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July 2012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자책 얘기가 나오고 어언 몇년이 흘렀을까… (찾아보니 1971년 구텐베르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에 PC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 1998년에 최초의 이북리더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약 10년 만에 전자책은 종이책의 판매를 추월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자책을 읽게 되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요즘 아이패드로 서점이나 도서관의 전자책을 몇번 이용해보니 어느새 나도 이북리더가 필요한가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북미의 서점이나 도서관은 물론, 한국 서점도 전자책 구입이 그리 어렵지 않고 또 전자책 도서관에 회원가입을 하면 바로 책을 다운받을 수 있어 한국책 읽기의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다. 한국 전자책 컨텐츠가 아직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건 뭐 시간 문제일 것 같고. 한편 동네 도서관에도 새로 들어온 한국책들이 꽤 있어 요 몇주간 빌려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책을 빨리 읽는 습관을 들여 후루루 읽고 난 다음에 몇번씩 되풀이 읽곤 했는데, 이젠 한번 읽고마니 읽은 내용이 자꾸 머리에서 떠나간다. 간단하게라도 기록해놓도록 해야겠다.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창비, 2010

책의 첫부분부터 종교관련 언급이 나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저자 자신이 본인의 보수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남성인 점, 기독교인인 점, 부모인 점 등) 읽는 사람에게 그 한계를 생각하면서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보다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폭력, 장애인 인권, 양심적 병역거부, 검열/표현의 자유, 인종차별, 제노싸이드를 영화를 통해 쉽게 풀어썼다. 본 영화들도 많았지만 새롭게 배운 내용이나 보고싶어진 영화들도 많다. 추천.

챙겨볼 영화 – Antonia’s Line (Marleen Gorres, 1996), 방문자 (신동일, 2006), Das Leben der Anderen (The lives of others, Stefan Ruzowitzky, 2007)

책읽는 청춘에게

우석훈 외, 북로그 컴퍼니, 2010

소위 88만원 세대 몇명이 모여 명사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좋은 얘기들이 많았는데, 웬지 인터뷰이들이 하는 얘기들을 본인들이 원하는 바로만 해석하는 느낌이랄까, 뭔가 이상해. 예를 들면,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인생을 사는 것보다 부딪히면서 본인이 원하는 인생을 살라는데, 인터뷰어 청춘들은 하나같이 언론인이 되고 싶어한다. 이 책, 언론고시생들의 습작집이었나. 암튼, 추천하는 책들 중 읽고 싶어진 책들이나마 몇 권 건졌다.

The age of extreme : a history of the world, 1914-1991 (E.J.Hobsbaum),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독서 천재가 홍대리

이지성, 다산라이프, 2011

성공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을 위한 책읽기 교재. 중간부터는 좀 남사스러워서 읽기가 싫어졌다. 뭐, 그래도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 일이지.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시그마북스, 2009

여행 블로그 읽는 느낌. 홍콩, 스페인, 태국, 일본 등지의 먹거리 여행인데,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먹지 않는 좀더 과격한 먹거리를 다룬 것이 흥미로웠다. (완전 시장 음식 같은 것들..) 그치만 내 입맛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것 같아..

책으로까지 내는데 사진들이 너무 별로라 실망. (촛점도 안 맞고..)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창비, 2011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소년의 이야기. 열일곱이 된 지금엔 몸의 각 장기들이 기능을 멈추고 합병증을 일으켜 병원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연장하고 있다. 노화로 시력을 잃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책을 읽고, 새로운 말들을 익히고, 자신의 나이와 같은 열일곱의 나이로 부모가 되어 17년 동안 자신을 키워낸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웃게 해주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선물로 주기 위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렇게 쓰니 참 비극적인 이야기 같은데, 실제로 읽는 동안은 슬프지 않다. 관조적이고 오히려 웃길 정도다. 그러나 면면히 슬픔이 깔려있고, 중간엔 화가 벌컥 나는 장면도 있었다. 추천.

7년의 밤

정유정, 은행나무, 2011

어린 소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마을사람들의 반을 수장시킨 살인마 아버지의 그늘 때문에 7년간을 떠돌이로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소년이 결국 그날밤의 사건과 마주치게 되는 이야기. 꽤 긴 소설이지만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취재와 조사가 소설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계속 영화로 만들면 이렇겠다 읽는 내내 그림이 그려지더니 아니나 다를까 영화화된다고 한다. 기대된다. 추천.

자유 (Freedom)

Jonathan Frenzen, 홍지수 역, 은행나무, 2010

전에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은 책인데 영어본으로 시작했다가 말았다. 도서관에 번역본이 있길래 다시 시도해보자고 빌려와 4/5 정도 읽었는데 반납일이 되어 다 못 끝낼 것 같다.

감상 1: 나는 이런 철저히 미국적인 소설에 별 감흥이 없다.

감상 2: 번역본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읽지 말자. 번역이 아주 어려운 작업이라는 건 물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은 번역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