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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여기 오기 전.. 여러가지 정보들도 많이 보고 했는데..그 중에 가장 관심이 갔던 내용은 뭐니뭐니해도 앞으로 함께 살게 될 이 곳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어찌 사람들을 한꺼번에 통틀어 이렇다저렇다 하겠냐만서도.. 그래도 그런 정보들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민자들이 써놓은 정보를 종합하면.. 이 곳 사람들은 매우 착한 편이나 원칙에 대해서는 엄격하여 냉정할 정도라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융통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겠다.
나는 이제 도착 일주일이 갓 지났고, 아직 돈을 쓰기만 하고 벌지는 않고 있는 입장(어느 누가 쓰는 자에게 불친절하겠는가? 쓴 맛이 있다면 그건 벌 때 느낄 수 있을테지)이기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이라는 게 꼭 전형적인 백인들만 칭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관공서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직까진 거의 모두 백인(그 중에서도 나이든 여성들이 가장 많았다.)이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많은 민족들이 뒤엉켜 살고 있는 것이다. 버스만 타도 백인들은 물론 터번을 쓴 인도 할아버지, 인디언의 피가 섞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 째깔째깔 시끄러운 남미계 사람들, 입을 꾹다문 중국계 사람들, 약간 독특한 느낌의 일본인들, 역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한국인들과 아무래도 약간은 껄렁(–;)함이 느껴지는 흑인들 등등 정말 매일같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인종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민자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 사람들을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 중에서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면..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맹인 여성을 그 버스의 운전사가 따라내려 팔을 잡아주고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며 스카이트레인 역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태워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너무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마침 그 바로 뒤에 서 있게 된지라 에스컬레이터가 다 올라갔을 때 – 한국인 답게 -쑥스럽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 부축하면서 다음 에스컬레이터에 같이 타고 스카이트레인 좌석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여성은 항상 도움을 받는게 자연스러운 일인 듯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스카이트레인을 탈 때 우리가 다가가는 걸 본 어떤 흑인 청년은 문에 서서 스카이트레인 문이 닫히지 않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다지 별 일은 아니었지만, 버스의 운전기사가 그녀를 부축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여기의 버스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바로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단 버스의 입구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은데다 휠체어가 정류장에 서 있으면 문쪽 바닥이 들려 밖으로 펴지면서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언덕길을 만들어준다. 버스 출발이 지체되는 것쯤 아무도 신경 안쓰고 그냥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다른 건 아직 잘 모르겠는데.. 이런 여유와 따뜻함(사실.. 사람들이 착하다기 보다.. 장애인이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원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은 정말 보기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