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December 2012

12월 두번째 주

K씨와 내 출퇴근 시간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주중에는 같이 밥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나는 5시 반이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고 오후에 일찍 퇴근해 또 혼자 저녁을 먹고 K씨가 퇴근해 들어올 무렵이면 이미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 (자고 있을 때도 있다.) K씨도 나 출근한 한참 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저녁때도 또 혼자 먹고 느즈막히 잠자리에 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손이 많이 가는 한식은 잘 하게 되지 않는다. (한식은 정말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의 시간과 노동력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개선이 필요한 식사방식임…)

빵보다 밥이 건강에 좋다지만, 요즘은 그냥 여기 100살까지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노상 빵먹고 사는데 뭐 하고 사정에 맞게 간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뭐 그래서 요즘은 먹고 산 이야기라기 보다 뭐 살려고 먹은 이야기라고나..

지난 주 아침 점심으로 줄곧 먹었던 브리치즈 아보카도 그릴드 샌드위치.

아침에 빵 두조각위에 치즈 넣고 아보카도 넣고 다시 빵 덮어서 그릴에 넣었다가 하나는 아침으로 먹고 하나는 점심으로 싸간다. 말린 크랜베리 몇개 넣어줘도 맛있다. 맛있긴 하지만 나흘째 그렇게 먹었더니 물려서 금요일엔 딴 거. 


목요일 저녁에 피자를 사다 먹었다. 그리스 가족이 하는 피자집인데, 재료도 신선하고 무엇보다 저렴해서 (저렇게 커다란 두개가 체인점 중간크기 하나 가격) 가끔 사먹곤 한다. 저녁으로 먹고, 다음 날 도시락으로도 싸가고 아직 남았다 ㅎㅎㅎ 



꼭 밥에 집착을 하지 않으니 이렇게 간단하게도 요기가 된다. 크래커와 그 위에 얹어먹을 수 있는 것 (치즈, 아보카도 등)들을 상비하기로. 

.

.

.


식사를 함께 하게 되면 약간 신경써서.. (보통 주말에나 가능하지만)

내가 준비한 콩나물밥, 브로콜리 무침 (살짝 데쳐서 시금치처럼 파 마늘과 참기름을 넣어 무치면 맛있다.) 그리고 새송이버섯 구이.


K씨가 만든 담백한 버섯전골. 콩나물과 버섯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아주 시원했다. 

.

.

.

이제 딸기 이야기.

딸기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출근하는 날은 신발, 발싸개, 손싸개에 칼라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선다. 어제는 K씨가 쉬는 날이라 집에 있다가 잠시 볼 일 보러 나가게 되어 신발만 빼고 가벼운 무장을 해주고 다녀왔더니…… 


저 보호문을 밀고 나와 바닥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두고 (도대체 뭘 한거냐 ㅠㅠㅠㅠㅠㅠ) 옷은 훌렁 벗어두고 (재주도 좋다!)…… 저렇게 피가 묻었는데도 용케 엄청난 참사는 없었다. 발이 좀 많이 까졌을 뿐… 도대체 어떤 난리를 치면 올인원 옷이 저렇게 벗겨질까? 

그러고도 참 밥은 잘 먹는다. K씨가 감탄한 건지 기가 찬 건지 20년은 더 살겠다고…
.
.
.
밥 다 먹었으면 신발신고 산책가자.
(요즘 날도 추워졌지만 발이 까져서 신발 신고 가야 함..)

엄청난 속도의 후진으로 밥그릇 옆에 (나름) 숨었음.

앞발 만지는 걸 너무 싫어한다. 지난번 수술받은 이후에 특히 심한데 병원에서 링거 꽂은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기도…



살려주셈…


더 들어갈 데 없나..?

그러나 곧 신발 신겨지고 (신발 거의 다 신으면 안 아픈 거란 걸 깨닫고 문 쪽으로 쪼르르…) 산책하고 응가하고 잘 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