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마켓을 나와 시내쪽으로 걷는데 부두도넛 가게가 있다. 미리 관광책자에서 명물이라고 본 적은 있는데, 저주할 때 짚인형을 만들어 바늘로 찌르는 그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 판 도넛이 대히트를 쳐서 줄을 서서 먹는다고. 값도 비싸고 베이컨 도넛이라던가 하는 엽기적인 도넛을 굳이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지나가게 되고 또 설비공사로 문을 닫았다고 하니 급 서운한 기분. (뭐야..) 그러나 2호점을 찾아갈 생각까진 들지 않았음.
우리 말고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부두도넛 광고판.
슬슬 걸어 펄 디스트릭트로. 각종 멋집 맛집이 모여있는, 밴쿠버로 치면 예일타운 같은 곳이라고 할까.
날씨가 좋으니 도시도 이뻐보인다.
찻주전자 모양을 따라 만들었다는 코끼리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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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점에 가서 중고 동종 요법 책 몇권을 더 사고.
커피를 마시러 갈까 하다가 수많은 맥주 양조장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는 곳에 가서 목을 축이기로 한다.
안에서 주문해서 밖에서 서서 마실 수 있다.
배도 부른 참이고 해서 안주없이 두잔만 사서 나와서 햇살을 즐기며 마셨다.
커피향의 카페네그로와 카라멜향의 포터에일.
그리고 햇볕쬐는 딸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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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주말 오후. 나무들도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이것이 도심에선 무료인 스트리트카.
꽤 먼 곳에 주차를 해놓았는데도 이동하기가 매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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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엔 매장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인 앤트로폴러지.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 이런 소파가 놓여있어 K씨와 딸기는 앉아서 쉬고…
(근데 누더기 소파… 싸지도 않더만.. 역시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해.)
나는 소품이랑 옷 구경.
소품들은 꽤 예뻤으나 가져가기도 부담스럽고 가격도 싼 편이 아니라 패스.
옷들은.. 키크고 늘씬한 사람들이 입어야 할 것 같은 스타일이라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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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이미 먹었었고 맥주까지 마셔 배가 불렀지만 서점이니 거리니 구경하며 걷다보니 미리 체크해둔 델리쪽에 왔을 땐 또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하는 집들은 주로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집들인데, 추천 맛집 중 하나가 이 델리였다.
직접 만든 파스트라미 (소고기를 훈제해서 만든 가공요리)를 겨자만 바른 호밀빵에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준다.
꽤 괜찮은 맛. 집에서 만든 코울슬로와 피클도 맛깔났다.
그간 먹은 요리들이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었는데 이 집은 다시 와도 찾아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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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런 마음으로 스트리트카를 타고 파머스마켓이 열린다는 포틀랜드 스테이트 대학쪽으로 가본다.
날이 따뜻해서인지 딸기여사도 제법 걷는다.
오기 전에 다쳐서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다행.
이 건물은 하늘 색이랑 아주 비슷하게 칠해서 투명건물 같아 ㅎㅎ
딸기 물도 먹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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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리도 피곤하고 슬슬 주차장쪽으로 돌아가기로. 가는 길에 명물 중 하나라는 포틀란디아 청동상을 지나가기로 경로를 잡는다.
건물 입구에 늠름하게 서 앉아있는 포틀란디아 상.
미국에서는 자유의 여신상 다음으로 큰 청동상이라고 한다.
별로 기대 안 하고 지나간 건데 K씨는 무척 멋있다고.
옮길 때 사진이 재미있다. 저걸 어찌 올렸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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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저녁때가 되니 주변 큰 길에 노숙자들이 정말 많이 모여 있었다. 백여명도 넘는 듯. 무료급식소라도 있는 것인가..
평화롭게 보이고 공공시설도 잘 되어있는 도시에 그냥 자유로운 영혼들이 살고 있는 것인지, 의료보험 민영화로 다 거덜나서 할 수 없이 노숙인이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도시의 어두운 단면이다.
오후 늦게 샌드위치까지 먹었으므로 저녁땐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집에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점점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는 신기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