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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결정!

오늘도 6시도 안되어 잠에서 깬다. 딸기가 뒷다리로 목을 긁으면서 내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잠이 안 온다. 한참동안 이것저것(일기도 쓰고..)하다가 씻고 밥을 먹는다. 오늘은 어제 사온 계란에 시리얼까지 있어 조금은 더 풍성한 아침이다. 집에 우유가 있기에 (입주할 때 냉장고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몇 개의 비스킷과 초콜릿도. 귀여운 매니저 아닌가?) 거기에 타먹으려고 사왔다. 체질 개선을 해보려고 오랫동안 우유를 안 마셨더니 그냥은 못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간만에 마셨더니 아주 맛있었다.

밥을 먹고 설겆이를 한 후 아래층서 청소기를 가져다 청소를 하는데..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여기 청소기는 너무 무겁고 너무 시끄럽다. –;
그 사이 남편은 딸기를 데리고 아침 끙을 시키러 집주변을 산책하고.. 그러고 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남편은 인터넷을 보고 나는 TV를 봤는데, 미국이란 엽기적인 나라 옆에서 사는 게 참.. 뉴스에선 부시가 오만 방자한 살상 선언을 해대고 있고.. (그리고 테러를 한 나라들도 미운 건 마찬가지) 미국 방송에서 해주는 제리 스프링어 쇼라는 프로그램은 정말 엽기적이었다.
자길 버리고 유부녀와 사귀는 남자, 여자, 그 유부녀, 유부녀의 남편이 나와서 서로 싸우는 걸 그냥 보여주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계속 욕을 하는지 삑삑 소리만 계속 나고.. 흥분하면 가슴도 훌렁 올려 보여주고(안타깝게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서.. –; ) 등등..
그렇게 나오는 사람들이나 그걸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걸 보고 있던 나도 그럼 엽기적인 건가. 일단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엄청 신기했다. 그런데 계속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신기해서 몇 번은 보더라도.

전화로 집을 보러 가겠다는 약속을 1시로 잡았기에 12시가 좀 넘어서 슬슬 집을 나섰다. 오늘은 해도 안 나고 좀 쌀쌀한 편.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강을 건너 써리로 향했다. 바로 우리가 들어갈 집을 보여줬는데, 일단 문을 열어준 아저씨가 조금 지저분하게 생긴(죄송!) 배 나온 아저씨 여서인지.. 집마저 좀.. 마침 날도 흐려서 남향의 햇살도 오늘은 보이지 않고.
방은 꽤 넓었다. 킹사이즈 침대하나와 싱글사이즈 침대하나가 붙어 있고도 공간이 남았다. 거실엔 엄청 큰 소파가.. (꽤 넓은 거실을 다 차지할 만한.. –; ) 어제 주변을 돌아볼 때 특히 지저분했던 매트리스가 놓여있는 베란다를 지나면서 “설마 여긴 아니겠지” 했는데 바로 그 집이었다. 부엌엔 설거지 거리가 잔뜩.. –;
뭐.. 집 자체는 마음에 드니까 우리가 잘 정돈하고 깨끗이 치우고 살면 될 것 같다. 카펫도 몇 달 전에 갈았다고 하니 괜찮은 것 같고. 이 집으로 결정하기로 하고 서류를 작성하는데, SIN카드 번호(와서 다음다음날 신청한 사회보장번호)를 안 썼더니 없냐고 묻는다. 3주 후에 나올 거라고 했더니 난처해 하면서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그래서 SIN카드 접수증을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 좋다. 대강대강 해주는 게 없는 사회라면 내가 받을 것도 모두 받을 수 있는 거겠지.

내일 다시 접수증을 가지고 만나기로 하고 아파트를 나와 걷는다. 잔디밭에 청설모가 몇 마리 보인다. 보이는 놈마다 입에 뭔가를 오물거리고 있다. 귀엽다. 그리고 청설모가 베란다에 기웃거리는 아파트에 살게 된 것이 기쁘다. 물론 시골엔 마당에 사슴이나 곰도 다니겠지만.. 그 정도까진 싫다. ^^

집에 와 어제 산 감자와 삼겹살을 오븐에 구워 저녁을 먹기로 했다.(오늘 저녁은 남편이 하기로 했다. 지금 남편은 분주하게 식사 준비 중.. 밥을 짓고 삼겹살을 굽고 있다.) 내일 계약을 마치고 나면 이제 준비할 것은 얼추 다 되었으니 영어공부와 여기 사회 파악에 중점을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