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런치룸에 토스터 오븐이 생겨서 요즘 점심준비가 훨씬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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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직장친구 C가 퇴근 후 놀러와 근처 식당 요리를 사와서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C와는 전에 같은 캠퍼스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옮겨서 가끔 만나 쌓인 이야기들을 나눈다. 요 근래에는 술을 거의 안 마시고 있었는데 한 주간 마음이 힘들었는지 마시고 싶어서 와인도 한 잔씩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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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미국에서 연수중인 K씨 고등학교때 친구 S씨가 가족들과 밴쿠버 방문. 나는 딸기와 집에 있고 K씨만 나가서 만나고 왔다가 저녁때 잠깐 나가서 K씨, 나, 친구 셋이서 맥주 한잔. K씨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자주 연락을 하고 돈독하게 만나고 있는 부러운 친구들. 나도 간만에 얼굴을 봐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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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채우고 있다. 눈에서 진물도 나고 입안도 다 헐어서 눈도 수시로 씻어주고 젤도 넣어주고 입안도 프로폴리스 희석액으로 열심히 닦아주고 있는데 쉽게 낫지가 않는다. 잇몸에서 피가 나니 자꾸 제 이로 잘근거리는 건지 입술 옆 피부는 다 너덜거린다.
항상 잘 먹던 양고기 생식은 거부한지 오래고 청어도 좀 먹더니 또 거부. 요즘엔 주로 계란 삶은 것, 밥끓인 것만 받아먹는다. 그것도 항상은 아니고. 그러다보니 허브나 영양제도 못 준 지 한참.
당근은 좀 받아먹길래 두부와 함께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줘봤는데 거부당함.
그래도 나는 밥을 먹어야겠기에 (집에서도) 토스트를 해서 치즈와 토마토를 얹어먹음. 먹고 힘을 내서 딸기님 식사 재도전.
계란 삶은 것 거부, 두부 하나 받아먹길래 밥과 섞어줬더니 거부.
어젠 받아먹던 딸기도 거부. 다 거부. 저 새침하게 홱 돌린 고개.
결국 손으로 계란 노른자 1/4개만 받아먹고 (흰 자는 거부) 당근 좀 아작아작 씹어먹고. 사과 조금 받아먹고. 이 정도만 해도 잘 했다. 저녁때는 고구마를 물에 담갔다 끓여줬더니 계란 노른자 1/4과 함께 한숟갈 분량 정도 잘 먹었다. 주사기를 구해서 프로폴리스 희석액을 입속 여기저기에 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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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없어서인지 안아주면 저러고 있다. (K씨의 맨어깨는 지워드렸습니다.) 잠시라도 양말을 안 신겨놓으면 발버둥을 쳐서 상처를 내놓더니 요즘에서야 딸기의 맨발과 깔때기없는 모습을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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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고 대부분 그냥 자고 있어서 잇몸이나 눈 문제를 프로폴리스와 동종약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래도 다음주 쯤에는 병원에 가서 기초검진과 피검사 정도는 해봐야 할 것 같다. 다시 기운을 차려줄까 우리 딸기.. 자는 모습만 보면 편안해보이긴 하는데..