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

항상 이맘때쯤에 좋은 DVD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라 그런 것일까?
보고싶은 영화들이 꽤 있어서 도서관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즐겁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
2012나 공주와 개구리도 빌려왔었으나 2012는 조금 보다 뭐래~ 하고 꺼버리고 공주와 개구리는 촌발날리는 화면에 (눈이 너무 높아졌다;;) 또 중간에 꺼버리고.
본 중 기억에 남는 거 몇가지 기록해두면…
 

장강7호 (2008)

찢어지게 가난한 아버지와 소년. 아버지는 소년이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공사장 인부로 일한 돈으로 소년을 간신히 사립학교에 보낸다. 장난감도 운동화도 쓰레기장에서
아버지가 주워다준 걸로 쓰는 소년. 어느날 주워온 장난감이 우주인 (우주개?)로 변한다.

주성치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떼구르르 했었는데 어린이용이라 그런지 교훈적인 요소는 많아도 시니컬한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장강7호가 매우 귀여웠다. 그래서 ★★☆

Up in the Air (2009)

이 영화는 도서관에 비치되기 전에 보고싶어서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봤다. Juno의 감독이었던 Jason Reitman 작품. 지금 보니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Thank you for Smoking도 이 사람이 만든 거였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하는 Ryan의 직업은 여러 회사의 하청으로 전국을 다니며 해고통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해고통지를 받아들이는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충격을 주고 회사에 대한 반감이 남지 않도록 통지를 전달하는 기술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일년의 대부분을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쌓인 마일리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명문대 출신의 신입사원이 화상통신을 이용해 해고통지를 하면서 회사의 비용을 절감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 의견이 현실화되기에 이른 것. Ryan은 이 사원을 트레이닝시킬 겸 함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출장길에 나선다.
슬프지만 담담하고.. 조지클루니 연기도 좋다.  ★★★★

The Informant! (2009)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는 점점 아리송해진다.
이 영화는 자막을 켜놓고도 정말 힘들게 봤는데, 나오는 용어들도 너무 어렵고, 상황도 복잡한 데다가 숨가쁘게 얘기가 바뀌고 또 바뀌고… 끝까지 보면 그 이유를 알게되지만서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인데,  맷데이먼이 연기하는 Mark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기밀 – 해외 기업들과의 가격담합 – 을 FBI에 밀고하고, 정부는 맷데이먼을 정보원으로 삼아 수사에 들어간다. 몇년간 녹음과 녹화 협조로 정보전달을 하게 되는 Mark, 드디어 가격담합의 현장을 녹화하게 되지만…
이런 쪽 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나는 너무 힘들게 봤으므로 ★★☆

그리고 우연히 며칠 사이에 샘 멘데즈의 영화를 연속적으로 보게 되었다. 
먼저 본 것이 이 영화.

Away We Go (2009)

귀여운 커플 버트와 베로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되면서 본인들의 보금자리를 어디에 꾸밀지를 결정하기 위해 지인들이 사는 몇몇 도시를 여행한다. 황당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살 곳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Revolutionary Road (2008)

그리고 나서 이 영화를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1950년대, 교외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윌러 부부. 도시의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남편과 지적이고 아름다운 아내로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삶이 젊은 시절 원하던 삶과는 다르기에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날 큰 부부싸움 후에 모든 걸 정리하고 항상 가고싶어하던 파리로 떠나기로 결정을 내린 두 사람. 모처럼 행복에 겨워하고, 주변 사람들은 이 소식에 놀란다.
연출, 연기, 장면
하나하나 모두 훌륭하다. (사실 이 타이타닉 커플이 어울린다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 영화에서는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나 너무나 슬퍼서 권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꿔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잠깐 더 얘기하자면…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감독의 작품들 중 American Beauty
(1999), Revolutionary Road (2008), Away We Go (2009) 세 영화를 시간을 거슬러가며 연결해
생각해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희망에 차서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날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젊은 부부의 소망은, 7년 후 자기가 가졌던 꿈과 현실의 모습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로 바뀌고, 어떻게든 그걸 견뎌내고 살아낸다 하더라도 다 컸다고 반항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자녀와 무력하게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중년의 어느날… 정말 이렇다면 인생이란 무지 우울하구나.  
원작이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Revolutionary Road의 결말을 다르게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시나 더 우울해졌을라나.

