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지나고 올해로 12년차 부부가 되었다.
기념일이라고 뭐 특별한 거 한 적이 거의 없는데 (잠깐 찾아봐도 작년, 재작년 기록도 없고 기억도 없고) 올해는 기념일 핑계삼아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로. (사실 휴가 일수가 조금 남아서 어디 놀러갈까했는데 그것보다는 외식이 저렴하겠다는 K씨의 꼼수였지만 – 이 꼼수는 곧 처절하게 무너지게 될 것임 ㅋㅋ)
식당은 몇년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 곳 (링크). K씨의 건강문제로 그동안 홍합이라든가 맥주를 절제해왔는데, 모처럼 가보기로 했다.
지난 번 포스팅이 2009년이었는데, 3년 만에 우리도 참 많이 변한 듯. 일단 K씨가 맥주를 주문하지 않고 차라리 음식을 하나 더 주문하겠다고 한다. 사실 맥주는 다른 곳에서훨씬 저렴하게 마실 수 있으니 아주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나도 동의. 13년 전이었더라면 음식값의 몇배의 돈을 음주에 썼을거고 3년 전만해도 신나라 맥주를 마셔댔지만 이젠 맥주보다는 탄산수를 마시면서 얌전하게 음식맛을 음미하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드니 음주에 드는 비용이 아까워지는구나..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기쁘게 먹고, 수다도 많이 떨고. 두시간 길거리 주차를 해놓으면서 시간이 남겠다 싶었는데 두시간을 꽉 채우고도 돌아가 동전을 더 넣어야했다. 그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생일 축하한다는 초콜릿 글씨가 쓰여진 하얀 접시에 담긴 작은 케익이 전달되는 장면 목격. 전에 본 한 리뷰에서도 기념일에도 케익을 주던 게 기억나서 우리도 말할까 했더니 K씨가 예약할 때 이미 물어봤는데 아무날도 아니라고 얘기했다고!!!!!!!
왜냐고 물었더니 창피해서 그랬단다. 케익을 못 받게되어 너무 슬펐던 나는 막장드라마에나 나올 대사 “뭐가 창피한데? 나랑 결혼한게 창피해?”를 외치기까지..;;
아..지금 생각해보니 참 민망하구나. (진심으로 슬펐다는 사실이 더 ㅠㅠ)
그렇게 훈훈하지 못한 마무리로 올해의 기념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불혹이 되었으니 이제 개그부부는 졸업이다 싶었는데.. 12년이 되어도, 개그는 계속되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