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
당진의 아침이 밝았다. 예쁘장한 펜션에서 잘 쉬고 어슬렁 어슬렁 짐을 싸서 나선다. ‘달인’이 만든다는 유명한 꽈배기가 있다길래 아침으로 당첨.
다들 수십 개씩 사간다는 꽈배기. 봉지에 여러 개씩 미리 싸두었던데, 우리는 그냥 두 개만 샀다. 찹쌀, 가리비 관자(읭?), 단호박 등이 들었단다. 쫄깃하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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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를 꾸며서 만들었다는 아미 미술관에 가보기로. 아주 작은 학교인데, 교실마다 다른 예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생도 나도 좋았던 김순미 작가의 ‘밥 한 번 먹자’ 전시
전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고양이
미술관 뒤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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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두렁콩 정식. 나물, 콩류는 동생도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만족스러웠고 가격도 저렴했다.
지금 다시 검색을 해보니 무려 프란체스코 교황이 식사를 한 곳이었다고.
식당 (또는 옆집) 강아지. 눈이 안 보일 것 같은데 우리쪽을 빤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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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가볼 만한 곳에 아그로랜드라는 곳이 있길래 마침 주변이라 들러 봤는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고 너무나 썰렁해서 다시 돌아나왔다. 나오는 길에 소 동상이 있는데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일로 동생과 웃음이 빵 터졌었다. 둘이 다니다보면 뭐가 그리 재미난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까르르 웃고 다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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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인 당진 합덕성당.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뒤편에 앉아 묵상도 하고, 언덕 위에 한참을 머무르며 주변을 산책했다.
당진의 주유소 강아지. 주유를 마치신 아저씨가 재주 좀 부려보라고 이것저것 시켰으나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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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면도 쪽으로 간다. 동생이 숲을 좋아해 휴양림에 숙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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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모든 식당이 다 게국지만 팔고 있다. (게국지는 꽃게를 겉절이 김치와 함께 끓인 거라는데, 동생 말로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무척 비쌌음.)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밀가루 음식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데, 만두도 칼국수도 무척 맛있었다. 단지 양이 너무 많아서 반도 못 먹고 남김. 국수가 끓는 동안 보리밥까지 주셨으니…
한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인지 남은 음식을 싸달라고 하니 매우 기막혀 하셨지만 (다 불을 거라고) 그래도 비닐 봉투;;에 싸주심. 우려와는 다르게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국수와 국물을 분리해 냉장고에 보관해서 다음날 훌륭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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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빡빡한 일정이라 그런지 해가 지면 바로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일치감치 이불을 펴게 된다. 힘들었나 보다. 이 날도 저녁을 먹자 마자 들어가서 따끈한 온돌방에 찰싹 붙어있다가 일찍 잠듦.
Day 13
다음 날 아침은 안개가 자욱했다. (미세먼지가 아니고 안개다!) 창문을 열어 숲 공기를 마시면서 어제 남은 국수와 만두로 아침을 먹음.
한국에는 휴양림에 따뜻한 온돌방 숙소가 있어서 참 좋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부엌, 취사도구, 뜨거운 물이 나오는 화장실, TV에 인터넷까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숙소를 나서는데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나갈 때 뭘 주나..? 입구를 떡하니 지키고 있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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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를 빠져나가는 길은 안개로 자욱하다. 가뜩이나 시야가 좋지 않은데 부은 눈으로 운전을 하는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