17 thoughts on “요즘 본 영화들

  1. 폴리맘

    첫영화는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몇번 봤던..주성치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살짝 섭섭하다는 평?
    마지막 영화는 솔깃하다가도 씁쓸할것같아 주춤하게 되네요….
    인생이란게 그런게 아닐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이나 공허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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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아동 대상이니까 그랬겠다고는 해도 아쉬웠어요.. ㅠㅠ
      인생 공허하죠.. 그래도 일단 살게 됐으니 어떻게든 끝까지 (찌질하게라도?) 살아보는 게 맞다고는 생각해요. 살다보면 재미있는 일도 꽤 있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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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리솔

    최근에는 “클로즈드 노트”라는 일본영화를 봤어요. 만년필로 일기를 끄적거리고 싶게 만들었던 예쁜 영화. 잔잔한거 좋아하심 볼만하고 아니면 지루하실 수도…
    그리고 “밀레니엄”시리즈 1편과 2편을 봤는데요. 회장님 사모님께서 책먼저 읽고 영화를 보라고 하셨는데 귀찮아서 영화를 먼저 봤는데 영화가 충격적이라 한동안 암울했어요. 공포나 추리는 좋아하지만 이건 좀 정도가 쎄서 전 감당하기가 좀 버거웠어요. 4월이니 오래간만에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도 볼까 생각 중^^
    올려주신 영화들 메모해뒀다가 나중에 찾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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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잠깐 찾아봤더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감독의 작품이네요. 제목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결국 못봤지만. 제목 기억하고 있을께요. 근데 너무 잔잔하면 잘까봐 ㅎㅎ
      밀레니엄 ㅋㅋ 저는 책 읽었더니 영화는 안 땡기네요. 책도 살인미스터리인 줄 모르고 읽었다가 깜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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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금봉네

    장강7호 말고 다 보고 싶었던 영화들인데 하나도 못봤다…
    얘들 따라 다니느라 영화 한 편 못 본지가 6개월도 넘은 거 같네… 내 문화생활 돌리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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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시간되시면 한번 보세요.
      제 생각엔 평이 두가지로 극명하게 갈릴 듯 – 뭐야 저게 그리고 저처럼 으흐흑 넘 슬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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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동현

    지금 뱅쿠버 공항이라네… 토론토 가는 뱅기 갈아타려고 기둘리고 있는 중이지.
    너희 전화번호도 모르고 해서… 어쨌든 들르지는 못하지만 시간내서 전화할께.
    전화번호 남겨놔주시게… 내 핸펀번호알쥐?
    글루 문자 보내주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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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우잉우잉 미리 알려주시지… 잠깐 계실 수 없나요? 어차피 가실 때도 여기서 갈아타실 거 같은데.. 며칠 늦게 가시면 안될라나… 맛있는 거 사드릴께요~~

      전화번호는 선배님네 블로그 안부게시판에 남겼어요. 여기다 비밀글로 호텔전번 남겨주심 전화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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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바람

    장강칠호는 은근 딸기 얼굴이 느껴지는걸요? ㅋㅋ
    주성치영화는 사실 20대때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좋아졌다는..ㅋㅋㅋ
    디카프리오와 케이트가 또 커플로 나온게 있었군요.
    요즘 치과고문 당하는중이라설 제정신이 아니라
    영화 볼 틈도 없슝..ㅠㅠ
    암튼 정신 좀 차리면 리스트 작성해서 쭈욱 봐야겠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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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주성치가 예전에 기르던 개를 모델로 했다는데.. ㅎㅎㅎ 요즘엔 활동이 뜸하죠.. 뭐하시나.
      치과는 아직도 안 끝난거여요? 오래 걸리는구나… 다이어트 안 하셔도 살 쫙 빠지시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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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람

      (터맘 땡유~ ^^)
      임플란트가 완성될라믄 한 일년 잡아야된대요.
      일단 어려운 일차수술은 끝났는데
      이거이 꼬맨데가 벌어져뿌려서 꼬맨거 풀고
      다시 꼬매는 수모를 당하느라 죽는줄..ㅜㅜ
      그래도 다행히 다시 꼬맨건 잘 아물고있구요
      실밥풀고 한 6개월인가 지나야 2차수술 드간다나봐용.
      게다가..충치치료도 병행중이라…
      요즘 먹고픈 욕구만 급 상승중이라능..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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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동현

    호텔은 쉐라톤호텔이고 번호는 416 361 1000 이구 룸넘버는 1050이야.
    여기시간으로 새벽 한두시에 전화걸면 되지 않을까 싶네.
    어젠 넘 피곤해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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