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또 그러다보니 가끔씩 발견해 보물찾은 기분으로 읽던 흥미로운 블로그들도 더 찾기 어려워지고. K군 말로는 내가 강퍅해져서 그렇다는군. 늙었나.
장점이라면 도서관에서 일하는 덕분에 접할 기회는 많지만 욕심껏 빌려와 몇 페이지 넘기다말기만 하던 책들을 좀더 읽게 되었다는 것.
이상하게도 2000년 이후 이렇게 저렇게 접했던 한국소설들은 90년대 한참 읽던 책들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몇몇 눈에 띄는 책들이 있었지만 딱히 흡인력이 있던 작품이 기억나지 않음;; 그러다 보니 소설이 별로 안 땡기기 시작해, 영어책도 주로 비소설류를 뒤적거리다 필요한 지식 몇가지만 훑어보고 말았었다. 게으름도 큰지라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다 보면 대강 때려맞추거나 또 덮어버리기 일쑤- 결국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러면서 인터넷의 각종 읽을 거리들도 결국 정보의 습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책과는 계속 담을 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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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샛길로 나가 쓰던 중 갑자기 기억이 나서 지금 여기 기록해놓고 싶은 책이 있음.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국어로도 번역본이 나와있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동네에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려 나선 한 자폐증 소년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한 책. 매우 흥미롭고 배울 점(교훈이라기 보다 자폐증에 대한 지식이랄까)도 많다.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분량도 부담없고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일단 내가 읽었으니까.. ㅎㅎ)
암튼 각설하고, 오늘도 즐겁게 읽었기에 기록함.
얼마전 훌팬님도 얘기한 Holes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호수 바닥을 끝없이 파대는 소년들이 있다. 이 소년들의 이야기에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얽히면서 큰 그림을 만들어 간다. 푹 빠져들 수 있는 속도감이 있으면서 약간의 환타지도 섞여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길.
그나저나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나 찾아봤다가 경악. 책을 팔고 싶지 않았던 거야? 제목이 엄지손가락의 기적인데다가 표지도 완전 깬다.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따라가보시오.) 완전 아동용 책처럼 보이지만(한국판은 매우) 꽤 짜임새있고 어른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도서관 분류도 청소년용 도서로 분류가 되어있는데, 여기 teen 도서는 한국의 분류보다 조금 강도(?)가 센 듯.
책을 거의 다 읽은 참에 마침 도서관에 반납된 영화화된 DVD가 있어 빌려와서 오늘 봤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 잡지 표지를 보니 웬지 보고 싶어졌..;;;
참고로 영화만 따로 봤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책이 훨씬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