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 넘기기 전에 글 하나 올려야지.
올해 초,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급히 알아봤지만 지난 해 시작된 Omicron 변종으로 여러가지 규제가 심해진 출입국 절차 때문에 장례식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고, 비행기를 타고 가자마자 만날 분들의 건강도 염려가 되어서 후일을 기약 하기로 했다.
겨울과 봄 사이 K씨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두 권의 책을 썼다. 이민 이야기와 캠핑 이야기.
캠핑을 쉬는 동안 몇 가지 게임을 돌려가며 했고 연말에는 K씨와 함께 It takes two를 하면서 보냈다. 다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무슨 날이다 싶으면 그 핑계로 모임을 꾸리기도 했다.
재택을 마치고 다시 출근하게 되어 좋았다. 나는 재택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일 하다 보면 왔다 갔다 하며 보이는 집안의 널린 일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쉬려고 하다가도 들려오는 이메일이나 Teams 알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무실에서 집중해 일 하고 퇴근하면서 아예 일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좋다. 이게 항상 되는 건 아니라서 확실히 구분하는 게 과제이긴 하다.
4월부터 10월 까지는 1-2주에 한 번씩 줄기차게 캠핑을 다녔다. 올해는 친구 E님 D님 부부와 일정을 맞춰 많은 캠핑을 함께 했다. 이 분들은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때의 성실함의 기준이 우리와 비슷해서 좋다. 또 같이 있으면 재미있다. 소중한 인연이라 감사하다.
올해의 캠핑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쨍하게 맑은 날 Tofino 해변 모래밭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때린 것. 비현실적인 느낌과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외선 차단제를 성실하게 바르지 않은 댓가를 오랫동안 톡톡히 치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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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올해의 캠핑을 마무리 한 후 가을부터의 일상은 low-key란 말로 요약할 수 있을 듯.
뭔가 힘들어진 몸과 마음을 다잡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운동은 주 2-3회 계속하고 있고, 말로만 듣던 여러가지 갱년기 증상들이 시작되면서 호르몬의 변화라는 게 이 정도인가 신기했었다. 워낙 몸이 차서 찬 음료를 잘 못 마셨는데 얼음물을 몇 컵이나 연달아 들이키기도 하고 열이 올라 사무실엔 계속 선풍기를 틀어 두고 그것도 모자라서 언제라도 겉옷을 벗어던질 수 있게 안에 얇은 여름옷을 입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런 것들은 그래도 뭔가 대책이 있는데, 제일 힘든 것이 잠을 못 자는 거였다. 몇 달 동안 두 시간 간격으로 깨면서 하루 서너 시간 정도의 설잠을 자고 출근해서 일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허브나 영양제도 먹어보고 있는데, 멜라토닌 등은 별로 효과가 없었고, 한 달 반쯤 전부터 먹기 시작한 Promensil이란 제품이 현재까지는 잘 듣고 있다. 복용 몇 주 만에 잠을 잘 자기 시작해서 맞아 이런 게 잔다는 거였지 하는 느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매우 감사한 마음.
그리고 또 올해의 즐거움 중 하나는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 작년이었나 친구 J씨가 유투브로 혼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기에 우리 집에 몇 년째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코스트코 출신 피아노를 떠올렸는데, 정작 시작은 하지 않았었다. 올해 여름 한 캠핑에서 뭔가를 배우기 시작한다면 뭘 하고 싶은지 얘기를 나누다 피아노란 대답을 했고, 몇 주 후 함께 얘기를 나누었던 친구 E님이 플룻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옆집 음대생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 아직 몇 달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데 퍽 즐겁다.
아이고 길게 쓰다보니 힘들다. 항상 글을 쓰려면 각잡고 앉아야 하고 몇 번이고 고치는 습관이 있어서 꾸준히 블로그 포스팅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글쓰기에 좀 더 힘을 빼 봐야지.
작년에 큰일을 치루셨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캠핑을 한달에 한두번 가는것도 부지런 하면 할 수 없는 일중의 하나라 에너지가 부럽습니다. 나머지는 저랑 비슷하게 겪는일이신거 같아서. 하하. 저의 올해 새로운 결심도 피아노를 매일 30분 연습하는건데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서 선생님을 구해봐야겠습니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는데 다음주에는 꼭 시작 해 볼려구요. 목표는 피아노를 잘 치는건 아니고 성실히 뭔가를 꾸준히 해 보려는게 목표인데 매일 체크박스 채우는거가 목표인 이상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해도 건강하시고 화이팅입니다.
간만입니다! 새해 건강하세요.
저는 워낙 혼자서 꾸준히 하는 걸 잘 못 해서 뭔가 데드라인이 있어야만 연습을 하게 되더라구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치니 재밌어하는 거 같습니다 ㅎㅎ 연습 시작하시면 체크박스 채웠다고 자랑해 주십쇼 ㅎㅎ
우와. 쓰다가 빼먹었는데 남편분 책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이 두권이나 나왔군요. 캠핑책은 은퇴하면 캐나다를 유목민처럼 다닐적에 필요한 책이겠어요.
캐나다 서부 – BC와 알버타까지 – 만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유용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