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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일기

가게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하루하루가 잘 지나가고 있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이쪽 경험을 쌓는 것으로 만족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
시아빠가 편찮으셔서 수술하시게 되어 요즘 마음이 퍽 무겁고 걱정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힘내려고 하고 있다. 어차피 우리가 잘 지내는 게 걱정을 덜어드리는 길이니까 하고 말이다.

이번 주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게 주위의 공원으로 가서 문열기 전까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지난 주에는 주위의 집들의 우편함에 넣어두곤 했지만 그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되어서 눈비비고 일어나 부지런히 나가고 있다. 며칠 가보니까 광고를 하면서 동네 사람들도 만나고 딸기랑 장군이네 식구들 산책도 시키고 일거 양득이라 앞으로 당분간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할 생각이다.

지난 주말에도 집에서 딱 붙어서 보냈다. 너무너무 햇볕이 뜨거워서 아무데도 나가기 싫다. 정말 무시무시한 햇살이다. 내 팔은 어느새 타서 남편보다도 까매지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은 매일 긴 팔을 입고 다녀서인지 나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 같다. 다행히 해가 직접 비치지 않는 곳에는 그나마 시원하니까 살 만하다.
이번 주부터 이 곳 휴가철이 한창이라 손님이 약간 줄었다. 캠핑을 떠나서 자연을 만끽하고 바베큐를 해먹곤 하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 대부분의 휴가를 즐기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번 해에는 생략하고 내년에나 한번 고려해볼까 하고 있다. 우리 가게 옆 가게는 세탁소인데 (한국 세탁소와는 달리 동전을 넣으면 작동하는 세탁기랑 건조기가 쭉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와서 직접 세탁을 한다.) 한국 사람이 운영한다. 그 아저씨도 이번 주에 록키로 휴가를 떠났다. 여기 온지 2년 됐는데 오자마자 세탁소를 운영하느라고 휴가를 못갔다고 한다.

오늘부터는 우리집도 케이블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나라는 워낙 넓어서인지 공중파 방송이 잘 나오지 않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보는데 우리는 TV를 잘 안 보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케이블 방송사에서 한달에 9000원으로 할인을 한다고 전화를 걸어와서 영어공부도 할 겸 신청해 보기로 했다. 일을 하니까 영어의 필요성이 점점 절감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영어를 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제 저녁 때는 사전을 옆에 놓고 TV를 보면서 공부를 해야지 마음먹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친구가 밴쿠버에 연수를 오게 되어 공항에 나가보기로 했다. 우리의 첫손님이 누가 될지 무척 궁금했는데 (물론 학교(선생님이다)에서 오는 것이라 우리 집에서 묵지는 않고 잠깐씩 만나기만 하겠지만) 아주 반갑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는 남편 선배댁에 가서 김치담그는 것을 거들고 함께 여름맞이 삼계탕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더위를 잘 못 견디는지라 한국에서도 더위가 시작되면 한번씩은 꼭 사먹고는 했는데 여기서는 그 정도의 더위는 아니지만 여름맞이 기념을 하게 될 것 같다.

벌써 금요일이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