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Ana

2022년의 유일한 포스팅

그래도 해 넘기기 전에 글 하나 올려야지.

올해 초,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급히 알아봤지만 지난 해 시작된 Omicron 변종으로 여러가지 규제가 심해진 출입국 절차 때문에 장례식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고, 비행기를 타고 가자마자 만날 분들의 건강도 염려가 되어서 후일을 기약 하기로 했다.
겨울과 봄 사이 K씨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두 권의 책을 썼다. 이민 이야기캠핑 이야기.
캠핑을 쉬는 동안 몇 가지 게임을 돌려가며 했고 연말에는 K씨와 함께 It takes two를 하면서 보냈다. 다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무슨 날이다 싶으면 그 핑계로 모임을 꾸리기도 했다.


재택을 마치고 다시 출근하게 되어 좋았다. 나는 재택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일 하다 보면 왔다 갔다 하며 보이는 집안의 널린 일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쉬려고 하다가도 들려오는 이메일이나 Teams 알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무실에서 집중해 일 하고 퇴근하면서 아예 일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좋다. 이게 항상 되는 건 아니라서 확실히 구분하는 게 과제이긴 하다.


4월부터 10월 까지는 1-2주에 한 번씩 줄기차게 캠핑을 다녔다. 올해는 친구 E님 D님 부부와 일정을 맞춰 많은 캠핑을 함께 했다. 이 분들은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때의 성실함의 기준이 우리와 비슷해서 좋다. 또 같이 있으면 재미있다. 소중한 인연이라 감사하다.

올해의 캠핑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쨍하게 맑은 날 Tofino 해변 모래밭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때린 것. 비현실적인 느낌과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외선 차단제를 성실하게 바르지 않은 댓가를 오랫동안 톡톡히 치르긴 했지만.


10월 중순 올해의 캠핑을 마무리 한 후 가을부터의 일상은 low-key란 말로 요약할 수 있을 듯.
뭔가 힘들어진 몸과 마음을 다잡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운동은 주 2-3회 계속하고 있고, 말로만 듣던 여러가지 갱년기 증상들이 시작되면서 호르몬의 변화라는 게 이 정도인가 신기했었다. 워낙 몸이 차서 찬 음료를 잘 못 마셨는데 얼음물을 몇 컵이나 연달아 들이키기도 하고 열이 올라 사무실엔 계속 선풍기를 틀어 두고 그것도 모자라서 언제라도 겉옷을 벗어던질 수 있게 안에 얇은 여름옷을 입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런 것들은 그래도 뭔가 대책이 있는데, 제일 힘든 것이 잠을 못 자는 거였다. 몇 달 동안 두 시간 간격으로 깨면서 하루 서너 시간 정도의 설잠을 자고 출근해서 일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허브나 영양제도 먹어보고 있는데, 멜라토닌 등은 별로 효과가 없었고, 한 달 반쯤 전부터 먹기 시작한 Promensil이란 제품이 현재까지는 잘 듣고 있다. 복용 몇 주 만에 잠을 잘 자기 시작해서 맞아 이런 게 잔다는 거였지 하는 느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매우 감사한 마음.

그리고 또 올해의 즐거움 중 하나는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 작년이었나 친구 J씨가 유투브로 혼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기에 우리 집에 몇 년째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코스트코 출신 피아노를 떠올렸는데, 정작 시작은 하지 않았었다. 올해 여름 한 캠핑에서 뭔가를 배우기 시작한다면 뭘 하고 싶은지 얘기를 나누다 피아노란 대답을 했고, 몇 주 후 함께 얘기를 나누었던 친구 E님이 플룻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옆집 음대생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 아직 몇 달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데 퍽 즐겁다.

아이고 길게 쓰다보니 힘들다. 항상 글을 쓰려면 각잡고 앉아야 하고 몇 번이고 고치는 습관이 있어서 꾸준히 블로그 포스팅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글쓰기에 좀 더 힘을 빼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