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두번째 주

K씨와 내 출퇴근 시간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주중에는 같이 밥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나는 5시 반이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고 오후에 일찍 퇴근해 또 혼자 저녁을 먹고 K씨가 퇴근해 들어올 무렵이면 이미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 (자고 있을 때도 있다.) K씨도 나 출근한 한참 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저녁때도 또 혼자 먹고 느즈막히 잠자리에 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손이 많이 가는 한식은 잘 하게 되지 않는다. (한식은 정말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의 시간과 노동력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개선이 필요한 식사방식임…)

빵보다 밥이 건강에 좋다지만, 요즘은 그냥 여기 100살까지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노상 빵먹고 사는데 뭐 하고 사정에 맞게 간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뭐 그래서 요즘은 먹고 산 이야기라기 보다 뭐 살려고 먹은 이야기라고나..

지난 주 아침 점심으로 줄곧 먹었던 브리치즈 아보카도 그릴드 샌드위치.

아침에 빵 두조각위에 치즈 넣고 아보카도 넣고 다시 빵 덮어서 그릴에 넣었다가 하나는 아침으로 먹고 하나는 점심으로 싸간다. 말린 크랜베리 몇개 넣어줘도 맛있다. 맛있긴 하지만 나흘째 그렇게 먹었더니 물려서 금요일엔 딴 거. 


목요일 저녁에 피자를 사다 먹었다. 그리스 가족이 하는 피자집인데, 재료도 신선하고 무엇보다 저렴해서 (저렇게 커다란 두개가 체인점 중간크기 하나 가격) 가끔 사먹곤 한다. 저녁으로 먹고, 다음 날 도시락으로도 싸가고 아직 남았다 ㅎㅎㅎ 



꼭 밥에 집착을 하지 않으니 이렇게 간단하게도 요기가 된다. 크래커와 그 위에 얹어먹을 수 있는 것 (치즈, 아보카도 등)들을 상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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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함께 하게 되면 약간 신경써서.. (보통 주말에나 가능하지만)

내가 준비한 콩나물밥, 브로콜리 무침 (살짝 데쳐서 시금치처럼 파 마늘과 참기름을 넣어 무치면 맛있다.) 그리고 새송이버섯 구이.


K씨가 만든 담백한 버섯전골. 콩나물과 버섯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아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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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딸기 이야기.

딸기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출근하는 날은 신발, 발싸개, 손싸개에 칼라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선다. 어제는 K씨가 쉬는 날이라 집에 있다가 잠시 볼 일 보러 나가게 되어 신발만 빼고 가벼운 무장을 해주고 다녀왔더니…… 


저 보호문을 밀고 나와 바닥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두고 (도대체 뭘 한거냐 ㅠㅠㅠㅠㅠㅠ) 옷은 훌렁 벗어두고 (재주도 좋다!)…… 저렇게 피가 묻었는데도 용케 엄청난 참사는 없었다. 발이 좀 많이 까졌을 뿐… 도대체 어떤 난리를 치면 올인원 옷이 저렇게 벗겨질까? 

그러고도 참 밥은 잘 먹는다. K씨가 감탄한 건지 기가 찬 건지 20년은 더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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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다 먹었으면 신발신고 산책가자.
(요즘 날도 추워졌지만 발이 까져서 신발 신고 가야 함..)

엄청난 속도의 후진으로 밥그릇 옆에 (나름) 숨었음.

앞발 만지는 걸 너무 싫어한다. 지난번 수술받은 이후에 특히 심한데 병원에서 링거 꽂은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기도…



살려주셈…


더 들어갈 데 없나..?

그러나 곧 신발 신겨지고 (신발 거의 다 신으면 안 아픈 거란 걸 깨닫고 문 쪽으로 쪼르르…) 산책하고 응가하고 잘 잤습니다. 


