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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끝자락

공휴일.. 월요일인 덕분에 long weekend라고 지난주 금요일 고속도로는 나가는 차들로 가득했고 가게에도 백인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 가게는 원래 중국사람들이 많이 온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중국 사람’만’ 왔다. 역시 아시아 사람들이 덜 놀러가고 부지런한걸까..

그저께 밥을 먹다가 전에 어금니에 해넣은 금 충전이 떨어지는 바람에 어제는 아침부터 치과에 갔다. 쇼핑몰에 있는 치과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어서 이럴 때는 편리하다. 이곳은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어 일반 진료부터 병원에 가는 것은 전액무료이지만 (약값은 부담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약보험이라는 것이 생겨 최소한의 약값만 내면 되는 제도가 생겼다.) 치과는 의료보험이 해당이 안되어서 정말 비싸다. 그래서 치과보험이라는 것을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보험료도 만만치 않은데다 첫 몇개월은 보험료만 받고 혜택을 주지 않아 우리같이 자주 치과를 가지않는 사람들에게는 계산해보면 보험료를 내느니 그냥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어쨌건 떨어진 금조각을 그대로 가져갔는데도 검사하고 엑스레이 한 장 찍고 시멘트로 붙여주는데 189불(16만원 정도?)이나 내고 왔다. 날강도를 당한 심정이지만 그래도 금조각 값은 안 냈으니까 하면서 위안을 하고 있다. 교민들이 이가 아프면 다들 한국으로 간다고 하더니 의료보험이 안 되어도 한국이 더 싼 모양이다. 암튼 교회에 가보려 했는데 불의의 사고로 그 계획은 다음주로 미뤄졌다.

일요일은 그렇게 치과를 가고 빨래를 하고 시장을 보고 하다가 오후엔 미니미네 가서 남편은 그집 방 새로 칠하는 것을 거들어주고 나는 H언니랑 수다를 떨다가 저녁으로 도가니 우족탕을 끓여 맛있게 먹고는 왔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집에서 뭘 끓여먹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여기 와서 더 챙겨먹게 되는 것 같다. 지난주에도 남편 선배댁에 가서 닭죽을 함께 먹고 왔는데.. 암튼 건강해진 느낌이다.

오늘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간만에 라면으로(한국슈퍼에서 사은품으로 <안튀긴면>이란 것을 주어 먹어봄) 간단히 아침을 먹고 좀 있다가 어제 사온 작은 새우로 남편이 먹고 싶다던 팝콘새우를 만들어먹고 청소를 한 후 책을 읽으면서 푹 쉬었다. 낮잠도 좀 자고.. 저녁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새우를 산 김에 팝콘새우, 새우샐러드, 새우 스파게티를 하루에 먹었다 ^^) 먹고는 딸기랑 잠깐 뒤편 공원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요즘 세상을 사는 지혜를 다지기 위해(?) 고우영의 열국지부터 시작해 십팔사략이니 하는 책들을 읽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이틀을 쉬는 것이 몸에 배어 엿새를 일하면 너무 힘들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땐 어떻게 그렇게 토요일도 늦게까지 일했었나 싶다. 이틀을 쉬니까 하루는 놀러가거나 손님을 초대하고 또 하루는 책도 읽고 푹 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여기 경찰서에서 일하는 미니미 아빠 P는 정말 휴일이 많은데, 이 나라 직장인 자체가 그렇게 많이 쉬나보다. 우리가 가는 은행 직원도 정말 자주 휴가를 쓴다. 물론 대부분의 직업들이 시급으로 계산하는 거라 그만큼 덜 벌겠지만 여기는 개념이 역시 돈보다는 시간인 것 같다.

어제 오늘은 한국 친구랑 예전에 함께 일하던 상사와도 통화를 하고 반가운 일이 많았다. 기분좋은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