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April 2010

요즘 본 영화들

항상 이맘때쯤에 좋은 DVD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라 그런 것일까?
보고싶은 영화들이 꽤 있어서 도서관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즐겁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
2012나 공주와 개구리도 빌려왔었으나 2012는 조금 보다 뭐래~ 하고 꺼버리고 공주와 개구리는 촌발날리는 화면에 (눈이 너무 높아졌다;;) 또 중간에 꺼버리고.
본 중 기억에 남는 거 몇가지 기록해두면…
 

장강7호 (2008)

찢어지게 가난한 아버지와 소년. 아버지는 소년이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공사장 인부로 일한 돈으로 소년을 간신히 사립학교에 보낸다. 장난감도 운동화도 쓰레기장에서
아버지가 주워다준 걸로 쓰는 소년. 어느날 주워온 장난감이 우주인 (우주개?)로 변한다.

주성치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떼구르르 했었는데 어린이용이라 그런지 교훈적인 요소는 많아도 시니컬한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장강7호가 매우 귀여웠다. 그래서 ★★☆

Up in the Air (2009)

이 영화는 도서관에 비치되기 전에 보고싶어서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봤다. Juno의 감독이었던 Jason Reitman 작품. 지금 보니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Thank you for Smoking도 이 사람이 만든 거였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하는 Ryan의 직업은 여러 회사의 하청으로 전국을 다니며 해고통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해고통지를 받아들이는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충격을 주고 회사에 대한 반감이 남지 않도록 통지를 전달하는 기술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일년의 대부분을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쌓인 마일리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명문대 출신의 신입사원이 화상통신을 이용해 해고통지를 하면서 회사의 비용을 절감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 의견이 현실화되기에 이른 것. Ryan은 이 사원을 트레이닝시킬 겸 함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출장길에 나선다.
슬프지만 담담하고.. 조지클루니 연기도 좋다.  ★★★★

The Informant! (2009)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는 점점 아리송해진다.
이 영화는 자막을 켜놓고도 정말 힘들게 봤는데, 나오는 용어들도 너무 어렵고, 상황도 복잡한 데다가 숨가쁘게 얘기가 바뀌고 또 바뀌고… 끝까지 보면 그 이유를 알게되지만서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인데,  맷데이먼이 연기하는 Mark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기밀 – 해외 기업들과의 가격담합 – 을 FBI에 밀고하고, 정부는 맷데이먼을 정보원으로 삼아 수사에 들어간다. 몇년간 녹음과 녹화 협조로 정보전달을 하게 되는 Mark, 드디어 가격담합의 현장을 녹화하게 되지만…
이런 쪽 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나는 너무 힘들게 봤으므로 ★★☆

그리고 우연히 며칠 사이에 샘 멘데즈의 영화를 연속적으로 보게 되었다. 
먼저 본 것이 이 영화.

Away We Go (2009)

귀여운 커플 버트와 베로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되면서 본인들의 보금자리를 어디에 꾸밀지를 결정하기 위해 지인들이 사는 몇몇 도시를 여행한다. 황당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살 곳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Revolutionary Road (2008)

그리고 나서 이 영화를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1950년대, 교외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윌러 부부. 도시의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남편과 지적이고 아름다운 아내로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삶이 젊은 시절 원하던 삶과는 다르기에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날 큰 부부싸움 후에 모든 걸 정리하고 항상 가고싶어하던 파리로 떠나기로 결정을 내린 두 사람. 모처럼 행복에 겨워하고, 주변 사람들은 이 소식에 놀란다.
연출, 연기, 장면
하나하나 모두 훌륭하다. (사실 이 타이타닉 커플이 어울린다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 영화에서는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나 너무나 슬퍼서 권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꿔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잠깐 더 얘기하자면…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감독의 작품들 중 American Beauty
(1999), Revolutionary Road (2008), Away We Go (2009) 세 영화를 시간을 거슬러가며 연결해
생각해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희망에 차서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날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젊은 부부의 소망은, 7년 후 자기가 가졌던 꿈과 현실의 모습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로 바뀌고, 어떻게든 그걸 견뎌내고 살아낸다 하더라도 다 컸다고 반항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자녀와 무력하게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중년의 어느날… 정말 이렇다면 인생이란 무지 우울하구나.  
원작이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Revolutionary Road의 결말을 다르게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시나 더 우울해졌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