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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기념 여행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K씨를 축하하고 나의 노고(푸하핫)를 치하하기 위해 며칠간의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 여행은 최대한 휴식을 취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로 해서 이동도 숙소도 편한 곳으로 잡았다. 섬은 아니지만 밴쿠버와의 사이에 만이 있어서 페리를 타야하는 선샤인코스트에 가기로.

중요한 것들을 잊어서 출발 후 두번이나 집에 다시 돌아와야 했다. 나이듦을 실감하며 페리항 도착. 다행히 일치감치 출발한 덕에 페리는 제 시간에 탈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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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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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국마트에서 산 오늘 나온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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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야하는 시간인 딸기여사는 이동가방 속에서 숙면을 취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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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이 조금 넘는 항해. 계속 비가 오다가 이 날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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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바닷가에 면한 작은 캐빈. 아직은 비수기라 우리 이전에 묵는 사람들이 없어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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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안이 탁 트여 매우 밝았다. 딸기도 있고 해서 식사는 숙소에서 해결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부엌이 딸린 곳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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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소파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 아무리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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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나오면 앞쪽의 다른 캐빈이 보인다. 그 캐빈이 좀 더 넓고 바다와 가까웠지만 우리가 묵는 숙소만 강아지를 받는다고. 저 캐빈 앞쪽으로는 핫텁이 있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바다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짐을 정리한 후 언덕을 내려가 바닷가에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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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바로 뒤에 면한 바닷가라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너무나 조용하고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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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밭이라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딸기와 산책은 무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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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부터 집까지는 이런 언덕X3을 올라가야 한다. 거리는 가깝지만 경사가 엄청 가팔라 다 올라가고 나면 제법 헥헥거리게 됨.

오후 동안은 숙소의 소파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다 배가 고파져 숙소 주인이 소개시켜준 피쉬앤 칩을 사러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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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작은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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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작은 집 문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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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을 기다리는 동안 작은 실내를 구경했다. 주인이 어부라 직접 잡은 생선으로 튀겨준다고. 실제로 냉장고에 연어와 광어를 팔고 있었다. 이 고양이는 주인네 고양이라고. (어부에 화가에.. 멋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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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와인에 곁들여 저녁. 바삭하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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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의 자랑이 아름다운 일몰이었는데, 운 좋게도 날씨가 받쳐주어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지런히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핫텁으로 갔다. 마침 다른 캐빈에 묵는 사람도 없고 주인도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우리 밖에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수영복에 수건만 두르고 언덕을 내려감. (그러나 추웠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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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 ㅋㅋㅋ 을 맞추느라 와인까지 준비해서 핫텁으로. 딸기는 담요에 돌돌 싸서 이동가방에 넣어 앞쪽 의자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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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며 일몰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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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날씨에 따뜻한 핫텁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일몰을 보고 있자니 뭔가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으나 핫텁에서 매우 강한 소독제;; 냄새가 풍겨서 아예 현실을 잊을 수는 없었다.
조금 후 핫텁의 맛사지 버튼을 눌러보았는데 물에 풀려진 소독제 때문인지 엄청나게 거품이 일어서 바로 끄고 말았다 ㅋㅋ 뭐 그래도 재미났던 추억.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방으로 돌아와 와인을 마시면서 나초칩을 먹고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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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편안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낯선 곳이라 새벽에 잠을 깸. 아직 어두웠지만 어쩐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커피를 내려 마시며 바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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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머신을 가져가서 유용하게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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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도 날씨가 좋아서 바다에 반짝거리는 햇살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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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도 햇살을 받으며 숙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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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는 가져간 라면을 끓여 밥까지 말아먹고 (라면에 든 나트륨 얘기 따위를 하면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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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언덕 밑 바닷가. 바닷가를 따라 걸어보려 했는데 돌 때문에 발도 아프고 미끄러워서 한 10분만에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옴. 사둔 먹거리도 있고 해서 이 날은 딱히 나가지 않고 집에서 푹 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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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속에서 보는 광경이 가장 멋있어서 나는 침대에 다시 기어들어가 바다 구경하다 책읽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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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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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소파에 길게 누워 만화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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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워보이지만 실상은 밥달라고 계속 징징대고 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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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묵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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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밥은 끝내주게 잘 먹는 딸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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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서도 이는 열심히 닦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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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내 과자를 먹으며 책을 읽다보니 날이 흐려져 수평선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핫텁을 또 할까 하다가 춥기도 하고 소독제 냄새의 트라우마도 있고 해서 이틀째는 스킵하기로. 

저녁은 밥을 해서 집에서 가져간 김치볶음과 함께 먹었다. 계란프라이가 좀 아쉬웠지만 귀찮아서 그냥 없는대로 먹기로. 이번 여행에서는 식생활도 최대한 간소하게.

밤이 되면서 비가 내렸다. 그 덕에 다음 날 아침 공기는 정말 상쾌했다. 라면과 밥, 김치볶음으로 아침을 먹고 떠날 준비. 여행은 좋지만 편안한 우리 집으로 향하는 마음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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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타러가기 전 잠시 들른 바닷가에서 독수리를 (사진 중앙에 보이는 새가 독수리임) 보았다.

우리 동네에 와서 사천식당에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지난 몇 달 간의 바쁜 생활을 보상해주는 듯한, 정말 푹 잘 쉰 휴가였다. 이제 또 다음 휴가를 갈 때까지 열심히 생활해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