져서 인터넷을 할 요량으로 맥도널드에 들어가 자리를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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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터넷이 미친듯이 느리다 ㅠㅠ
옆쪽에 애들 페이스 페인팅해주는 이벤트를 하느라 와글와글하는 가운데 꿋꿋하게 헤드폰 끼고 음악 들으며 다이어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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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후가 되어 K씨는 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한식당. 몇 끼 째 빵을 먹었더니 밥이 땡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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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닭고기 볶음과 매운 돼지고기 볶음. 아주 작은 타운이라 기대는 하지 않았음…
주인 아저씨는 매우 과묵해서 우리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후식으로 앞치마 주머니에서 사탕도 꺼내 주시고 수박도 갖다 주시고 (식사에 과일 후식이 포함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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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시 남쪽으로 달리고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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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바깥 날씨. 한 때 40도를 찍었음. 내륙 지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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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 집 가까이 오자 풍경이 변하는 게 어찌나 반갑던지.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아름다운 산들. 오는 길에 들러 먹은, 한국분들이 운영하시는 일식집에서의 저녁도 약간 달달한 것 외엔 꽤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 와서는 씻고 기절. 북쪽 동네만큼은 아니지만 밴쿠버 지역도 꽤 더웠어서 집이 따끈따끈하다.. 밤에도 더워서 자다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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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우리 동네 살다가 이사간 O과 H를 만나 점심.
일단 친구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를 마시며 고양이 Aggi랑 한가롭고 즐거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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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예쁜 고양이 Aggi. 성격도 완전 좋아서 우리가 가면 우리 주변에서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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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가 되어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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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진저에일과 칼피스.. (맛났는데 좀 비싼 편. 진저 에일은 $5.5, 망고 칼피스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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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딱 10개만 만든다는 런치 박스. 음식이 하나 하나 다 맛있어서 아주 만족.
H와 O는 전에 먹어봤다고 돈까스 먹음. 런치 박스는 맛있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다음엔 나도 다른 걸로 먹게 될 것 같다. 하지만 K씨는 다음에도 이걸 먹을 거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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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산책을 하러 가던 중 O가 화장실 가고싶다고 ㅋㅋㅋ 다시 아파트로. Aggi랑 다시 놀 수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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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i 엉덩이를 두드려 주자 완전 좋아하다 못해 뒹굴뒹굴하다가 손목을 할퀴심; 그래도 이쁨.

음악 들으며 커피를 한 잔 한 후 집에 돌아와 K씨도 나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을 꺼내서 대강 요리해서 (계란 말이, 애호박+새우젓)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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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계속 손님들도 오시고 캠핑도 다니고 하다 보니 집안이 폭탄 맞은 듯. 오늘 간 H와 O의 아파트는 이사 가면서 짐을 많이 줄이고 앉아있을 곳을 넉넉하게 마련해서 아늑한 느낌이 참 좋았다. 정리 욕구 자극됨. 이제 여름도 거의 지나갔으니 다시 붙어 있고 싶은 집으로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