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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ㄱ와 보낸 토요일, 그리고 S씨와 보낸 일요일

어제 일요일 오후엔 S씨가 짬을 내어 놀러왔다.
연수단의 빡빡한 일정에 맞춰 8개월의 무거운 몸에도 씩씩하게 돌아다녀서 피곤할텐데도 와 주어서 공원에서 저녁 먹고 오늘 아침 일찍 수업시간에 맞춰 돌아갔다. 우리도 그 유명한 UBC(University of British Colombia, 이 동네에선 가장 좋은 학교라고..)에 한번도 안 가보았기에 S씨 바래다 줄겸 함께 가서 학생 매점에서 간단히 아침도 먹고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첫번째 손님은 당연히 백수가 아니겠느냐 생각했는데 인간사라는 것이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없는 것이었다. 학교 선생님인 S씨가 연수로 바로 우리가 있는 이 곳에 오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

UBC는 박물관에 해변까지 끼고 있지만 모든 곳이 유료주차인데다 너무 넓기도 하고 비도 흩뿌려서 잠깐만 둘러보고 미리 예약해 놓은 차 정기 점검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 어디 놀러갈까 생각도 했지만 어제 늦게까지 수다를 떤데다 새벽같이 일어나 서둘렀던 탓인지 너무 피곤해서 돌아와 낮잠을 잤다.

내일부터 또 열심히 일해야지.. 이젠 난리치는 개가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 토요일 왔던 개 하나는 정말 ‘ㅁㅊㄱ’ 수준이었다. 우리 손님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안 되지만 정말 그랬다. 엄청나게 큰 말라뮤트 잡종이었는데, 목욕시킬때도 E가 욕조에 같이 들어가 흠뻑 젖도록 난리를 치더니만 결국 목줄을 끊고 뛰어나와 가게를 물바다를 만들고 간신히 다시 묶어놓았더니 커튼을 찢고 세탁주머니를 부수고 암튼 난리도 아니었다. 계속 울부짖다가 결국은 설사까지 하고 말이다.
덕분에 냄새나는 토요일에 엄청 지쳐버리고 말았다. 대신 부서진 값까지 쳐서 110불을 청구했다. 원래 목욕하고 하는데는 큰 개라서 한 5~60불 받지만 너무 시간도 힘도 많이 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주인도 얘기를 듣고는 묵묵히 돈을 내고 갔다. 비싸서 안 올지도 모르겠지만 와도 우리가 안 받을 생각이다. 에혀..

이렇게 좀 지나면 팔에 물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을지도 모르겠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