8 thoughts on “12월 두번째 주

  1. 양지꽃

    우리도 얼마전에 버섯전골 해 먹었는데~
    우리랑 사정이 비슷하이- 아보카도 짤라서 어디든 먹기 좋지?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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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람

    살려고 먹기~ㅋㅋ
    저야말로 딱 그런.
    그럼에도 불구하구 메뉴가 다양한걸요? ^^

    딸기씨..에고..
    딸구는 발이 쓰리겠지만..
    두 분은 퇴근후 저러고 있을때마다 맘이 쓰라리실듯..
    매번 두뇌싸움 하시려면 은근 스트레스도 쌓일텐데
    참 알러지란게 너무 밉네요..
    딸구도 저래 쪼만한 녀석이 오죽 간지러우면 집요하게 저럴까 싶구..
    그럼에도 불구하구 밥그릇 싹싹 맛나게 비우는거보니
    저도 참 허헛 웃음이 나오구..ㅎㅎ;;

    딸기야.. 애쓰는 엄마아빠 생각해서
    쫌만 참구 발씹기 있기 없기?
    (답은 무조건 없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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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주말에는 그래도 좀 다양하게 먹으려고 노력해요.
      맘이 쓰라리죠.. 우리 새꾸는 참 별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시점에 이르니 이젠 정말 큰 사고 (목 줄을 조인다거나;;;)를 안 쳐주면 고마울 지경이예요..
      딸구야 말씀 들어랏~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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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트니맘

    아아아 배고파 쓰러지겠슈.다 먹고프다는.ㅜㅜ
    빵보다 밥이 좋다는건 한국사람 입에서 나온말 아닐까유?ㅋㅋ
    그리고 한국빵은 주식이 아니니 가공되고 표백되고 그런 밀가루로
    만든게 대부분이고 간식개념의 빵들이다보니 뭐 그래서 영양이 없을지
    몰라도 서양 빵은 영양가 많을거 같아유.

    에휴..딸기 맘아프고 안쓰럽고 속터지고 여러감정이 교차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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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서양 빵도 문제가 많다고 요즘에 책도 나오고 글루텐 안 먹기 운동이니 뭐니 하긴 하는데.. 일단 눈 딱 감고 있어요. (살기 위해 먹는 중이기 때문에 ㅋㅋㅋ) 책 빌려는 놨는데 읽게 되면 (언제? ㅋㅋ) 얘기해 드릴께요.
      딸기 보면 정말 여러감정이 교차됩니다요. 이뻤다 미웠다 그래도 이뻤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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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폴리맘

    으휴….이눔시키;;;; 이모맘이 다 찢어진다 인석아;;; ㅠ.ㅠ
    집에 들어와서 저 피아트(?)를 딱 마주할때의 그 마음… ㅠ.ㅠ
    그나마 대형참사가 없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쥬…(이런 사건사고를 하도 겪다보니 나름 단단해지는건지 아님 포기하게 되는건지….앵간한거는 초월하게 되는듯?)
    온 바닥에 피칠갑, 팅팅 부어서 2차감염을 두려워할정도로 심하게 다쳐야 좀 놀라는 정도?

    그래도 이뇨석 우쩜 저레 잘 먹는지ㅋㅋㅋㅋ(피아트하느라 힘들었냐? 이눔시키야;;;)
    안남기구 잘먹어주는것두 복이유~
    딸기야 잘 먹구 잘놀구 잘 자구 그것만 해줘.. 언니 속좀 그만 태우고…(발도 그만 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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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맞아요.. 이젠 서로 충격도 잘 안 받음. (저래 해놓고 뽀뽀해주는 니나 저만큼만 해서 잘했어 하고 쓰다듬어주는 나나;;)

      잘먹어주는 거 정말 복이예요.. 엊그제부터 딸기가 잠깐 안 좋은데 밥달라고 행패를 부리지 않으니까 마음이 너무 무겁더라구요.. (평소에는 시끄럽다고 구박해놓구.. 이제 구박 안 할 거예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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