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꽤 바쁘게 보냈다.
오후에 D군을 만나 영화를 보고 우리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베지테리언 칠리준비를 해서 슬로우쿠커에 넣어두고 파운드케익을 구웠다. 파운드 케익을 다 준비해 오븐에 넣고 나서 깜빡 잊은 베이킹파우더를 보고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그 때 틀어놓은 음악이 이 상황의 배경음악으로 딱 맞는다며 감탄하고 있는 남편이었다. ㅠㅠ
그 때 흐르던 음악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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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K씨도 아침준비를 한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동네 정육점에서 스위트하트(ㅋㅋ) 스페셜이라면서 립아이 스테이크 두 덩어리, 새우 12마리, 감자 두개를 엄청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간만에 스테이크를 먹어보기로. K씨랑 시간맞추기가 어려워서 토요일에 미리 사두었다가 일요일 아침에 먹기로 했다.
나는 새우를 마늘과 함께 올리브유를 넉넉히 부어 튀기듯이 볶아내고 감자를 오븐에 넣고 K씨는 스테이크를 굽고 각종야채를 볶았다. 아침부터 완전 거한 콜레스테롤 스페셜 ㅋㅋ
둘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1년에 한번 정도는 이렇게 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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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하게 먹고는 영화관으로 고고..
생각보다 참 좋았던 Life of Pi. 기회가 되면 3D로 보시길 권함. 메시지도 좋고 영상이 너무 아름답다.
영화를 보고는 다같이 집에 와서 칠리와 칩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딸기와 산책하고 나서 D군은 집으로 돌아가고 K씨와 한가롭게 1박2일을 보다 일찍 잤다. 몸과 마음이 다 호강한 훌륭한 일요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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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오늘 저녁은 나 혼자 먹는 날.
오늘 저녁 메뉴는 명란젓 크림 스파게티. 파운드케익하고 남은 크림이 있어 냉동실에서 가끔 꺼내먹는 명란젓을 뚝 자르고 양파와 함께 크림에 넣어 끓이고 익힌 스파게티면을 넣어 같이 볶아 먹는다. 무진장 간단한데 비해 맛은 꽤 괜찮았다. K씨는 명란젓도 질색하고 크림도 질색하니 혼자 먹는 날에 딱 맞는 메뉴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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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구여사도 식사마치고 쉬는 중. 소파 위에 올려줬더니 스르르 눕길래 잠시 뒀는데 떨어질까봐 곧 바닥의 딸기 방석으로 옮겨줬다. 오늘도 집 잘 봐서 아주 이쁨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