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K씨와 얘기는 많이 들었으나 실제로 가보기엔 가격이 좀 ㅎㄷㄷ한 벨기에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마침 그쪽에 일이 있기도 했고.
일단 먼저 주문한, 벨기에의 한 수도원에서 수사님들이 만들었다는 맥주. 고소하고 진한 맛에 무척 감동했으나 나중에 보니 집앞 술가게에서 1/3 정도 가격에 팔고 있었다;;
애피타이저로 바싹 튀긴 브로콜리와 칙피 등에 문어를 구워 얹은 것. 문어도 맛있었지만 바삭바삭한 야채는 그야말로 브로콜리의 새로운 발견이라고나. (브로콜리가 몸에 좋다고 해 자주 먹으려 하지만 넘 질린다.. ㅠㅠ 그러나 집에서 저렇게 튀길 확률은 역시 0%.)
이집에서 가장 유명한 홍합요리. 몇가지 다른 버전이 있지만 우리가 주문한 것은 백포도주에 파와 샐러리를 곁들여 쪄낸 것.
홍합에는 감자튀김이 곁들여져 나오는데 정작 홍합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버터에 튀긴 듯 고소한 감자를 치즈향이 가득한 소스와 함께 서빙.
빵을 따로 주지 않아서 홍합국물에 찍어먹기 위해 주문했다. 웨이터님이 자랑하신 훈제 파프리카 버터. (근데 왜 들어있지도 않은 훈제연어 맛이;;) 빵은 그닥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홍합국물과 매우 잘 어울렸다.
오늘의 메인으로, 누군가가 베스트라 외쳤던 오리 요리.
메인이라기엔 너무 앙증맞은(?) 양에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여러가지 들어있다.
곁들이 1: 뭔가 곡식과 허브 다진 것을 크림치즈로 뭉친 것. 웨이터님이 뭐라뭐라 설명했으나 빈 속에 들이킨 맥주 땜에 기억이;;
곁들이 2: 허브로 만든 크림 위에 놓여있는 볶은 버섯들. 전체적으로 내공이 느껴지는, 느끼함이 없는 깔끔한 맛이었다.
디저트도 주문하고. 일단 라떼랑..
로컬 딸기에 크림을 잔뜩 얹은 이름모를 디저트. 우리 웨이터님이 이래저래 설명해주고 선택하라는 스타일이 아니고 딱 자기가 한가지 정해서 권해주는 스탈이어서 “상큼한 걸로다..” 했더니 냉큼 가져다 주었다. 크림이 저렇게 가득한데도 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고 딱 맛있었다. K씨 한입 주고는 싹싹 다 먹어버림;
요렇게 해서 코스로다가 럭셔리 디너 한 판. 거의 몇년간 먹었던 중 가장 비싼 저녁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디저트까지 먹고도 기분좋게 배불렀던 맛있는 식사였다. (양이 적어서..만은 아닌 듯 -_-?)
외식 예산을 한참 초과해서 다음달 결혼기념일을 땡겨쓰기로. (응?) 그런데 코스가 아니라 맥주에 홍합 정도로 간단하게 식사하면 가끔씩 가주긴 괜찮을 듯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